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임당을 그리다 - 내실에서 꿈을 찾은 예술가
정항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4월
평점 :
신사임당하면 제일 먼저 율곡의 어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그 다음은 여류화가, 오만원 지폐, 그리고 왜? 입니다.
여성 비하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돈의 고액권에 해당하는 인물인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과 반감때문입니다.
솔직히 신사임당에 대해 아는게 없다보니 이런 반감이 더하지 안았을까하는 생각에 책을 통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신사임당 => 성씨는 '신', 이름은 '사임당'?? 과연 맞을까요?
'사임당'은 조선 시대 선비가 자신을 나타내는 '호(號 - 허물없이 쓰기 위하여 지은 이름)' 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율곡이 어머니 사후에 남긴 <어머니 행장>에 나옵니다.
"어머니의 휘(諱 - 죽은 어른의 생전의 이름)은 모(某 - '아무개'의 뜻을 나타내는 말,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거나 굳이 밝히려고 하지 않을 때 쓴다)로
진사 신명화의 둘째 딸이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아들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적은 글에도 어머니의 성함은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여인이라면 당연한 숙명으로 받아 들였을 삶이었을 텐데 오히려 남자도 아닌 여자가 자신의 이름을 굳이 지었다니 더 놀라운 일입니다.
'사임당'이라는 당호는 여성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으로 '사(師)'는 스승이니 본닫는다는 뜻이고,
'임(任)'은 중국 주나라 문황의 어머니 '태임(太任)의 '임'자에서 따온 것이다. 즉, 태임을 사모하고 본탑고 싶다는 뜻 입니다.
훗날 율곡이 이르기를, 어머니께서 실시한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는 네 가지 태교법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선비가 몸을 닦는 데에도 필수 덕모이라고 했다고 기록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학문과 글을 익혔을까?
당시 여자는 길쌈하고 바느질 잘하면 그만이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60여년으로 거슬러 조선 전기 1551년에 일이니 말이다.
사임당의 고조할아버지는 세종 임금때 좌의정을 지낸 문희공 신개이며, 증조할아버지는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신자승이고, 할아버지는 신숙권은 영월군소 재임하였다.
사임당의 외할머니는 강릉최씨로 중종 임금 때 사헌부대사헌과 형조참판을 지낸 강릉의 문벌 최응현의 딸이었다.
아버지 신명화와 어머니 용인이씨 사이에는 아들 하나 없이 딸만 다섯으로 그 중에 둘째 딸로 태어났다.
이런 명문가에 태어났으니 요즘말로 하면 '금수저'였음에 틀림이 없다. 이 즈음에 약간의 빈정이 상해 그럼 그렇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만약 그의 아들 율곡이 없었다면??
율곡은 어머니의 3년 상을 마치고 열아홉 살 되던 해 금강산으로 들어가,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첫 벼슬로 호조좌랑에 임명되었다.
이때를 전후해 율곡은 나라에서 실시한 크고 작은 시험에서 아홉 번이나 장원을 했다. 그런 이유로 그가 말을 타고 거리에 나가면 아이들은 말을 에워싸고
'아홉 번을 장원한 분(구절장원공)이라고 손뼉을 치며 따랐다. 서른 살에 예좌조랑, 그리고 사간원 정원에 임명되고 호조판서를 두 번, 이조판서를 두 번, 형조판서, 청주목사, 황해도 관찰사 등 수많은 벼슬을 지내면서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이쯤되면 그 부모가 누구일지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이런 아들이 어머니에 대해 적은 <어머니 행장>에 온화한 천품, 정결한 지조, 현숙한 부인, 그리고 학문은 물론 시, 서, 화, 자수에 이르기까지 모두 뛰어나다고 기록하였는데 과연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만약 율곡의 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그 누가 이 여인을 기억이나 해 줄까?
책에서는 그녀의 재능이 남다르고 중국 서화풍을 모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 세계를 펼친다고 칭찬하지만, 그림의 문외한인 일반인이 보기에는 '조금 잘그렸네' 라고 한마디 할 정도이다. 구도니 생동감이니 수묵의 기법이니 서체의 독특함이니........ 당췌 모르겠다.
하지만 또 한가지! 사임당에 대한 기록과 작품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 평가절하 해서는 안 될것 같다.
후대의 많은 고위 관료와 자칭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데에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책에서는 이 부분을 상당히 중요히 다루고 있다.
책을 통해 어머니 신사임당과 여류작가 신사임당을 모두 만나 볼 수 있으며, 아들 율곡의 글을 통해 어머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사실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