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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담 - 글에 대한 담론, 불편한 이야기
우종태 지음 / 예미 / 2019년 10월
평점 :
불편한 글의 기원을 따라서
스스로 썰자라고 부르며 글을 공부해온 저자의
글에 대한 체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
글을 썬다고 하는데 썬다는 의미는 글의
기원, 어원을 세밀하게 밝힌다고 볼 수 있다. 상형체와
금문체의 형상과 고대 사람들의 문화를 추적하여 글이 내포한 심층적인 의미들을 해부한다.
우리의 심층적인 무의식을 지배하는 언어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글자들이 용례, 잘못 쓰이거나 왜곡된 경우도 알게 된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여진족이라는
여진족설, 잉카제국의 유아살해처럼 제사란 글에도 인신공양의 흔적이 있다. 우리가 하는 제사풍습은 인도의 브라만의 제식이 중국을 통해 유입된 문화이며 법과 정의 기원 역시 현대인들의
생각과는 개념이 매우 다르다. 우리의 개념과 달리 실제 적용되는 법은 매우 불공평한데 법이란 글자를
썰어보면 물속으로 사람을 사라지게 한다란 잔혹함을 가지고 있다. [강희자전]에서 법은 일정한 한계를 두고 핍박하는 것이라고 한다. 법치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권 때 법치란 이름으로 정부에 비판하는 사람들의 밥줄을 쥐고 핍박했던 엄혹한 시절이 떠오른다.
글자를 썰면서 우리가 의문하지 않고 당연시 했던 가족, 부족, 국가의 의미들을 생각하게 하며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단일민족의 허구를 논리적으로 비판하며 리들의 심기를 꽤
불편하게 한다.
한자가 잘 기억되다
매 장엔 글자의 기원을 밝혀 썰었던 내용을 한
번 더 요약 정리해서 책을 다 읽으면 배운 한자들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글자의 원형을 갑골문과 금문
그리고 이체자에서 찾아 그 어원을 밝힌다.
저자가 썰어낸 글자들의 어원들을 알게 되면
글자에 내포된 역사, 문화를 추적할 수 있다.
만물의 이치인 물리란 글자의 물은 소우와 물로
썰어볼 수 있는데 소우를 금문으로 보면 우리나라 황소의 뿔이 아닌 동남아시의 물소의 뿔이 보인다.
저자는 한자가 만들어지던 중국의 자연환경이 동남아시아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를
죽이는 모습을 담은 물이 세상의 모든 물건, 만물을 뜻한다.
리란 원석을 잘 깎아 감추어진 옥을 살린다. 즉 물리란 세상의 모든 만물을 옥석을
가려내듯이 구분하여 가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학창시절에 머리를 아프게 했던 물리 두 글자에 이런
심오한 내용이 숨어있다니……
물리학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큰 것도 모르고, 작은
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만큼이나 오묘한 말이지만 내가 사용하는 글자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감상
한자에 대해 이야기라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어원을 따라 읽으니 한자가 눈에 들어오고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언어는 복잡하다. 시대에 따라 사멸하거나 변형되면서 다양해져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오용되기도 한다.
영어를 공부할 때 라틴어에서 나온 어간 어미의
의미를 알면 파생어들의 뜻이 파악되듯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글로
표기되어있지만 한글만으론 그 문맥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글자들엔 한자를 한글로 표음한 글자들이 많다.
한자를 알면 글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봐도 도돌이표처럼 묻고자 하는
글자로 되돌아와서 글자의 의미가 부정확하고 알쏭달쏭해서 답답했는데 저자는 글자에서 그 동안 탐구해온 해박한 역사적인 지식과 과학적 지식들이
저자의 삶에 녹여 깨달은 바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하여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