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허린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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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숨겨진 얼굴

라이나 스탐볼리스카 지음

나는 인터넷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하루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없다. 대부분의 쇼핑을 인터넷으로 하고 은행업무 대다수도 인터넷으로 한다. 텔레비전 방송대신 유튜브나 팟캐스트로 정보를 얻는다. 일상이 이렇다 보니 조심한다고 생각했지만 스미싱을 당했다. 온라인 쇼핑은 택배의 일상화를 불러왔고 수시로 택배문자를 받는 틈을 이용한 인터넷 범죄자들이 택배주소오류란 문자를 발송해서 피싱을 했고 나 역시 문자에서 발송한 택배사이트에 접속해서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가짜 택배 사이트였다. 다행히도 휴대폰에서 앱을 내려 받을 때는 항상 묻게끔 설정해둬서 자동으로 내려 받지 않아 악성앱이 깔리지는 않았지만 늘 주의하다가 나도 모르게 스미싱이나 피싱에 걸린다. 이 악성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치되면 내 휴대폰번호로 타인에게 스미싱 문자가 무차별적으로 날라간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열어보면 너무 늦는다. 통신사나 사이버경찰청에선 피싱에 대한 가이드를 직접적으로 받기 어렵고 피싱 당한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당하고 나서야 보안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가진 보안은 매우 일차원적인 것임을 [인터넷의 숨겨진 얼굴]을 통해 알 수 있다.

피싱은 조금이라도 이상한 문자를 받으면 누르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부주의에 의해 이상하다고 조금은 생각했지만 누른 경우이기 때문이다. 진짜 택배사이트는 송장번호를 입력하라고 하지 휴대폰정보를 입력하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인터넷 범죄인 피싱은 인간의 영역이라 조심하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책속으로

1부에서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적인 부주의로 발생하는 피싱과 무차별 피싱과 다른 특정 사람과 집단으로 공격하는 스피어 피싱, 랜섬웨어 같은 악성프로그램을 심어 정보를 유출하거나 디지털 시스템의 취약한 점을 연결하여 개인정보를 유출해 독싱과 리벤지 포르노처럼 악용하는 피해사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2부에선 해킹을 다루고 있다. 해킹은 일반적인 인터넷 유저를 상대로한 전통 범죄집단과 인터넷을 통한 해킹을 투쟁수단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행동주의자들인 핵티비스트의 해킹, 국가의 테러방지를 위한 감시와 치안 그리고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해킹을 다루면서 우리들의 보안의식와 디지털 시대의 신뢰문제를 다루고 있다.

해커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은데 이 책엔서 해커의 여러 얼굴들을 보여준다. 해커의 어원과 일반적인 해커들은 프로그램의 오류를 발견하거나 자신의 의도에 맞게 수정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란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으며 개인정보나 기술정보를 빼내서 팔아먹는 도둑들처럼 어두운 면만이 아니라 자유로운 정보접근과 정보 공개가 해커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정보기술해커처럼 기업의 정보를 경쟁사 기업에 파는 범죄형 해커들도 있고 사이버 활동가인 해티비스트들은 어나니머스 집단들과 결합하여 불법적인 활동을 일삼는 기업과 국가의 비밀을 공개하기도 한다. 내부고발자를 통한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개와 이라크 수도에서 미군의 오인으로 사람을 죽인 영상을 폭로한 위키리스크와 그를 지지하는 어나니머스 집단들의 명암들, 애드워드 스노든 같은 내부고발자의 국가감시폭로와 같은 시민불복종의 정당성, 위키리스크의 양면성들을 살펴볼 수 있다.

3부에선 어둠의 경로인 다크웹의 연구를 통해 옵섹,익명화,보안을 둘러싼 토론을 다루며 디지털 세계의 복잡성과 신뢰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다

해킹은 정부가 민주적이거나 민주적이지 않거나 상관없이 공격력을 지닌 국가의 정보활동의 일환으로 활용한다. 본문 91

터키의 독재자가 보안전문 기업을 통해 통신사의 개인정보수집을 활용하여 독재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숙청하는 블랙리스트로 개인정보를 활용했으며 911테러후 테러방지란 명목으로 의원들을 압박하여 통과시킨 부시의 애국법에 의한 대국민 사찰에 의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애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되고도 오바마 정권에서도 꽤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며 오바마정부에서의 정부감시가 더 심했음을 알 수 있다.

