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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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넷플릭스 영화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의 원작 소설이란 문구와 잘생긴 남자 얼굴에 이끌렸다. 190cm의 큰 키에 조각 같은 몸매, 거기에 이탈리아 마피아의 가주이자 거부인 돈 마시모.

죽음의 고비를 넘나드는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돈 마시모는 이때 환상 속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녀의 환상이 수시로 나타나 그녀가 마치 살아있다는 착각 속에 그녀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그녀를 찾기 위해 환상 속의 그녀를 그림으로 그려 집 안 곳곳에 붙였고, 그의 수하나 가족들 역시 그녀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한다.

폴란드 작은 마을에서 러시아계 엄마와 폴란드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라우라.

17살에 엄마의 권유로 사교댄스를 배우기 시작하며 댄스 강사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강사는 마약에 취해 그녀를 함부로 대한다. 심지어 그녀가 보고 있는 앞에서 자살을 한다고 소동을 피우기까지 했다. 그녀를 집착하는 남자를 피해 바르샤바로 도망가듯 이사한 라우라.

그곳에서 호텔 관리직으로 일을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호텔 일과 사랑에 빠지며 호텔 지배인까지 오르게 된다. 이렇게 일에 매진하던 라우라는 목표했던 지배인 자리를 차지하지만 번아웃으로 인해 좋아하던 일까지 그만두게 된다. 그녀를 위해 남자친구는 이탈리아 시칠리 여행을 계획하는데...

계약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오던 돈 마시모는 이렇게 환상 속의 그녀를 공항에서 만나게 된다.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돈 마시모는 그날로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라우라의 생일, 우연히 돈 마시모의 카페에 들르게 된다. 서로를 알아보기라도 하듯 그들의 시선에는 불꽃이 튄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100kg이 넘는 거구에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기에 휴가 중에도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생일인데도 역시나 마찬가지... 그렇다고 그 둘 사이는 플라토닉 러브에 가까워 섹스라고는 거의 없다. 휴가에서도 그녀는 방치되었다는 느낌에 절규하며 그를 떠나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날은 어두워지고 새 신발은 발을 아프게 하는 가운데 심각한 길치였던 라우라는 길을 잃고 헤매다 쓰러진다.

조직원을 통해 그녀를 미행하던 돈 마시모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하며 남자 친구와 헤어지도록 계략을 꾸민다. 우선 남자 친구의 술에 빨리 취할 수 있도록 약을 타고, 매춘부를 투입시켜 성행위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는다.

한편, 기절했던 라우라는 힘겹게 눈을 뜨지만 모든 것이 변환 환경이 두렵기만 하다.

이때 모습을 드러낸 돈 마시모. 그녀는 그를 스토커로 생각하고 악다구니를 쓴다.

이에 돈 마시모는 두 개의 봉투를 그녀 앞에 내민다. 하나는 남자친구의 불륜 사진과 다른 하나는 가족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다.

협박이자 하나의 제안을 내미는 돈 마시모, "365일 동안 날 위해 희생해 주어야겠어. 네가 나를 사랑하도록 온 힘을 다해 뭐든 할 거야. 만약 네 다음 생일까지도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보내줄게. 물론 네가 원치 않는 일은 안 해. 네 의사에 반하는 일도 시키지도 않을 거고. 너를 이 세상 누구보다 존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그들의 동거가 시작되는데, 돈 마시모에게서 도망가려는 라우라와 그녀의 사랑을 사로잡기 위한 돈 마시모의 밀당이 시작된다. 사람도 별스럽지 않게 죽이는 마시모. 그 모습을 보며 심장병이 도져 쓰러지는 라우라. 계속되는 라우라의 도발에도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돈 마시모.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1권 하반부에는 돈 마시모가 저격 당해 살해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 소식을 들은 라우라는 심장 혈관이 막혀 쓰러진다. 결국 돈 마시모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라우라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또한 뉴스와 달리 돈 마시모는 총격을 받았지만 살아있다.

450페이지가 넘기에 한 권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줄 알았지만 3부작이라고 한다.

두 번째 책은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2021년 중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구체적인 성행위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읽는 동안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영화의 소재로 적당한 것 같다.

거기에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방해물과 반대 조직의 테러까지... 영화로는 최적화된 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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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교양 - 일상에서 나를 살리고 살리는 최소한의 지적 무기
이용택.김경미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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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을 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교양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모르면 잠시 쪽팔리겠지만... 그런데 제목이 생존 교양이라니...

하지만 남들 앞에선 절대 기죽을 수 없다면 이 책을 통해 상식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나만 몰랐을 것 같은',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3Part로 구분되어 있다.

