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만나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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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내가 이제까지 읽어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다고 느낀 작품이고,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의 감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에 놀라웠던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나 막달레나 바흐는 매년 8월 16일에 글라디올라스 한 다발을 어머니무덤에 놓기 위해 카리브해의 한 섬을 방문한다. 어느 해 무덤을 방문하고 다음날 아침의 배를 기다리며 호텔방에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읽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간 호텔 바에서 처음 만난 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그녀는 다시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매해 또다른 일탈을 꿈꾸며 그 섬을 방문하게 된다.

저자는 매년 8월의 여름에 이루어지는 일탈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고 당혹해하며 두려움을 느끼는, 그럼에도 평소의 구속을 피해 자유를 느끼고 싶어하는 여성의 심리를 대단히 잘 그려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즉 어머니 묘소의 이장을 위해 관을 열었다가 어머니와 자신이 동일한 욕망을 느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작품 설명에서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이 소설을 계속 수정만 하다가 생전에는 출판하지 못했던 사연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마도 남성으로서 여성의 가장 미묘한 감정을 그린 것에 대해 자신없어해서일까? 다만 나로서는 저자의 아들들이 이 소설을 출판하기를 결심한 것에 감사를 표한다. 아들들의 판단대로, 이 소설은 충분히 완성되어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역량을 증명하는 작품이니까.

워낙 마르께스의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소설은 특히나 더 그렇다. 아니, 모녀간의 이런 미묘한 감정까지 잡아내는 거장의 시선은 역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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