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환상문학전집 1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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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SF소설계에서 이 '화씨451'은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 소설이지만...내 솔직한 감상평은 '멋진 신세계'나 '1984'와 비견하기에는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앞에서 언급한 '멋진 신세계'나 '1984'처럼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이 책을 불태우는 방화수라는 점에서, 문화를 말살하고 각 개인이 사고하는 것을 억압하는 독재국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 소설에 대한 나의 가장 큰 불만은 주인공의 부인이나 다른 여성들에 대한 매우 가부장적이고 저급한 작가의 시선이다. 나로서는 왜 부인이 그렇게 말초적인 자극에만 삶을 의존하는지가 대단히 궁금했는데, 작가는 이 지점을 무시해버린다. 부인은 말초적인 자극에 의존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자살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작가에게는 이 부인이 왜 이렇게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없는지 그 부인을 단지 주인공을 괴롭히는 짐으로서만 묘사하고 있다. 즉 부인이라는 여성은 작가에게는 단지 소모품인 것이고, 나는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을 이따위로 소모해버린 작가가 용서가 되지 않는다.

결론은,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강한 포즈는 있었으나 결론은 명작까지는 못되는 소설.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로서는 저자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얕다고밖에는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대단히 슬픈 사실은 1950년대에 이 소설을 쓴 작가로서는 단지 상상일 뿐이었지만,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작가가 상상한 세계는 한 번 출현한 적이 있다는 것. 바로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름조차 역설적이지 아니한가?)이다. 인간은 충분히 자신들의 사회 안의 지적, 문화적 성취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말살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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