Part 1. 나만 몰랐을 것 같은

파트 제목만 보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들 모르게 얼른 내 머리에 넣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든다.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린 사람이 바로 미켈란젤로이다. 원래 천재 조각가이었는데 이를 시샘한 화가들이 그에게 프레스코 화법의 그림에 도전하게 했다. 미켈란젤로는 이전에 프레스코 화법으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프레스코 화법은 석회가 말라버리기 전에 물감을 입혀 그림을 완성하는 기법이다. 실수했을 경우 석회를 아예 떼어내야 하기에 정확하고 빠르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켈란젤로는 4년 6개월 동안 천장 작업대에 올라 몸을 뒤로 젖혀 누운 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550제곱 미터 규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만 300명이 넘는다. 결국 천재 화가는 이 작업을 완성했다.

약 30년 후 예순이 넘은 미켈란 장소는 같은 장속에 <최후의 심판>을 완성한다. 약 167제곱 미터 공간에 391명의 인물로 인류의 종말을 표현했다.

이렇게 한 천재 화가의 손에서 성경 속 인류의 시작과 종말이 한 장소 안에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판사판 공사판

지금은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지만 원래 이 용어는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이판승(산중에 은거하며 경론을 공부하고 참선을 수행하는 승려)과 사판승(마을에 시주를 얻으러 다니고 농사도 지어 사찰 살림을 꾸리는 승려)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불교에서는 어떤 사안을 논의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대중의 참여 속에 공개회의를 하는데, 이를 '대중공사'라 한다. 줄여서 '공사'나 '공사판'이라고 불렀다. 즉, 이판사판 공사판은 이판승과 사판승이 함께하는 회의인 셈인데 그 의미가 바뀌어 막다른 처지에 몰리거나 일이 뒤죽박죽 섞여버린 상황을 나타내는 비속어가 됐다.

Part 2.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자세한 뜻이나 용어를 모르는 것들을 쉽게 설명해 준다.

황제 & 왕

황제를 칭하는 일인칭 대명사는? '짐', 조선의 군주인 임금을 칭하는 일인칭 대명사? '과인'

신하들이 황제를 부를 때는? "폐하", 임금을 부를 때는? "전하"

신하들은 왕을 만날 때 왕이 정사를 보는 전각 아래에 서 있었기에 '낮은 자리를 바라봐 주십사'하는 마음을 담아 '전하'라 불렀다.

황제를 알현할 때는 전각보다 낮은, 그 아래 섬돌 밑에서 조아리고 있었기에 "폐하"라고 부르게 되었다.

홍위병

홍위병은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 이른바 '문혁'을 주도한 급진 세력을 일컫는다.

마오쩌둥은 1958년 농공업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며 '대약진운동'을 시작했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정책으로 오히려 4천만 명이 굶어 죽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그 책임을 지고 권력에서 물러났고, 그 뒤를 이어 개혁파인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이 등장하며 자본주의경제를 일부 도입했다. 권력에서 밀려난 마오쩌둥은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반정부적 학생 조직을 선택했다. 마오쩌둥은 낡은 사고, 낡은 문화, 낡은 풍습, 낡은 습성을 타도해야 새로운 세상이 온다며 혁명의 순수성을 지킬 것은 청년들밖에 없다며 이들을 부추겼다.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10대의 홍위병들은 구시대적, 자본주의적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때려 부쉈다. 공자의 묘가 파헤쳐 지고, 유교 경전이 불태워졌으며, 역사적 유산들이 제 모습을 잃었다. 지식인, 예술인들이 거리로 끌려 나와 '인민재판'을 당했고 강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들은 낡은 관습을 버리지 않는 스승을 두들겨 패고, 아버지의 뺨을 갈기고, 부잣집을 습격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반동분자로 내몰았다.

홍위병의 도움으로 숙적을 물리친 마오쩌둥은 1년 6개월 만에 홍위병마저 물리치지만, 문혁은 이후로도 8년 더 이어진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학 입시는 중단됐고, 대다수 공장도 문을 닫았다. 경제적 피해는 5천억 위안(약 85조)에 달했다. 이런 재앙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1976년 9월 9일에 비로소 끝났다.

Part 3.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파트 제목만 보면 이 부분만 읽으면 나도 좀 똑똑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테슬라

미국의 유명한 전기차 회사의 이름, 과천 과학관의 테슬라 코일을 만든 사람, 에디슨을 바보로 만든 천재 과학자 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이름을 처음 듣는다. 하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는 테슬라의 발명이 있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어? 전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에디슨'인데? 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직류 전기', 테슬라가 발명한 것은 '교류 전기'이다.

얼마나 천재이고 기괴한 발명을 했던 사람인지 그 이력을 보면 알 것이다.

