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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7월
평점 :
저자인 김원영은 태생적으로 신체에 장애가 있다. 그로인해 어린 시절에는 집밖에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 수치심을 가졌었지만, 대학을 나오고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여러 경험을 통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춤'이라는 것까지 이르른다.
저자는 장애의 몸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경험과 함께 장애라는 것을 깊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쉽게 잊고 살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당연히 몸을 가지고 있고, 그 몸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 있으며, 그들 또한 몸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듯이, 그들도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고유의 경험을 가지고 움직이고, 우리는 그들의 신체 움직임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저자는 춤에 대하여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몸이 가진 고유한 특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개인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몸의 현존성을 말하고, 거기에서 근대적 무용의 아름다움이 탄생함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무용수들은 완벽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높은 수준의 기교를 보이며 춤을 추었고, 그것이 그 당시의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무용은 사건을 지향하며, 한 사람이 당대 사회를 살아가며 그 몸으로 만난 구체적 타자들의 '물질적인' 종합이 춤의 '영혼'이 된다. 결국 인간은 춤을 통해 '경이'를 만나고, 거기에 춤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완벽한 몸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저자는 춤을 통해 '경이'를 체험한다. 기꺼이 몸을 움직여 자신의 실존을 체험하고, 자신의 몸과 관계맺는 방식을 통해 타인의 몸과 관계맺는 방식을 새롭게 익히고, 그럼으로서 공동체를 이루는 '몸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고자 한다. 그리고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공존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된다.
이 에세이는 단순히 장애를 가진 김원영 작가의 체험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춤에 대한 역사적이고 인문학적인 사색과 몸이라는 것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깊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몸'이라는 것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대단한 책이다. 그야말로 자신의 몸으로 직접 써내려갔다는 말이 과히 틀리지 않는 책이다. 혐오와 배제가 넘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