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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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하다보면 예전에, 혹은 어릴 적에 읽어서 오랫동안 읽지 않은 책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다. 톨스토이의 이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또한 톨스토이가 의도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쓴 탓에 어린이용으로 많이 출간되었고, 그리하여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닌 나조차 그 당시 만날 수 있던 소설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40여년이 지나 다시 읽으니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좋은 책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날 가치가 있음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 느낀 것 첫번째는 톨스토이가 이 단편집의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것이다. 정말 제목 그대로 소설의 내용들이 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주제의식을 가지고 인간에 대한, 특히 그 욕망에 대한 통찰과 깨우침을 사회의 모든 계층, 즉 무지렁이 농부들부터 지식인들과 나누기 위해 이렇게 훌륭한 소설들을 써냈다.

톨스토이의 지향점은 순박한 삶 속에서 사랑하고 베푸는 삶이다. 특히나 공산주의적 이상을 가지고 있어서 손에 굳은 살이 있는 사람은 식탁에 앉고, 없는 사람은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점은 '바보 이반'편에 잘 나와있는데, 다만 나는 '바보 이반'편을 읽으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단지 먹는 것만 충족하면서 사는 존재가 아닌데 이 점은 생각지도 않았구나 싶었다. 하긴, 그러니까 나중에 저작권을 두고 아내와 대판 싸우고 가출했다가 결국 사망한 것이기도 하니까.

솔직히 나로서는 톨스토이의 이상은 좋아하지만, 결국은 그가 귀족출신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물론 수도하는 삶이 훌륭하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수도승일 수는 없지 않은가. 검소하게 살면서 타인에게 겸손하면서 사랑하고 베푸는 삶에 대한 톨스토이의 깨달음에 감탄하면서도 결국은 땅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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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운명의 집 ㅣ 쏜살 문고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미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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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며 쓴 기행기록으로 내 생각에는 그 당시의 어느 잡지나 신문에 칼럼 형식으로 연재한 것을 모은 듯 하다.

여행의 시기는 제1차세계대전 이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중까지에 이르른다. 즉, 제1차세계대전 전 활기찬 문화가 넘실거리던 도시의 분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음울한 분위기로 변하는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일단 츠바이크의 명성만큼 도시에 얽힌 역사가 그 도시에 새긴 분위기와 고유한 특성들을 정말 잘 잡아낸다. 특히나 문화의 힘에 대해 강하게 말하는데, 그 속에는 엘리트 주의와 민중에 대한 반감 또한 들어 있다.

그야말로 도시의 풍경 속에서 당시 시대상도 잘 나타나 있는 여행 기록. 역시 슈테판 츠바이크가 글을 잘 쓰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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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꽃 소년 - 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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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인생은 참 존경스럽다. 그 업혹하던 시절 노동자의 현실을 담아낸 '노동의 새벽'으로 지식인들에게 경종을 울렸고, 스스로 노동운동을 조직하여 활동하다가 구속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사회에 돌아왔으나, 스스로 민주화운동유공자로서의 국가보상금을 거부하였다. 이후 그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천명하며 해외의 분쟁지역에 직접 들어가 평화활동을 하고 사진작가로서 전시회를 열며, 새로운 작품에서는 생명과 사랑, 평화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길을 확고히 걸어갈 수 있는 저자의 힘은 어린 시절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것을 저자는 어린 시절을 담은 에세이 "눈물꽃 소년"에서 보여준다.

박노해 시인의 어린 시절은 남도의 한 시골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그 마을에서는 죄를 지은 자를 보듬 줄 아는 어른들이 살고 있었고, 서로가 가난함에도 더 힘든 사람들과 동물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남겨두는 너그러움이 있었다. 천주교 신앙을 통해 시인은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고, 부당함에는 몸사리지 않고 맞서는 친구들이 있었다. 결국, 박노해의 마음씀에는 어린 시절의 학습이 있었던 것이다.

박노해 시인이 살던 마을에는 우리가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서 잃어버린, 그러나 다시 되살려야하는 마음들이 있었다. 시인은 그 마음을 잊지 않았고,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통해 그 마음을 배우고, 또 다시 되살려야 하는 의무를 알게 된다. 아마 그 마을의 어른들은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어린 '평이'를 더욱 아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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