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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길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동사의
길
최준영 지음
동사의
길이란 제목으로 나온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님의 신간 [동사의 길]을 읽게 되었다. 페이스 북에 매일 쓴 글들이 모여 책이 된
것이다. 저자는 저자 매일 쓰는 글쓰기를 통해 길을 만들어 냈으며 앞으로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책
소개>
영화,
책의 일부 문장을 발췌하여 소소한 저자의 일상과 경험들을 녹여낸 매일 글쓰기를 통한 생각의 힘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작가라는 직업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작가와 가난은 쌍으로 움직임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작가들에게 빚이 지고 있다는 부채의식을 느끼게 된다.
정치가 달라져야 해요.
섣불리 적폐를 운위하는 대신 아우르고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해요. 배제하고 내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닌 이해하고 서로 돕는 덧셈의 정치,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해요.
[촛불]의 대척 점에 있는 [태극기]집회에 대한 대중들의 싸늘한 날 선 시선에 대해 저자는 이분하고 적폐로 재단하는 우리의 혐오에 일침을 가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저자의 글은 참 부드럽고
관용적이다. 사실 좋은 말이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면 날서게 비판하는 사람이 웃습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의 정서엔 좋은 게 좋은거다란 애매모호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애매모호함은 언제나
피해자를 양산해낸다. 태극기 집회 노인들의 뒤에는 돈을 대주는 정치인과 조직적인 단체가 존재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삶 속에 함께 존재했던 박정희와 박근혜를 숭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돈을 대어 촛불집회를 태극기
집회와 별반 다르지 않게끔 오염시키려는 나쁜 의도들이 숨어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폐로
낙인 찍는 광신적 행위는 경계해야 하지만 9여간 우리는 그런 광신적인 집단들의 희생자였다. 이명박근혜정권을 생각해봐라!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여 배제와 내치는
뺄셈의 정치를 누가 해왔는지를! 그때 나왔어야 할 말이 문정부에 나오는 아이러니에 실소가
나온다. 그런 말도 문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런 세력들을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지경까지 왔음을 생각해볼 때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식인, 언론인, 그리고 언제나 우선순위가 경제였기에 면죄부를 주었던 기업인과 그 기업을 돕는 법조인들에 대한 무거운 처벌이
진짜 필요한 시점이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는 정말 힘든 법인데 이런 힘 빼는 소리나 하는 저자의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 우리 손지가
공부허고 있으문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헌것들이 다
도둑놈 되드라. 맘 공부를 해야 헌다. 인간 공부를 해야
헌다, 그러고 말해. 착실허니 살고 놈 속이지 말고 나 뼈
빠지게 벌어묵어라. 놈의 것 돌라 묵을라고 허지 말고 내 속에 든 것 지킴서 살아라.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고 애쓰지 말아라.” 황풍년의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저자의 책에 두 번이나 인용된
글이다. 그만큼 저자가 평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 역시 이 글이 자꾸 들어온다. 왕대마을 윤순심 할매의 소박한
일갈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아오신 할매의 말씀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 마음을
지키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할매의 말씀이 계속 남는다.
검은 늑대와 흰 늑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먹이 준 놈이 이긴다는 우화처럼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지 내 속에 든 것을 지킴서
살라는 할매의 말씀은 진리다.
곱씹을 좋은 문장과 저자의 단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감상
개인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형식의 글을 여러 편을 읽으니 글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지는 듯하다.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글은
아니었다. 거리의 인문학자로서의 글을 마주하고 싶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목마름은 유튜브를 통해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지만 [동사의
길]에선 느끼지 못했다. 대신 내가 감동 있게 봤던 영화와
책이 나오면 너무 반가웠고 이전에 읽은 유유출판사의 [읽기의 말]과 [공부의 말]에서
나온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을 또 보니까 친숙성 수축원칙처럼 그 작가들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작가들의 일상에서 사색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가들과 그 작품들을 읽어야 하나? 너무
친숙해서 아는 듯한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읽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확인하고 싶고 저자가 소개하는 책과 영화를 읽고 보고 싶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