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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 금강요정 4대강 취재기
김종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사람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8월 초 금강하굿둑에 있는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을 다녀오며
녹조로 인해 초록색으로 변한 금강을 보았다. 내 눈으로 처음 보는
광경에 이런 사태를 초래한 사람을 원망과 저주하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계시는 대전에서도 이 금강물을 이용해 식수로 사용하는데도 말이다. 난 의정부에 살고 있으니 금강을 비롯한 4대강의 비극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 내용 중에 2016년 한강에서 수질오염
최악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보며 남의 일이 아님을 느꼈다. 역시 나란 사람도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녹조는 사실 독이다.
녹조는 부영양화된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부유성 식물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는 현상인데,
수면에 쌓여 물색을 현저하게 녹색으로 바꾼다. 녹조 속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농산물에 이런 물을 주어 재배한다면 미량이지만 독성물질이 축척된다.
"낙동강 녹조물을 2리터 먹을 경우
사람도, 동물도 사망한다"
아무리 정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일지라도 이 녹조의 독서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다.
영산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196ppb, 금강은 310ppb, 한강은 386ppb, 낙동강은 434ppb가 측정되었다.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치는 리터당
1마이크로그램, 즉 1ppb이다.
1996년 브라질에서 마이크로시스틴에 오염된 물을 사용한 131명
중 52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쉽게 말하면 검출만 되어도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물그릇'을 키운 게 아니라 '독극물 그릇'을 키웠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발표하는 4대강의 수질은 2급수라는 발표가
이어진다.
2급수는 사람이 음용할 수 있는 물이다. 그런데 과연
환경부를 믿고 잘 정수된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작가는 환경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고, 금강물을 떠서 1년에 3~5차례 마시는 생체 실험을 진행했다.
2014년 4월 공주보 상류에서 물을 떠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금강물을
마셨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함께 식은땀이 흐르고, 몸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 낸 후에야 숨을 쉴 수 있었다. 2015년에는
금강물을 마신지 1~2분 만에 배탈이 났고, 피부질환과 두통이 함께 동반되었다. 그런데 그가 마신 금강물은 충청남도 서북부 도민들의 식수원으로 하고 있다.
2급수가 아니라 썩은 물이다. 결국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최악
수질인 4급수 오염 지표종 붉은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었다.
자, 이렇게 4대강으로 인해 죽어가는 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4대강 사업에 투자된 우리 세금이 수조원에 이른다.
처음에 나 역시 투자한 원금이 아까워 그대로 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쪽이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장점을 주장한 사람들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면?
이로 인해 수질 개선, 오염 저감, 수돗물 정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지속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안다.
자연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고철 덩어리일 뿐인 4대강의 보를 철거하여 강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을.
강이 죽으면 연쇄적으로 많은 생명채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이 죽고 나면 결국은 우리가
죽어야 할 차례다. 우리는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작은 실천과
노력으로 자연을 살릴 것인가? 과연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