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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를 찾아서 ㅣ 한림 저학년문고 35
이가을 글, 허구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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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출판사 |
2013.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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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를
찾아서
글
이가을
그림
허구 |
목장체험 프로그램에서 소젖 짜기가 있지요. 아이들은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젖소에게 다가가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좋아합니다. 우유와 새끼 생산을
마친 10살이 넘어가는 늙은 할머니 소는 눈만 끔벅대며 우리가 이리 저리 귀찮게 해도 가만히
있습니다. 가만히 어딘가를 응시하는 할머니 소의 눈은 매우 슬퍼 보였어요. 그 때의 눈이 잊혀지지 않네요. 소와 고양이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이 책은 인간의 편의에 의해 기르는 동물들도 기쁨과 슬픈 것을 느낄 줄 아는 생명체임을
알려주니까요.
[여름이를
찾아서]엔 집고양이 케이와 길양이 여름이가 주인공이고 그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집 고양이의 수명은 십 년이 넘지만 길냥이의 수명은 추운 겨울을 나야 하기에 2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규칙적으로 먹을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길냥이 여름이는 자신에 대한 긍지가 대단합니다.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길냥이와
도둑냥이의 차이와 고양이들의 종류들도 감상할 수 있어요. 사람을 경계하는 여름이와 만지려 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가만히 몸을 대주는 집고양이 K는 사고방식과 습성이 완전 다릅니다.
책을 일부 읽어 주다가 다음에 읽어주겠다며 미루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읽더군요. 감수성이 많은 큰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둘째는 “엄마, 케이와 여름이가 옷을 바꿔 입었어.”라는 이상한 말을 해서 제가
아이의 말이 참으로 엉뚱해 읽어보았지요.
그리고 저도 눈물을 흘렸답니다. 고양이 판 왕자와
거지라고나 할까요? 변신을 한다는 옛이야기의 모티브를 살짝 채용하여 길양이 고양이와 K는 가끔씩 서로 옷을 바꿔 입고 이중 생활을 합니다.
고양이들은 6개월만 지나면 발정을 하고
괴로워하지요. 특히 암컷들은 신경이 예민해지고 계속 울어댑니다.
언니네가 귀여운 터키쉬 암컷 잡종을 키우고 있어서 잘 알아요. 근처에 수컷고양이 한마리가 있으면 집 주변의 고양이들은 밤새 합창을
하는데 그 소리가 섬뜩해서 괴롭습니다. 고양이도 괴롭고 주인과 이웃들도 힘들어 아파트에서 기르려면
중성화 수술을 받아야 하지요.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면 암컷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함께 살려면 어쩔 수 없고 여러 마리를 함께 기를 경우 번식력이 강한 고양이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필요한
부분이지만 고양이들의 입장에서 읽다 보면 인간의 무신경함을 느끼게 됩니다.
“동물들은
기계나 장난감이 아니다. 그들도 기쁘고 슬픈 것을 느낄 줄 아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동물들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바란다.”
여름이와 케이는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길렀던 고양이들의 이름입니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동화책이지요. 이 책은 판타지적인 요소도
등장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 고양이들의 눈으로 보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포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