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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평점 :
프로도 일행은 왜 절대반지를 파괴하였는가?
절대반지를 선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운명의 산에 파괴하려 긴 여정을 떠나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에 대해 늘 생각해왔다. 절대반지를 바꿔 말하면 절대 권력일 것이다.
절대 반지의 최후가 파괴라면 선하게 통제해서 사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전대통령을 탄핵이란 법적절차를 통해 끌어내리고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집권 3년을 돌아보면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눈으로 본다. 민주주의는 후퇴하였고 세상을 보는 눈은 다양성이 실종되고 정부를 비판하면 토왜와 국민의 짐당을 지지하는 세력이란 딱지가 붙는다.
이 정부의 대통령과 정치인의 최대 적은 야당이 아닌 자신들이 과거에 해온 발언이나 글이다.
권력의 유지를 위해 정당법을 고치고 위성정당을 만들어 극단적인 양단체제로 이분화시키며 대통령 말한마디에 교육정책이 바뀌어 버린다. 국회의원 선거전엔 대통령만 바뀌고 변한 것이 없어 개혁하지 못한다는 변명을 했다면 지금은 공수처 설치를 해야만 적폐인 언론, 검찰, 사법을 개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모든 적폐는 공수처만이 유일한 해결방안처럼 현 주류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말한다.
오늘의 혁명 세력은 내일의 반동 세력이 된다. 67쪽
이런 통찰적인 생각을 했던 사회주의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인간의 본성과 조직이 갖는 과두제의 경향과 좌파정당의 관료주의 병폐를 목도하고 비판했음에도 무솔리니가 이끌던 파시스트 정당에서 그 희망을 보고 참여하는 역사적 아이러니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엘리트들이 매우 비슷한 목표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때 엘리트들 내부의 경쟁은 서민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70쪽
조직의 영속화가 지상목표인 목표전치된 정치인들은 이전투구하며 각각의 지지자들을 그들의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고 이용한다.
특히 노무현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노사모들은 이번 정부에선 대가리가 깨져도 문대통령을 지지한다거나 이니맘대로 하라며 권력을 위임했으며 현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나 정치인이 있으면 인터넷 댓글로 심하게 비방하여 비판자의 목소리를 거세시킨다. 이런 지지자의 정치인 팬덤현상 이면을 권력 감정으로 설명하며 정치인의 권력욕과 같은 권력중독현상으로 분석한다.
선의의 광신도를 경계해야 하는 것처럼 권력을 지켜주겠다며 어용시민 행세를 하며 보이지 않는 완장을 두르고 비판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지지자들 역시 위험한 대상이며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권력자가 되면 남의 눈치 안 보고 본인의 주장을 관철하는 일을 반복하기 쉽다. 이런 상황은 체내 호르몬을 변화시킨다. 뇌도 타인의 감정에 무신경해도 된다고 인식하는 순간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차츰 비활성화된다 295쪽
마약이나 설탕처럼 강력한 중독을 일으키는 권력은 사람의 뇌도 바꾸며 한때 민주화운동세력이었던 정치인들이 주류로 진입하면서 뻔뻔하고 오만해지며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적인 윤리마저 잃어버리게 되며 특권의식에 젖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다.
감상
권력에 관한 명언을 소개한 후 이야기를 풀어가며 한국의 현실에 대해 언급하고 곁들인다.
견제할 수 없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로 이어지므로 파괴하는 게 맞다. 유감스럽지만 역사에서 권력만을 탐한 인간의 최후에 대한 교훈이 현실에선 적용할 수 없을 만큼 권력을 행할 수 있는 자리에 가면 제어하기 힘들다. 선한 권력에 대한 기대보다는 부패할 수 있음을 상기하며 견제할 수 있는 제도와 정치세력, 독립적인 비판세력들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니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와 운동권 정치가들의 전치된 목표가 이들 집단의 특수성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늘 있어왔다. 과도한 의전문화와 수직적인 갑질문화가 결합하여 지자체장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경계없이 휘두르게 했다.
선과 악의 경계는 모든 사람의 마음 한복판에 있다 246쪽
국민 모두가 자신의 발을 딛고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수평적 조정 해결 능력을 키워 나가는 걸 우리 모두의 과제로 삼지 않는 한 대통령 1인에게 ‘감당해낼 수 없는 일과 책임과 압박’을 주면서 열광하거나 비난하는 악순환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