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신채호는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었고, 당연히 그의 '조선상고사'는 역사시험을 대비해서 외워야 하는 도서였다. 하지만, 사실 '조선상고사' 자체를 읽을 필요를 느끼진 않았었는데, 그것은 '조선상고사'의 내용과 역사교과과정에서 나오는 내용이 그다지 관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1994년의 내 대입 수능 때도 그러하였지만 2005년 공무원채용시험 때도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젊었을 때 읽었던 '환단고기'마냥 마음속에서는 위서로서 '조선상고사'를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 세계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케데헌이 지구촌에서 광풍을 불게 되는 시점에 이르러 한번쯤은 이 '조선상고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게 되었고, 그리하여 지금에서야 일독을 하였다.
일단 읽어본 소감은, 이제 읽게되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신채호는 정규한학공부를 하였기에 한문으로 쓰여진 서적에 대해 현재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깊이로 읽어낼 수 있었고, 그리하여 그의 책에는 이두와 향찰, 더 나아가 고대몽골어 혹은 흉노와 말갈, 여진의 언어까지 추적해내는 언어학적 고찰의 내용이 많고, 더 나아가 내가 재학시절에 배운 고대사와는 너무나 다른 주장이 펼쳐져 있어, 만약 내가 학생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도저히 그 내용을 따라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더구나 신채호 당시와 지금의 우리는 지리적 상황이 너무나 달라, 현재의 우리는 만주땅에서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없고(그놈의 중국정부ㅡㅡ;;;) 북한땅은 학자들이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 신채호의 주장에 대해 검증조차 불가능한 형편이다. 특히 내가 정규교육과정으로서의 역사를 공부한 것이 2005년이 마지막이니, 그 당시까지는 아직도 우리 국사학계에 식민사관의 영향이 분명 존재했었더랬다. 그리하여 '조선상고사'에서의 광활한 영토관념은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일단 '조선상고사'의 내용에 대한 연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일반 독자로서의 나의 감상을 말하면 우선 신채호의 연구가 너무나 아쉽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는 그야말로 그가 꿈꾸던 계획에서 겨우 1/10정도라고 느껴졌고, 그리하여 그의 죽음이 한국사 연구에 있어 너무나 아깝다는 것이다. 또한 신채호의 역사관에 뚜렷이 새겨져 있는 민족주의로, 아마도 이것으로 인해 예전 식민사관 학자들은 그의 역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겠다는 것이다. 나 또한 식민사관의 영향 아래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얼마나 수치스러워했던가!!! 하지만 2026년 현재의 한국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신채호의 주장이 타당할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나로서는 신채호의 역사관이 기본적으로 '투쟁'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그의 시대를 고려해본다면 당연한 관점이겠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타인과의 갈등을 전제한다는 것이 마치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떠올라 불편하기도 하고, 나에게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홍익인간'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미완의 역사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나는 그의 연구가 멈추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가 10년만 더 살 수 있었다면 아마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그야말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너무나 확실히 보여서 슬프기 그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