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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남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정명자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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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도스또예프스키의 작품세계가 넓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동성애자의 심리까지 다루어낼 줄은 몰랐다...

이 소설집은 중편 '영원한 남편'과 몇몇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일단 표제작인 '영원한 남편'이 압권이었다.

부유한 한량인 '벨차니노프'의 주위에 어느날 한 남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로 예전에 시골에서 자신과 바람을 핀 정부의 남편이었던 '빠블로비치'로, 벨차니노프는 그를 '영원한 남편'이라고 업신여기고 있었다. 빠블로비치는 전형적인 오쟁이진 남편이었던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정부는 사망하였고, 빠블로비치는 아내가 남긴 어린 자식을 데리고 벨차니노프가 사는 페테르부르크로 온 것이었다. 벨차니노프는 빠블로비치가 자신에게 복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닌가 싶어 경계하지만, 빠블로비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솔직히 나로서는 이제까지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에서의 심리적 묘사가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깼다. 사회적인 편견이 엄청난 시대에서 한 동성애자 남성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웠을 것인가가 너무나 실감이 났고, 작가의 빠블로비치에 대한 심리묘사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그리고 그야말로 한량이었던 벨차니노프가 가진 귀족다운 책임감도 좋았고.

여기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이 책에서 기억나는 작품은 이 '영원한 남편'이다. 정말 왜 도스또예프스키가 거장인지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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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유산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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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오디오북을 너무나 잘 들어서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 여름특집 스릴러소설로 추천을 했더랬다. 그리하여 나 또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책으로 다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후일담이라 할 수 있는 이 '스파이의 유산'도 읽게 되었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1960년대 초 냉전 시대의 엄혹했던 동서독 시대에, 그야말로 스파이기관들에 의해 희생된 리머스와 리즈를 이야기했다면, 이 '스파이의 유산'은 냉전체제가 끝난 후 비밀문서가 해제되기 시작하면서 리머스와 리즈의 유족들이 영국의 첩보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스파이의 유산'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사실 이후의 다른 시리즈에서 등장했었던) 길럼이라는 인물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조지 스마일리라는 주요인물의 비서로서 일했고 현재 평화로운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던 길럼에게 갑자기 런던 본부에서 연락이 오고, 사내 변호사의 집요한 질문으로 인해 묻혀두었던 과거가 되살아난다.

사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거대한 음모의 시작점이며,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계속 나타나게 되는데,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첩보기관의 행태가 과거 냉전시대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길럼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그리하여 길럼은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그 작전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하며, 그리하여 이 '스파이의 유산'이 탄생한다.

리머스와 리즈의 마지막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작가인 존 르 카레에게는 뛰어난 스릴러작가로서의 시작점을 준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으로 인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첩보전쟁을 치르는가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이런 회의들이 모여 결국은 냉전을 종식시켰으리라. 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을 통과하면서도 우리 인간은 변한게 없고, 도돌이표처럼 다시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매혹을 선사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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