책의 장점

 늘 사용하는 인터넷 유저들의 보안상식을 기초로 매 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가진 협소한 보안안전에 대해 충격적인 사실과 의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보안 프로그램, 인터넷 투표, 내부고발자, 위키리스크의 폭로와 같은 사항들을 전문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그대로 싣고 있어 인터넷의 보완관련 취약점과 인권침해의 문제들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감상

나의 보안지식과 보안에 대한 인식은 내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준보다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http https 차이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예스24서점과 종종 들어가는 교보문고는 초록창이 뜨지 않으며 주소창이 http이고 알라딘만 https로 개인정보가 암호화 하고 있었음을 발견했다. 많은 쇼핑몰들과 사이트가 정보암호화가 안된 http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 보완이 취약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쇼핑구매사이트들과 SNS는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계정과 연동되어 로그인하게 되어있으며 매번 로그인이 귀찮아서 자동 로그인설정을 해놓았으며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지도 않았다. 메일계정이 털리면 내가 자주 가는 모든 사이트의 나의 정보가 털리게 된다.

인터넷 활동은 추적발신기를 달고 이동하는 것과 같다. 내가 다크웹에서 불법적인 자료를 다운로드하거나 거래하지 않더라도 숨기는게 없이 떳떳하다고 생각해도 제일 큰 권력기구인 국가와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내 흔적을 수집하여 그 당시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나의 동의 없이 내 일거수 일투족족 수집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서운 일이다. 기업과 국가와 구글과 같은 회사는 내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활용하는데 나는 정작 인지하지 못한다. 단순히 범죄집단의 개인정보 유출과 도용의 문제를 넘어서 개인정보의 주권을 갖고 있지 못한다.

사물인터넷, 드론, 클라우드 서비스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분야는 신성장동력을 가진 미래의주력산업이라 각국가와 기업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갈수록 개인의 프라이버시 계속 위험을 받게 된다. 디지털과 맺고 있는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물리적인 생활까지 밀접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에 디지털 신뢰를 둘러싼 쟁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우리의 디지털 동선은 필요에 따라선 자물쇠를 채워야 하며 내밀한 사생활 영역은 보호받아야 한다.

기업의 영리활동과 국가의 테러방지란 용도로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개인정보수집은 위험하다.

개인정보에 대한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내가 아니라면 어떻게 가져와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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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오딘, 토르, 로키 이야기
케빈 크로슬리-홀랜드 지음, 제프리 앨런 러브 그림, 김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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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보는 북유럽신화

글 케빈 크로슬리- 홀랜드/ 일러스트 제프리 앨런 러브 지음

북유럽의 옛 사람들은 아홉개의 세상과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 인간과 거인 난장이가 사는 미드가르드, 제일 아래층은 저승인 니플헤임이란 어둠의 세계로 생각했다.

스웨덴의 왕인 귈피가 신에게 속임을 당해 땅을 빼앗긴 후 신을 더 알고자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로 떠나 신들을 알고서 세상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문을 연다.

인간들이 그러하듯 귈피는 생명과 세상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 하며 시작의 기원과 신들과 거인의 전쟁 그리고 그 끝인 죽음에 대해 담고 있다. 그 직선적인 시작과 끝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북유럽신화다.

이건 탐구 활동이야, 노래와 이야기와 비밀을 찾는 활동이지 본문 17

그림자극 형태의 일러스트!

글만 있는 북유럽신화가 아니라 일러스트가 있는 북유럽 신화다.

