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세대갈등을 이렇게 첨예하게 다룬 소설이 있을까?
이 소설의 첫 장면은 승무원인 유나가 기내에서 승객에게 성희롱을 당하고서도 참아내는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이어진 유나의 죽음.
유나의 아버지는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장교였고, 무척이나 보수적인 인물이며 당연히 자신의 직장에 충성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방산비리와 관련한 군대의 부당한 명령을 수행한 바람에 모든 잘못을 혼자 뒤집어쓰고 불명예로 퇴직하였음에도, 그는 자신으로 인해 사망한 후배의 죽음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딸의 사망에 대해 조금씩 조사해나가면서 그의 믿음은 조금씩 흔들린다.
나 또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결국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내가 친분이 있는 언니도 25년 동안의 회사경력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무너졌다. 그 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참담했는데, 언니의 회사가 거의 공기업에 가까운 곳이라 복지 수준이 높고, 그래서 직장 문제에 대해 경력이 거의 정년에 가까운 분들이 멘토로 구성된 상담팀이 있어 언니가 거기서 자신의 문제를 상담했는데, 그 멘토 왈 "A씨가 결혼을 안해서 그래. 결혼해서 살림하고 애키우고 하면 A씨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알텐데"라 했단다ㅡㅡ;;;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세대간 인식차는 너무나 크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분위기로 인해 피해자는 더더욱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약해서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라 하며 피해자를 오히려 압박한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은, 내가 직접 겪어본 바, 나의 잘못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직장의 암묵적이지만 분명히 부당한 지시나 분위기에 반발할 때가 가장 무서운 괴롭힘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유나도 바로 그런 케이스였고.
2018년에 출판된 소설이지만, 아직도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직장의 분위기가 이 당시와 얼마나 달라졌는가는 모르겠다. 다만, 유나의 아버지처럼 조금씩 자식들의 상처의 진실을 바라볼 어른들이, 너무 늦기 전에, 존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