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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 -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평점 :
전쟁의 신이라 불렸던 사나이, 죽음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했고 두려움을 몰랐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전쟁에서 패해 사로잡힐 위기에 처했다. 죽음을 택하자니 결원도의의 형제들이 생각났다.
죽음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이렇다 할 결정도, 마땅한 구원도 없는 절망의 상태에 빠진 관우.
그나마 화옹을 단칼에 죽이며 조조의 관심을 샀다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이다.
간웅인 조조에게 투항하느니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를 설득하기 위해 장료가 나타났다.
도원결의를 생각하고, 충을 생각하라는 장료의 설득에 관우는 3가지 조건을 내건다.
한나라에 투항하는 것이지, 조조에게 투항하는 것이 아니다. 유비의 두 부인에게 생활하기 넉넉한 유비의 녹봉을 내려줘라. 마지막으로 유비의 생사가 확인되면 그땐 말없이 떠나도 용서하라는 조건이다.
관우를 아끼던 조조는 세 번째 조건은 극구 반대한다. 이때 장료가 관우를 옆에 두고 있으며 유비가 해 주지 못했던 것들을 해준다면 관우도 조조를 택하지 않겠냐는 꾀를 낸다. 관우를 꼭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조조는 관우의 억지스러운 3가지 조건을 승낙한다.
이렇게 투항을 결정했지만 아직도 조조에게 투항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관우.
이런 상황을 속시원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유비의 두 부인 밖에는 없었다. 자신의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관우는 더 열심히 두 형수를 모시며 유비의 생사를 찾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조조의 환심은 정말 엄청났다. 사흘이 멀다 하고 큰 연회와 작은 연회를 열어 그의 마음을 사고자 했으며, 황제를 만나 편장군이라는 직책을 하사하게 하였고, 10명이나 되는 미인을 하사하고, 황금과 은으로 그의 마음을 사고자 했다.
이런 조조의 후대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오히려 더 관우의 마음을 닫히게 만들었다. 그럴수록 조조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갔다.
원소에게 몸을 피해 있던 유비는 원소를 자극해 조조와 전투를 벌이게 만든다. 하북의 맹장이라 불리는 안량이 대군을 이끌고 조조를 공격했다.
병력도 적고 장수도 변변찮았던 조조는 이 싸움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었다. 이때 조조의 환대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관우가 직접 전투에 나서게 된다. 사실 관우는 뛰어난 장수이기는 하나 적장을 단칼에 베어버릴만한 무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집중력이 최고도로 높아지게 되며 그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번 싸움에서도 조조의 장수들이 관우를 적대하며 그를 무시했기에 상처 난 자존심과 이들에게 과시하고픈 욕망에 적토마에 올라 적진에 뛰어들어 단칼에 하북의 맹장 안량을 베어버렸다.
이 소식이 안량의 벗이자 라이벌인 문추에게까지 알려졌다. 죽은 안량의 복수를 다짐하며 군사를 동원했지만 그는 전장으로 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자신이 아는 안량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위인이 아니었다. 그런 친구가 단칼에 목이 잘렸다니... 관우라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 아닐까? 사람이 신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런 과대망상이 그의 머릿속을 잠식했다. 전투에 나서기도 전에 두려움과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그렇다면 싸움은? 누가 봐도 문추의 패배가 확실하다. 결국 전투에서 몇 번의 합을 마치고 도망치지만 오히려 뒤를 보인 것이 그에겐 실수였다. 그 역시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목숨을 잃게 된다.
관우, 드디어 유비가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조조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길을 떠났다. 관문을 통과하려면 조조의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5개의 관을 지키는 장수들은 이런 관우를 얕보았다. 자신이 관우보다 지략과 무력이 뛰어나다는 망상 속에 그들은 관우를 도발했다. 첫 번째 죽은 장수는 무력이 별로여서, 두 번째 죽은 장수는 계략이 떨어져서, 세 번째 죽은 장수는 진법이 부족해서 등등 자신은 평균 이상이기에 관우와 대적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을 세우고 싶다는 욕망에 스스로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렇게 5관 6참의 신화가 완성된다.
외골수인 장비와의 만남. 배신자 관우를 처단하기 위한 장비의 장팔사모는 예리했다. 손건과 두 형수의 상황 설명에도 그는 관우를 용서하지 못했다. 이때 마침 관우의 뒤편에서는 조조의 대장군인 채양이 죽은 조카 진기의 원한을 갚기 위해 대군을 끌고 온 것이었다. 이를 본 장비는 관우가 자신을 잡기 위해 조조의 군사를 이끌고 왔다고 오히려 더 화를 냈다. 이에 관우는 채양을 죽여 그의 무고함을 나타내야 했다. 결국 이번에도 관우는 조조의 장군을 한 칼에 베여버리고 말았다.
#심리학이관우에게말하다 책을 만나기 전까지 삼국지는 단지 재밌는 영웅담과 무협 소설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며 관우, 유비, 조조, 제갈량의 심리를 깨달으며 읽으니 삼국지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오히려 무협 소설이라기 보다 인간 군상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책으로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삼국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