화려하고 사실적인 컬러 일러스트가 아닌 그림자 형태의 일러스트는 인물의 표정을 볼 수 없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미드가르드를 에워싸고 있는 로키의 자식인 뱀 요르문간드와 신이 만든 거대한 사슬을 끊어버리는 늑대 펜네르의 무시무시한 모습은 우리들을 이야기속으로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불완전한 신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능력이 탁월하며 황금사과를 먹어 젊음을 유지하지만 영원히 살지 못하며 죽음과 늙음을 두려워하며_ 황금사과를 거인에게 빼앗겼을 때_ 인격적으로 교활하며 질투심도 많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 역시 인간들처럼 인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전능하며 불멸함에 비해 최고의 신 오딘은 로키에게 당하기도 하고 목적하는 바를 얻기 위해 애를 쓴다.

룬문자를 얻기 위해 세계수의 가지에 오랫동안 매달리거나 지혜를 얻고자 한쪽 눈을 희생한다. 그리스 신들과 달리 무엇을 얻기 위해 혹독한 대가를 기꺼이 치른다. 시기하고 조롱하며 계략을 꾸며 골탕을 먹이지만 함께 지혜를 짜서 적을 무찌는 모습, 신들이 편안할 때는 세상에 관대해지고 배반당하면 복수로 응징하는 모습은 우리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신과 거인의 관계

이미르는 자웅동체의 서리 거인으로 거인들의 조상격이다.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오딘과 형제들 역시 거인에게서 태어났지만 이미르를 악한 존재로 묘사한다. 이미르는 서리거인과 바위거인들인 거인들을 탄생시키는데 거칠고 황량한 바위투성이와 서리로 연상되는 혹한의 추위를 가진 북유럽의 자연을 사람들은 거인들로 생각한 듯하다. 인간의 투쟁과 노력으로 무엇인가를 내주는 대자연을 인간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기에 신만큼 아름답고 지혜롭고 재주도 출중하지만 신들과의 전쟁과 대결에서 늘 지는 악한 존재로 묘사된다.

내가 생각하는 명문장

신이라고 모두 선하지는 않아. 그리고 거인이나 난쟁이라고 모두 나쁘지도 않지. 네가 최선의 모습일 때를 생각해봐, 강글레리. 그때가 바로 네가 가장 신과 같을 때야. 이제, 네가 최악의 모습일 때를 생각해봐, 그때가 바로 네가 가장 거인과 난쟁이 같을 때지. 27

감상

한 면에 두 페이지가 들어가 있는 책은 가독이 불편한데 이 책은 일러스트의 삽입으로 한 면에 두 페이지이지만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없었다.

오딘과 로킷의 변신은 장화신은 고양이에서 거인의 변신과 닮았으며 오딘의 계략은 옛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지혜와 닮았다. 뿐만 아니라 영웅 모험담의 원형이다.

말이 아닌 사건이 먼저 생기고 사건을 푸는 과정에 나쁜 인연(복수)가 발생하고 복수는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며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로 꼬리를 문다.

이야기 곳곳에 북유럽의 자연환경과 그런 환경에 살아가는 북유럽 사람들의 원시 문화들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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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늑대의 다섯 번째 겨울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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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늑대의 다섯번째 겨울

손승휘 글 이재현 그림

일러스트와 함께 보는 푸른 늑대무리의 생존 투쟁기

추운 겨울의 고비를 몇 번 넘긴 경험이 많은 지혜로운 푸른 늑대는 비와 눈이 내리지 않는 혹한의 다섯번째 겨울을 나기 위해 사슴이 있는 땅으로 무리들을 데리고 이동한다. 12마리를 이끌고 인간을 피해 회색늑대의 영역으로 들어와 회색늑대들의 수장을 약을 올려 절벽으로 몰아서 떨어뜨리지만 인간이 온 것을 알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 온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에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인간과 사는 순록을 사냥하면서 무기를 든 인간들과 싸우다 푸른 늑대는 전사하고 죽은 늑대의 뼈와 살로 배를 채우고 살아남은 새끼 늑대가 다시 아버지의 삶을 이어 받아 무리를 이끈다.

