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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ㅣ 문득 시리즈 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해생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프카적인: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포감과 위협을 주는 무시무시함이 카프카적이다.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그의 작품들은 확실히 난해하다.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다. 몇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집인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을 읽고 처음엔 머리가 띵했다.
자신으로 살아가려고 부단히 애쓴 비운의 소설가
카프카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성장과정과 부모와의 관계를 조사해보곤 그의 아버지가 너무 미웠다.
어디에도 편하게 뿌리 내리지 못하는 마음의 근원엔 부모와의 병적인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다른 사람은 그를 유대인으로 구분하지만 정작
그는 유대적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 동화된 유대인이면서 체코 프라하에서 극소수만이 사용하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그 자체가 어디에서 온전하게 소속될
수 없는 없었기에 분열된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찰자적인 시선의 응시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투쟁을 해온 게 아닐까?
[판결]에선 게오르그라는 조만간 부유한 상인의 딸과 약혼하는
청년이 화자다. 게오르그에겐 객지에서 성과도 없이 고생만 하는 절친한 친구가 있고 그 친구에게 자신의
사업적 성공을 이야기 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소소한 사건만 편지로 전한다. 유복한 집안의 여인과
약혼하고 곧 결혼할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쓰고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아버지는 그런
친구는 있지도 않다고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하고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지 않았다며 불같이 화를 내면서 처음엔 그런 친구는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그 친구를 잘 알고 아들 삼고 싶은 친구라며 게오르그에게 익사형 선고를 내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게오르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물에 뛰어든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절친한 친구이며 자신의 결혼식에 꼭 오기를
바라는 친구는 간접적으로 언급되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아버지와의 대화, 그리고 결말만 보면 [판결]이란 단편의 내용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 말이 사실이라면 게오르그와 러시아에서 고생하는 친구는 서로 철저하게 본심을 숨기며 단절되어
있다. 아버지와 게오르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된 관계인 아버지와 아들임에도 아버지의 선고대로 따르는 아들!
러시아 친구의 이곳 현장 대리인이라는 아버지와
러시아 친구는 동일하게 병색이 짙으며 주인공 게오르그와 피상적이다.
친구와 연대하는 강인한 아버지의 선고로
세속적이고 물욕에 젖은 상인이 아닌 소설가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현실적인 의무와
내적인 의무사이에서의 고뇌와 분투! 실에선 아버지가 글쓰기를 싫어했지만
[선고]에서의 아버지는 내적인 자아로 살기를 명한다.
표면적인 문체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사실적으로 기술하지만 누구 말이 맞는지 진짜 사실인지 나는 표면적인 내용만으론 그 글에
갇히게 되며 출구를 찾을 수 없어 답답했다.
[판결]하고 비슷한 내용인
[시골의사]의 시골의사는 프란츠 카프카 자신같다.
눈보라 속을 헤치고 환자를 돌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시골의사는 죽어가는 아픈 아이도 살릴 수 없고 세찬 눈보라와 제멋대로 움직이는 말로 집으로 돌아가기도 힘든 기괴한 상황!
법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지기와 평생을 싸우지만
입구 앞을 지키는 문지기의 입장허가를 받을 수 없는 너무도 비극적인 이야기는 실제 그의 내면의 처절한 분투가 느껴져서 가슴이 아프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엔 자유로운 원숭이의 삶을 잊어버리고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학술원의 선생들은 그를 원숭이라고 생각하며 원숭이의 삶을 말하라고 한다.
동화되어 유대적인 전통을 모르는 카프카는 전통을
지키는 유대인에게도 체코에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 벌레나 하등 동물로 명명되어
떠돌아 다니며 뿌리내리지 못한 유대인에 대한 고뇌와 세상의 시선을 냉혹하게 보여준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부서지고
분열된 자신을 통합하고 치열하게 분투한 그의 문학은 난해하고 다층적이지만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문학으로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