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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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독서에는 취향이 있고, 내가 잘 읽지 않는 장르는 자기계발서와 시이다. 자기계발서야 좋은 책들도 물론 많지만 많은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서이고(즉 책 쓴 사람만 돈을 번다), 시는 대부분 내 이해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윤동주 시인처럼 이해하기 쉬운 구절로도 감동을 깊게 주는 시인도 있지만, 많은 경우 독해가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국 시인의 경우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인 경우가 많았다. 가장 최근에 고생한 것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난 아직도 이 시가 왜 그렇게도 명성이 높은지 전혀 모르겠다. 일단 이해가 되야 판단이 가능하니까.

그리하여 이번 가로수도서관 독서모임에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와 그녀의 에세이 '완벽한 날들'이 선정되었을 때, 우선적으로 에세이인 '완벽한 날들'을 집어들었다. 일단 에세이로 저자의 머리속을 어느 정도 알아내어야 그 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완벽한 날들'은 메리 올리버가 자신의 신념과 생각, 영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그녀 시의 기반이 되는 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조용한 사색, 또한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특히 그녀는 상처받은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삶을 경이로서 받아들인다. 또한 정지되어 있는 삶이 아니라 가능성을 지향하면서 계속해서 시도하는 삶을 추구한다. 삶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받아들이고, 사건으로 하여 시간이 풍성해지며 즐거워져야만 비로소 생각이 시작될 수 있음을 말한다.

에세이만 먼저 읽었지만, 글을 통해 바라본 메리 올리버는 아름답고도 투명하고, 또한 강인한 영혼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그녀의 대표적인 시를 모은 시집 '기러기'를 읽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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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보의 일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말과 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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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단편집 '라쇼몬'으로 인상깊게 읽은 작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 문학상'이 일본에서 대단히 명망깊은 상일만큼 그의 문재는 대단하지만, 이 책에 담긴 그의 사상들은 이제까지 내가 만나본 일본 작가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아쿠타가와의 단상들을 엮었는데, 글 하나하나가 시니컬하면서도 생각해볼 만한 문장들이 많았다. 단상들의 모음이지만 그의 인생관, 예술관, 작가관이 잘 담겨 있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그 당시 일본작가 특유의 국가주의와는 떨어져 있는(이 함정은 나쓰메 소세키도 피해가지 못했다) 그의 맑은 성품이 더욱 매력적인,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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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소설 제주 누벨바그 오디오북 1
전석순 외 지음 / 아르띠잔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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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내가 오디오북을 듣는 채널은 네이버오디오클립, 오디언, 알라딘오디오북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오디오클립은 2025.12.31.자로 운영을 종료했고, 오디언은 매달 구독료를 8,900원씩 내느니 알라딘오디오북에서 90일 대여로 듣는 편이 경제적이어서 결국 알라딘오디오북에 안착했다. 사실 나로서는 매달 KBS시청료 2,500원으로 소설극장, 라디오극장, 라디오문학관을 듣는게 가장 가성비넘치지만, 거기서 다루지 않는 작품들도 많으니까. 솔직히 내가 KBS에서 듣는 작품들은 매달 2,500원 구독료로는 황송하다. 뭐, 많은 분들은 전기세 납부시 TV시청료를 납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나로서는 KBS라디오에서 오디오드라마가 제발 폐지되지 않고 꾸준히 방영되기만을 바랄 뿐이다....ㅠ.ㅠ

아무튼 이번 오디오북 '소설 제주'는 일종의 앤솔러지로서 6명의 소설가가 각자 제주도를 배경으로 단편소설을 쓴 것을 모은 것이다. '벨롱'의 전석, '크루즈'의 김경희, '송당'의 SOOJA, ' 귤목'의 이은선, '가두리'의 윤이형, '물마루'의 구병모. 이 여섯 작가가 정말 제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기쁨과 슬픔도 아우르며.

이중 가장 슬픈 것은 '귤목'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

나는 그날 오전에 서서히 가라앉아가는 배를 보면서, 잠시 '안산에 내가 아는 사람이 살던가' 생각하고는, 나와는 관련없는 일이라고 관심을 끄고 내 업무에만 집중했다. 아침 8시 49분 경 멈춰선 배는 퇴근 시간 즈음에 가라앉았고, 나는 일감을 정리하고 퇴근했었다. 그리고 3일 후, 내 고등학교 친구의 동생상 연락이 왔고, 나는 그 친구에게 남동생이 있었음이 생각이 났다. 그 남동생이 커서 교사가 되었고, 단원고 2학년의 담임이 되어, 침몰해가는 배 안에서 학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다가......

지금도 나는 후회한다. 왜 이런 사회적 참사가 나와 관련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무감각하게 받아들였던가. 친구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나와 연결되지 않는 일이 과연 있단 말인가.

제주는 정말 아름답고도 가슴아픈 땅이다. 여섯 소설가의 제주는 그렇기에 소중하다. 나한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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