인상적인 문구

인간과 싸우는 게 아니다. 죽음과 싸운다 81

죽음은 피하는 게 아니다. 마주 보는 것이다. 86

늑대는 슬퍼하지 않는다. 다만 받아들일 뿐 108

감상

멋진 일러스트와 혹독한 자연 및 천적인 인간과 전력을 다해 다른 늑대들과 전략을 짜서 협공하는 늑대무리들의 이야기는 짧은 스토리가 많이 아쉬웠다. 내가 사람임에도 인간들 편이 아닌 주인공인 늑대의 편에서 응원하게 된다. 혹독한 자연과 인간을 피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늑대무리의 습성도 알게 되며 천적을 향해 용맹하게 싸우거나 심장이 터져 죽을 때까지 달릴 수 있다. 자기 가족의 먹을 것을 동료에게 나눠주며 끝까지 복수를 하는 종으로 다른 동물이 아닌 늑대들에게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아버지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늑대들의 한살이를 담담하고 엄숙하게 보여주고 있어 여운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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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담 - 글에 대한 담론, 불편한 이야기
우종태 지음 / 예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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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담_글에 대한 담론

우종태 지음

 

불편한 글의 기원을 따라서

스스로 썰자라고 부르며 글을 공부해온 저자의 글에 대한 체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글을 썬다고 하는데 썬다는 의미는 글의 기원, 어원을 세밀하게 밝힌다고 볼 수 있다. 상형체와 금문체의 형상과 고대 사람들의 문화를 추적하여 글이 내포한 심층적인 의미들을 해부한다.

우리의 심층적인 무의식을 지배하는 언어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글자들이 용례, 잘못 쓰이거나 왜곡된 경우도 알게 된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여진족이라는 여진족설, 잉카제국의 유아살해처럼 제사란 글에도 인신공양의 흔적이 있다. 우리가 하는 제사풍습은 인도의 브라만의 제식이 중국을 통해 유입된 문화이며 법과 정의 기원 역시 현대인들의 생각과는 개념이 매우 다르다. 우리의 개념과 달리 실제 적용되는 법은 매우 불공평한데 법이란 글자를 썰어보면 물속으로 사람을 사라지게 한다란 잔혹함을 가지고 있다. [강희자전]에서 법은 일정한 한계를 두고 핍박하는 것이라고 한다. 법치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권 때 법치란 이름으로 정부에 비판하는 사람들의 밥줄을 쥐고 핍박했던 엄혹한 시절이 떠오른다. 글자를 썰면서 우리가 의문하지 않고 당연시 했던 가족, 부족, 국가의 의미들을 생각하게 하며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단일민족의 허구를 논리적으로 비판하며 리들의 심기를 꽤 불편하게 한다.

한자가 잘 기억되다

매 장엔 글자의 기원을 밝혀 썰었던 내용을 한 번 더 요약 정리해서 책을 다 읽으면 배운 한자들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글자의 원형을 갑골문과 금문 그리고 이체자에서 찾아 그 어원을 밝힌다.

저자가 썰어낸 글자들의 어원들을 알게 되면 글자에 내포된 역사, 문화를 추적할 수 있다.

만물의 이치인 물리란 글자의 물은 소우와 물로 썰어볼 수 있는데 소우를 금문으로 보면 우리나라 황소의 뿔이 아닌 동남아시의 물소의 뿔이 보인다. 저자는 한자가 만들어지던 중국의 자연환경이 동남아시아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를 죽이는 모습을 담은 물이 세상의 모든 물건, 만물을 뜻한다. 리란 원석을 잘 깎아 감추어진 옥을 살린다. 즉 물리란 세상의 모든 만물을 옥석을 가려내듯이 구분하여 가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학창시절에 머리를 아프게 했던 물리 두 글자에 이런 심오한 내용이 숨어있다니……

물리학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큰 것도 모르고, 작은 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만큼이나 오묘한 말이지만 내가 사용하는 글자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감상

한자에 대해 이야기라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어원을 따라 읽으니 한자가 눈에 들어오고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언어는 복잡하다. 시대에 따라 사멸하거나 변형되면서 다양해져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오용되기도 한다. 

