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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톤 ㅣ 노벨라33 세계 중편소설 전집 18
이디스 워튼 지음, 황금진 옮김 / 다빈치 노벨라 / 2023년 11월
평점 :
내 독서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젊었을 때는 미처 모르던 뛰어난 작가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디스 워튼 또한 그런 작가이다. 처음 이디스 워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제인 오스틴처럼 연애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소설가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을 읽어갈수록, 이디스 워튼이 다루는 주제나 내용이 단순히 '연애'라는 카테고리로는 묶어둘 수 없는, 어쩌면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소설가로 느껴진다. 그것은 이 소설 '터치스톤'도 마찬가지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글레나드에게는 자신을 짝사랑했던 오빈 부인이 보낸 수많은 편지가 있다. 오빈 부인은 진정으로 글레나드를 사랑했으나 글레나드는 오빈 부인의 외모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는데, 추후 오빈 부인은 유명한 문인이 되어 사망하였고, 글레나드는 그녀가 보낸 편지를 계속 보관하고 있던 차였다.
오빈 부인 사후 글레나드는 오빈 부인이 남긴, 그리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편지를 높은 가격으로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광고를 보게 된다. 글레나드는 처음에는 그 광고를 무시했으나, 한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편지를 공개하게 되고 그 편지들은 글레나드의 정보를 삭제한 후 출판된다.
글레나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것을 위해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의 편지를 판 것에 양심의 가책을 계속 느끼게 되고, 또한 오빈 부인의 편지를 판 누군가에 대한 대중의 비난에도 상처를 받는다. 그리하여 그는 현재의 아내에게 자신의 부의 원천을 숨기지만, 떳떳하지 않은 그의 마음은 아내와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일단 나는 이 소설에서 글레나드라는 남성의 행운이 솔직히 부러웠다. 내가 보기에 글레나드는 여성의 외모를 심하게 따지는, 약간의 허영끼가 있는 찌질남인데, 뛰어난 문인이라는 오빈 부인도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아내 또한 현명한 여성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다. 이 뭔 복터진 인생인가!!
특히 나는 오빈 부인이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불쌍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자신의 가치를 알면서도 단지 외모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성에게, 그야말로 모든 것을 주는 헌신적인 사랑을 했는데, 글레나드는 그것을 아내의 귀뜸으로 나중에야 깨닫는다. 물론 그것이 이 소설의 감동 포인트이지만, 도대체 왜 이 뛰어난 지성을 가진 오빈이라는 여성은 이런 찌질남에게 그런 순정을 바친 것인가?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디스 워튼은 이 소설을 통해 여성의 사랑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것도 이렇게 에두르는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헌신적인 사랑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