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반언어 - 카를 크라우스의 아포리즘과 에세이
카를 크라우스 지음, 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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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크라우스의 작품을 한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펀딩에 참여했습니다. 독서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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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 헨리 포드부터 마사 스튜어트까지 현대를 창조한 사람들
전성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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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못 거창한 제목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에서의 느낌과는 달리 우리의 현대 생활을 형성한 발명품을 만들거나 생활양식을 발명한 기업가들에 대한 일종의 인물사이다. 헨리 포드에서부터 시작해 마사 스튜어트까지 우리의 현대생활을 정의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개념이나 물품들이 이들을 통해 탄생했다.

예를 들어 헨리 포드의 경우, 단지 편리하고 싼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통해 포드주의 생산양식과 대량생산이 바로 현대를 창조해냈고, 그 외에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업을 통해 근대화와 세계화의 생활양식을 결정지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시장자본주의의 거장들과 그들이 남긴 영향력과 그 폐해에 대해 잘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의 치명적인 약점은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분명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1세대를 2007년에 출시했고, 2026년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절대적인데, 저자는 2012년도에 이 책을 출간했음에도 스티브 잡스와 스마트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책의 시야는 20세기에 갇혀 있으며, IT와 정보화시대에서의 통찰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즉 21세기의 현재성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20세기의 삶과 21세기의 삶은 스마트폰 하나로 엄청난 차이를 자아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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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튤립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8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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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튤립', 이 소설은 20대때 읽고(그때도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잊어버렸다가 이번 8월에 독서모임에 선정되어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일단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은, 재미있는 드라마의 완벽한 예시라는 것. 20대 때야 뭣도 모르고 읽었지만, 드라마작가 수업을 통해 드라마의 구성을 배운 지금, 이 소설만큼 그 구성이 완벽히 적용되는 것을 못봤다. 즉, 만약 알렉산드르 뒤마가 현재에 태어나 글솜씨를 발휘한다면, 그야말로 할리우드 1급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을 테다. 뒤마 생전에 누가 드라마나 영화의 흥행공식에 대해 연구했을까? 단순히 개인의 역량과 능력으로 시대적 한계를 돌파해버린 것 아니겠는가?

덕분에 알렉산드르 뒤마의 예술성은 늦게 인정받았다. 너무나 재미있고 약간은 통속적인 소설 구성은 소설비평계에서 그를 삼류작가로 취급하게 만들었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의 글솜씨가 그야말로 천재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이 인정된 것이다. 그만큼 뒤마의 구성 능력은 가히 시대를 뛰어넘었다.

특히 알렉산드르 뒤마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해서 새로운 이야기의 창조에 능했다. 그의 대표작인 '삼총사'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그런 뒤마의 능력을 잘 보여주지만, 이 '검은 튤립' 또한 네덜란드의 정치적인 혼란과 오렌지공 윌리엄의 정치적 모략, 그리고 경제사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튤립 버블을 배경으로 참으로 재미있는 사건을 구성해냈다.

정말 사건의 구성이나 캐릭터의 설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흥미진진하게 끌고가는 글솜씨까지,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을 쓰고싶은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소설. 덕분에 나는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아니라 5권으로 완역된 제대로 된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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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 개정판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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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잘 몰랐는데 유럽에 대해 알아갈수록 아직도 계층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계층에 따라 쓰는 어휘도 다르고 다니는 학교도 다르다는 것에 유럽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많이 무너졌었다. 특히 아니 에르노의 경우 본인의 뛰어남 때문이겠지만 중고등과정을 상류계층의 학교로 진학한 덕분에 상당한 혼란과 어려움을 겪은 듯 싶다.

나도, 아니 에르노만큼은 아니겠지만, 서울의 소위 명문여대로 진학한 후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과 동기들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 혼란스럽기는 했었다. 과 동기 중 한 명의 한 달 순수용돈(책값, 옷값, 식대 제외)은 내 아버지의 한달 월급보다 많았고, 당시, 비록 IMF이전이기는 하나, 동기들이 주말에 홍콩에서 쇼핑하고 북경에서 식사하고 오는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는데에 황당하기도 했다. 언젠가 한번은 한 친구가 자신의 생일파티에 나와 다른 친구를 초대하여서 덕분에 최초로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곳을 간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런 비싼 식당에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로 그 식당이 다 찬 것과, 불과 셋이 식사한 것으로 그 친구가 무려 십만원을 계산한 것에(지금이야 웬만한 식당에서는 당연한 금액이지만, 당시는 학생식당 점심 1끼가 1200원이던 시대이다ㅡㅡ;;;) 공포감마저 든 것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동기들의 경제력에 그다지 자존심을 상처입지 않았지만(내가 그 부분에 무뎠다ㅡㅡ;;;), 지방 출신 학생이 경제적, 문화적 차이에 크게 방황하고 어려움을 겪던 케이스는 분명 실존했다.

그나마 한국은 어찌되었든 한국전쟁덕분에 계층이라는 것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어서 그나마 계층적 이질감이 덕하였지만, 아니 에르노가 느꼈을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이 된다. 특히 자기 자신이 초라해보이고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은 차마 견뎌내기 힘들었을 터이다.

이런 아니 에르노가 그 시기를 견뎌낸 것은 자신의 아버지 덕분이다.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는 성실하게 삶을 살았고, 자신을 멸시하는 위쪽 세상에 자신의 딸이 속하게 되었음에 자부심을 가졌다. 아니, 결국은 그녀의 존재의 이유가 아니던가. 그리하여 그녀는 중등교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정확히 두 달 후에 있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이렇게 아버지에 대한 에세이를 써내게 된다.

나 또한 어려웠던 시절 아버지의 존재로 살아낼 수 있었기에 더욱 감명깊게 이 책을 읽었다. 아니 에르노가 묘사한 자신의 아버지와 그와 함께 했던 사건들, 그와의 관계를 보며 나 또한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아버지가 존재하고, 그의 자리로 인해 우리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던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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