영어를 공부할 때 라틴어에서 나온 어간 어미의 의미를 알면 파생어들의 뜻이 파악되듯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글로 표기되어있지만 한글만으론 그 문맥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글자들엔 한자를 한글로 표음한 글자들이 많다. 한자를 알면 글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봐도 도돌이표처럼 묻고자 하는 글자로 되돌아와서 글자의 의미가 부정확하고 알쏭달쏭해서 답답했는데 저자는 글자에서 그 동안 탐구해온 해박한 역사적인 지식과 과학적 지식들이 저자의 삶에 녹여 깨달은 바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하여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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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푸셰 -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전면 새번역 누구나 인간 시리즈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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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_역사가들에게조차 묻힌 기회주의자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철저하고 일관된 어느 기회주의자의 생애

지롱드파가 몰락하지만 살아남고 자코뱅파는 수장인 로베스피에르가 처참하게 죽을 때 총재정부, 통령정부, 왕정, 그리고 황제 제국이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항상 살아남아 계속 공직에 있었던 기회주의자인 철저하게 비도덕적인 정치인 푸셰의 이야기를 아주 매력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세계 전환기(혼란기)의 한복판에서 모든 정파를 이끌었고 모든 정파가 와해된 뒤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 같은 거물과 벌인 심리전에서 승리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아예 성격이 없다는 사실, 다시 말해 그가 놀라울 만큼 일관성 있게 지조 없이 살았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본문 5

비중에 높은 인물임에도 역사에서 축소되었던 존재를 발자크의 소설[ 신비에 싸인 사건]에선 푸셰의 비범함을 재평가 하였으며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의 찬사를 읽고 푸셰에 관심을 갖고 비밀스런 푸셰를 순수한 호기심의 열정으로 탐구한다.

입체적인 인물묘사가 뛰어나 한편의 소설을 읽듯 읽는 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 모두 구역질이 난다고 할까? 모두가 국민의 이름이나 누구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뒤에선 철저하게 자신의 실리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문학적인 서술과 흐릿하게 사라지는 자취를 포착해서 정치적 인간 푸셰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책의 말미에 푸셰가 죽은 후 4년이 지난 후 회고록 출간 뉴스를 듣고 사람들이 동요했다는 사실에서 그가 잊혀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왜 역사학자들이나 사람들의 관심에서 완전히 묻혔을까? 혼란기 시대에 끝까지 살아남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치가인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만화나 소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베스피에르나 마라 그리고 전쟁 영웅 나폴레옹은 역사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런데 푸셰는 당대에도 그 이후에도 그에 대해 정당한 평가들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경찰장관이 되고 비밀경찰들을 조직해서 주요 비밀 정보들과 고위관료들의 약점, 비리들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불태운 비밀편지엔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었을까?

일제시대엔 혈서를 써서 일왕에 맹세한 일본 장교였고 해방 후엔 좌익에서 우익으로 변절하여 군사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기회주의자가 떠오른다.

신념이 강한 사람들은 자기 신념 때문에 몰락한다. 기회주의자는 신념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대세에 따라 바꾸기 때문에 살아남지만 높은 권력을 가지려면 권력자의 비밀과 정보를 가져야 한다. 스탈린, 김일성, 박정희가 모두 정보국 출신임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정적들을 모두 제거했다.

로베스 피에르나 나폴레옹은 푸셰를 제거하려다 실패했고 푸셰 역시 말년에는 혁명기 때 루이 16세 재판이 족쇄가 되어 실각 후 프랑스에서 추방당해 쓸쓸하게 죽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악명높은 기회주의자 치고는 괜찮은 죽음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면 좀 정치인들에 대해 냉정해진다.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며 그들의 동요를 누그러뜨리지만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반동적인 세력과 손을 잡는다.

프랑스 격동기의 시대적 상황들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책이며 아울러 그 동안 교과서에서 미화되었던 프랑스 혁명과 그 이후의 반동적인 정권의 탄생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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