처음으로 전신을 보낸 사람, 땅에다 전기를 흘려 아무 데서나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 타임머신을 개발하려던 사람 등등.

아마도 테슬라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로망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아모르(AMOR)'를 거꾸로 읽으면 '로마(ROMA)'가 된다.

로마에 있던 지식인들은 고급 라틴어로 철학과 예술을 논했다. 하지만 로마의 지배를 받던 프랑스, 에스파냐, 포르투갈, 루마니아 등 주변 지역 사람들은 고급 라틴어에 사투리를 섞어 독자적인 언어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것을 로망스어라 불렀다. 이런 어원을 가진 '로망'이 시간이 지나며 '로마의 지배를 받던 지역의 언어'라는 뜻에서 하나의 문학 장르를 의미하는 단어로 발전돼 '로마 스타일의 문학'을 일컫게 된다.

당시 로망스어로 쓰인 로마 스타일의 문학은 주로 기사의 모험과 사랑을 담은 소설이 주를 이루었다. 중세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과거 혹은 사회의 이념과 다른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다룬 게 특징이었다. 여기서 유래된 단어가 '로맨틱'이다. 원래는 '로마스럽다'라는 뜻이지만, '낭만적이다. 사랑스럽다'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에 걸쳐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로맨티시즘', 즉 로맨티시즘도 그 어원은 로마이고 로맨스다.

로맨티시즘은 고전주의와 합리주의를 반대하고 개성, 감성, 정서 등을 중시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낭만주의'라고 부르게 된 걸까?

여기에는 일본의 영향이 크다. 일본에 '로망'이라는 단어가 유입됐을 때 발음이 비슷한 '낭만'이라는 단어를 차용해 부르게 된 게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한국어로는 '낭만'이지만 일본 발음은 '로만'이다. 한자 단어 '낭만'의 뜻과 '로망'의 의미가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단지 발음만 차용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빨간 줄을 너무 많이 그은 것 같다. 그만큼 그 뜻과 어원을 몰랐고, 굳이 알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과 근원을 알고 나니 나름 뿌듯한 생각이 든다.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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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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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이고 감성이 메마른 40대 아저씨에게 이 책이 도착했다.

처음엔 책을 읽는 동안 '뭐냐~ 별 내용 아니네'하며 슉슉 책장을 넘겼다.

책 중간까지도 별 감흥 없이 그냥 읽었다. 아마도 평일 밤 12시를 넘긴 시간이었으리라... 토요일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가족들이 모두 곤히 자고 있는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 책을 읽었다. 어? 이런 내용이면... 말랑말랑한 감정이 잠에서 깼는지 책 내용이 마음에 와닿는다.

가능한 책 내용을 사진으로 올리지 않는데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좋은 글귀를 그대로 올려본다.


우린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하고, 내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사랑을 인정하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지만 너무 자신을 사랑하지 말자! 그래야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만 내 눈에 보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도 더듬고, 괜히 머리카락만 만지게 되고...

사랑하는 감정을 감추려 하지 말자! 상대도 나를 좋아할 수 있으니...

확률은 50 대 50. 용기를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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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간 세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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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키에 말끔한 양복 차림, 흰머리에 샤프한 인상까지. 거기에 대형 꽃다발을 들고 퇴근하는 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이 갈 법하다.

다케와키 마사카즈, 그는 40여 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정년퇴직하는 날 송별회에서 받은 꽃다발을 들고 지하철에 올랐다. 회사의 중역으로 송별회 날 회사에서 차를 보내주었지만 그마저도 폐를 끼친다며 사양했다.

우리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40여 년간을 일을 우선시하며 살아왔다.

그들만의 세계였던 회사에서 나온 그는 앞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퇴근길이 인생의 마지막이 될 듯하다.

출입문 근처에 서 있던 다케와키는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지하철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너무 높은 혈압에 뇌혈관이 터져 수술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의식은 살았으나 몸은 겨울잠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

응급실에서 생명 보조 장치로 연명하던 다케와키에게 80대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실제 인물이 아닌 다케와키의 뇌 속에서 영화처럼 펼쳐지는 생각을 이야기로 정리했다. 우아하게 나이 든 파리지엥의 노인, 그녀와 함께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거리를 걷는다. 그녀는 4일 동안 쓰러져 있어 음식을 먹지 못했던 다케와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준다. 신주쿠까지 이동하려는데 다케와키는 죽음의 문턱이었던 지하철로 신주쿠까지 이동하자고 제안한다.

신주쿠의 맛집에서 그녀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데 모든 것이 다케와키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녀가 어떻게 그의 식성을 알았을까?

