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 홍대용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4
홍대용 지음, 김아리 편역 / 돌베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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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은 역사 시간에 주구장창 외웠던 조선말 실학자의 한 사람으로, 특히 천문학을 위시한 과학자로서의 학문업적이 있는(조선에서 과학을 하는 선비라니!) 대표적인 실학파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에는 홍대용의 우주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저술한, 조금은 전문적인 책으로 파악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읽어본 바, 이 책은 오히려 홍대용이 쓴 여러 글들을 일반 대중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은, 일종의 한국고전에 대한 대중서의 성격이 강했다. 즉 홍대용이 쓴 글 중에서 유학자로서의 마음가짐, 학문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세손(미래의 정조)을 지도하면서 적은 문답의 내용, 청나라 학자와의 교유, 조선의 현실에 대한 고민등 보다 쉬운 글들이 보다 많이 들어있었고, 마지막 챕터에서야 우주와 지구에 대한 인식을 다룬 글이 있었다.

일단 우주와 지구에 대한 인식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그 당시 서양의 과학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기는 한다. 하지만 주자 이후 실제 세계가 아니라 추상적인 이기론의 세계관에 빠져 있었던 성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파격적이긴 할 듯 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에서는 아무래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느껴져서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고, 앞부분의 여러 잡문들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야말로 18세기에 살아있던 조선의 지식인의 모습을 보았달까? 특히 청나라에서 지우를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교류하며 아끼는 모습은 지금같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독서가 깊어지면서 참 많이 느끼는 것이, 한민족은 이 땅에서 5000년을 살아왔는데,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에 훌륭한 글들이 대단히 많이 나왔을 텐데, 일제식민지 시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문으로 쓰여진 과거의 훌륭한 글들이 제대로 후손들에게 알려지지 못한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우리 민족이 한글을 주로 쓰게 된 것이 일제 시기 이후 겨우 100년 정도인데, 그 100년안에 우리가 성취해낸 문학적 성과를 볼 때, 과거의 글들 또한 엄청나게 훌륭할텐데 그 글을 제대로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비극인가. 그래도 이렇듯 예전의 고전들이 보다 쉽게 번역되어 일반인들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져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우리 후손들이 선조들의 문학적 성취를 더욱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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