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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재작년이던가?
과속스캔들이라는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했다.
평소 상업영화에 그런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
어떻게 영화의 포스터와 제목을 이렇게 허술하게 지었을까?
이 영화는 무조건 망하겠구나, 차태현도 이제 세월의 흐름에 편승하나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너무나 좋았고
그 입소문에 살짝 기대를 하고 본 나도
영화의 제목과 포스터에 걸맞지 않은 매우 깔끔한 영화 한편에
큰 만족감을 안고 돌아왔다.
영화를 볼때 제목과 포스터에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가하는 나는
책을 고를때에도 이 책의 겉모습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책을 읽는것보다 책을 고르고 책을 책장에 꽂고 책의 내용보다 책 자체를 감상하는 것에
큰 주안점을 두는 나로서는..
어떤 사람들은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에 심한 비판을 가하겠지만
나는 그래도 꿋꿋이 제목과 표지, 그리고 양장본인지 아닌지가 책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주관적인 책 고르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정말 눈길한번 주지 않을 책이다.
이런 B급을 넘어서 C급 냄새 풀풀 풍기는 책을
굳이 내 책장에 꽂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아 올랐다.
그래도 어찌하랴.
신간평가단 서재의 서재지기님이 그토록 좋아하는 작가라고 하니
그리고 궁금하여 찾아본 저자의 프로필은 도저히 이런 표지를 허용하지 않을것 같은
프로필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표지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몇장 넘기면서.. 과연 이 책은 먼가 있었다.
아니 사실 먼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경험 하나씩 있지 않은가?
평소에 실없는 사람이 하는 실없는 개그와
평상시 진지하고 멋지고 중후한 멋을 뽐내는 사람의 분위기를 위한 실없는 개그의
파급력과 받아들임은 엄청나다.
일본 문학계의 전설중 하나의 실없는듯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항상 진지할 것만 같은, 항상 우울할것만 같은 사람의 사람다움을 보여주어
반갑기가 그지없다.
우리가 친구를 사귈때에도 흠집하나 없을 것만 같은 친구보다는
왠지 어딘가 한군데 허술한 구석이 있고
놀릴수도 있는 친구가 더욱 다가가기 쉽고 쉽게 친해질수 있는 것처럼
평상시 엔도 슈사쿠를 친해지고 싶지만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쭈뼛쭈뼛거렸던
친구들에게
엔도 슈사쿠는 이 책을 통해
나 이렇게도 허술한 놈이야~ 라며
반갑게 어딘가 어눌한 웃음을 지으며 친구들을 손짓한다.
사족)별 하나의 비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표지와 제목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