다케와키 그는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부모 얼굴도, 출생연월일도 모른 채 보육 시설에서 자라났다.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했던 다케와키는 장학금을 지급하는 공립 대학교에 입학했고, 대기업에 입사하며 남들과 동일한 출발선에 드디어 서게 된다.

두 번째 환상, 그는 잔잔한 해변 가에 도착해 있다. 아내와 딸아이가 해변에서 놀고 있다. 그런데 먼 해변가 카페에서 60대 정도의 여성이 다케와키에게 손짓한다. 아직까지도 그는 이 여성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아마도 부인의 헬스클럽 멤버 중 하나라고만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시원한 음료수를 서로 나눠 마시면서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세 번째 환상, 사카키바라 가쓰오라는 중환자실 옆 침대의 노인이 나타났다.

팔십 대 중 후반으로 가족이 있지만 혼자 살고 있는 사카키바는 매일 같이 출근하는 곳이 이 병원이었다. 60대 협심증으로 생명을 구했지만 이번에는 뇌출혈로 생명의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인근의 목욕탕을 찾아 그의 옛이야기를 듣게 된다. 원자 폭탄으로 부모도 그날의 기억도 잊은 사카키바.

어린아이가 혼자 살아가기 위해선 작은 것부터 훔치는 것을 시작했다고. 그때 그들의 우두머리 여자 미네코.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와 연이 닿지 않았고, 그 후로 찾으려 노력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이젠 시간이 얼마 없다. 다케와키의 생명줄이 끝을 행해 달려가고 있다.

마지막 환상, 그는 또다시 지하철을 타고 있다. 그곳에서 미네코를 기다린다.

열다섯의 미네코는 갓난 아기를 안고, 짐 보따리를 목에 멘 채 지하철에 올랐다. 축 늘어진 스웨터에 짧은 치마, 맨발에 게다를 신은 여성. 다케와키도 그녀를 돌봐주고 싶지만 인파 속에 묻혔다. 한산해지는 지하철 속에 그녀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녀를 돕고 싶지만 지하철의 느슨한 공기에 졸음이 쏟아진다.

몇 정거장이나 지났을까, 지하철 안이 소란스러워 눈을 떴다. 십대의 미네코는 보이지 않고 아기만 의자에 놓여 울고 있다. 그의 기억 속에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벚꽃 색깔의 보자기가 아기 옆에 놓여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를 찾아왔던 3명의 여성은 모두 미네코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케와키의 생모였다. 눈앞에서 생모를 놓쳐버린 다케와키에게 4살 때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아들 하루야가 나타난다. 지하철 대합실에서 혼자 떨어져 쓸쓸히 지냈을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하루야를 따라 전철에 타려 한다.

하지만 하루야는 자신은 남자이기에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고, 엄마와 동생 그리고 동생의 세 딸들을 더 많이 사랑해 주라는 당부를 남긴다.

태평양 전쟁 후 전쟁고아와 그 아들의 삶을 다케와키라는 노인을 통해 잔잔히 보여준다. 그 당시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정보다는 일이 그리고 직장이 우선이었던 우리들의 아버지의 삶.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잊히지 않는다.

그 갈망들이 환상을 일으키며 못다 한 모정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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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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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작가의 들어가는 말이 나오는데, 특이하게 옮긴이의 말이 먼저 나온다. 다시 책 표지를 확인한다. 장원청 지음... 우리나라 사람 아닌가? 잠깐의 혼동... 작가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만 150만 독자들이 선택한 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10만 부가 넘게 펴낸 베스트셀라라는 문구에 기대감이 높아지며 좋은 책이라는 앵커링 효과가 나타났다. 거기에 인간 심리를 분석해 75가지 심리 법칙을 알려준다니 더 믿음이 갔다.


첫 번째 소개한 심리 법칙은 미러링 효과이다.

미러링 효과는 우리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나'에 대한 자아 인식 또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서 온다는 것이다.

심리 법칙에 대한 정의와 간단한 예시를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지만 3쪽의 분량으로 방대한 심리 현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해될 듯 말 듯 애매한 채로 설명이 끝난다. 다음 법칙은 더 쉽게 이해되겠지 생각하며 책을 더 읽어본다. 하지만 역시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75가지 법칙을 다 소개하자니 지면이 부족한 건 이해하지만 좀 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올 예시를 든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르스는 자신이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심리 욕구라고 생각했다.


심리학 책을 읽을 땐 격하게 공감하는 편인데, 이 책은 '진짜?' '맞아맞아'와 같은 공감과 놀라움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아마도 서두에 심어둔 앵커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탓이 크지 않을까? 그래도 답답한 대인관계 혹은 직장 생활에서 조금은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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