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마르틴 부버 지음, 표재명 옮김 / 문예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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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심오한 철학서에 대해 자세한 분석을 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니 논외로 하고,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만을 적으려고 합니다.

'나와 너'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개인주의적 인간관을 배제하고 관계로서 존재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나-너'의 관계의 세계 속에서만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남을 통해 우리는 참된 삶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근대 문명을 비판하고 인간 소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계에 집중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인과율의 세계가 아니며, 사람은 그의 관계 능력에 의하여서만 정신 안에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 마르틴 부버는 유대신학을 기반으로 한 종교사상가이지요. 그가 말하는 '나-너' 관계는 기본적으로 신앙 안에서 신을 만나는 체험을 그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관계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현재 한국 보수기독교 세계 일부에서 '나-그것'의 물질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그릇된 신앙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신앙의 모습에 지쳐 종교를 외면하지만, 마르틴 부버는 참다운 신앙을 통해 우리가 신과의 만남 속에서 '나-너'관계를 맺고 현대의 정신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근원은 '나-너'관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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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 조선의 역사를 만든 병, 균, 약
방성혜 지음 / 시대의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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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하면 보통 보약을 먹고, 몸을 보하는 치료를 많이 떠올린다. 유학에 의거해 몸을 째거나 하는 외과의학은 한의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 있고, 정조는 그러한 외과적 치료를 받지 못해 종기로 사망하였다 알고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도 종기치료는 외과적인 방법으로 치료하였고, 침으로 터트리거나 심지어 째기도 했다.

저자는 한의사로서 우리가 한의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조선 시대에 만연하였던 종기 치료를 주제로 한의학이 종기를 어떻게 치료해왔는가를 고찰하고 있다.

현대에서야 종기는 고약만 사용하면 쉽게 낫는 병이지만, 조선시대에는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한의학은 끊임없이 종기와 사투를 벌여왔다. 종기치료에 특화된 치종의가 존재하였고, 그들은 피침이라는 것으로 외과적 치료를 하기도 했다.

이렇듯 종기치료를 통해 바라본 한의학은 대단히 전문적이다. 서양의학과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온 한의학은 그 나름의 체계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적 관점에서도 대단히 전문적인 치료를 해온 것이다.

한의학이 서양의학이 기본이 된 현대의학과 체계가 달라 편견을 갖기 쉬운데 저자는 종기라는 질병을 치료해온 한의학의 역사를 통해 한의학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정조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고,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적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같은 시기의 서양의학보다 한의학이 대단히 과학적이었음을 새롭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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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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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원영은 태생적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다. 그로인해 어린 시절에는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 수치심을 가졌었지만, 대학을 나오고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여러 경험을 통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춤'이라는 것까지 이르른다.

저자는 장애의 몸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경험과 함께 장애라는 것을 깊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쉽게 잊고 살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당연히 몸을 가지고 있고, 그 몸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으며, 그들 또한 몸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듯이, 그들도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고유의 경험을 가지고 움직이고, 우리는 그들의 신체 움직임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저자는 춤에 대하여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몸이 가진 고유한 특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개인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몸의 현존성을 말하고, 거기에서 근대적 무용의 아름다움이 탄생함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무용수들은 완벽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높은 수준의 기교를 보이며 춤을 추었고, 그것이 그 당시의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무용은 사건을 지향하며, 한 사람이 당대 사회를 살아가며 그 몸으로 만난 구체적 타자들의 '물질적인' 종합이 춤의 '영혼'이 된다. 결국 인간은 춤을 통해 '경이'를 만나고, 거기에 춤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완벽한 몸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저자는 춤을 통해 '경이'를 체험한다. 기꺼이 몸을 움직여 자신의 실존을 체험하고, 자신의 몸과 관계맺는 방식을 통해 타인의 몸과 관계맺는 방식을 새롭게 익히고, 그럼으로서 공동체를 이루는 '몸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고자 한다. 그리고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공존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된다.

이 에세이는 단순히 장애를 가진 김원영 작가의 체험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춤에 대한 역사적이고 인문학적인 사색과 몸이라는 것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깊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몸'이라는 것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대단한 책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몸으로 직접 써내려갔다는 말이 과히 틀리지 않는 책이다. 혐오와 배제가 넘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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