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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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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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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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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OOK
칼 구스타프 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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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 books |
2012.0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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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OOK
칼 구스타프 융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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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꿈은 장면과 장면의 일관성이 전혀 없는 맥락 없는
무의미한 뇌의 작용이라고 생각된다.
설사 강렬한 무엇인가를 꿈속에서 본들 다음 날 아침이면 바닷물에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는 모래성처럼 망각한다.
우리가 흔히 꾸는 꿈을 통해 억압 되었던 자아의 무의식뿐만 아니라
집단무의식을 분석해내어 꿈의 영역을 확장한 융의 신간 red book을 읽게 되어 가슴이 벅차
올랐다.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빨간색 표지와 저자가 직접 그린 만다라형태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100년 전의
정신과의사의 개인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짜릿함과 그의 글속에 묻어나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문장들을 읽어가고 있노라면 한편의 시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런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일단 대중심리학에 융의 이론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어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번역작가의 매끄러운 번역에도 불구하고 [red book]을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난해하고 모호하다.
개별 문장으로만 보면 주옥 같은 의미심장한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문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저자 후기에도 언급되어있듯이 광인의 글처럼 맥락을 찾기
힘들어 읽으면서 부담스러웠다.
저자만의 독특한 신비적인 환상체험과 꿈의 이미지는 인디언들이 약초를
먹고 환각체험을 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옮긴이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융의 대표적인 용어의
배경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그림자, 엘 리야, 검은
뱀, 살로 메가 의미하는 바를 표면적으론 알 수 있었지만 저자의 신비적인 환상의 이야기는 이집트의
상형문자처럼 해독하기 어렵다.
1부에선 다듬지
않은 거친 꿈과 환상을 별다른 분석 없이 보여주고 있다. 1부는 모두
11챕터로 구성되어있고 꿈의 이미지를 그린 그림은 매우 작고 흑백이라 그림의 형태 자체도 분별하기 어렵다.
1부에선
사상가로서의 합리적인 이성과 자신의 여성성을 인격화한 살로메와의 만남을 강하게 거부하고 혐오한다.
2부에선 칼 융의
또 다른 여러 자아들과의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대화들이 나온 후 칼융 스스로 꿈속의 대화나 환상 속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2부는 저자가
세밀하게 자신이 꾼 꿈(신비적인 체험)을 분석해내고 있고
큰 칼라풀한 만다라 그림과 고대
종교신화적인 그림들이 나오고 그림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 있어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2부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1부 9장부터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거나 생략해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그만큼 1부는 기독교 부흥회에서 방언을 하는 신자들, 접신상태에 있는
무속인처럼 보통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융만의 언어로 표현되어있다. 자신이 체험한 환상과 신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사실 충격에 가깝다.
환각자의 환상을 옆에서 보는것만큼이나 기묘하며 그의 글들이 무질서하게 느껴지는데, 2부엔선 좀더 영성에 가까우면서도 저자의 일관적인 사고체계가
느껴져서 몰입하기가 훨씬 쉽다.
그의 글들은 형언모순적인 표현들로 채워지고 은유와 상징들이 많아서 읽기가
버겁지만 그의 글 곳곳에
'영성'이 느껴진다.
칼융이 말하는 생명이 길이 무엇일까?
현실과 꿈,선과 악, 빛과 어둠, 시대정신과 깊은정신, 지혜와 바보
엘리야,살로메 이렇게 대립하는 대상들은 반대의 특징들 특히 현실에서 부정적인 존재들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원을 이루며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나역시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정신과 철학자으 지혜만을 경외하면서 갈구했고내
깊은 곳의 욕망, 겁쟁이 소인등을 무시하고 혐오해왔다.
칼융의 글은 나의 저 깊은 곳의 목소리를 끌어내려고 해서 그 목소리가
지금의 나를 덮칠것같은 공포와 어떤 경계의 해방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