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을 읽으니 작가가 끝에 적어놓은 ˝영웅은 없다˝고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조성준, 길소개, 천소례 등 이들을 비롯하여 스쳐가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날것의 모습은 간교하거나 투박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작가의 사람 자체에 대한 성찰도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반상‘이라는 소제목과 그에 담긴 내용은 고된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이 보여 주인공들을 마냥 미워만은 할 수가 없다. 3권에서 조우할 이야기가 궁금하다.
여성들이 이뤄온 역사의 장면들과 그에 대한 작가의 소회를 매콤달콤하게 글로 잘 담아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발언에 백 퍼센트 동조를 할 수 있게 된다기보다 그들의 발언에 담긴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남성으로서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페미니즘에서도 보이는 듯하다.
옛말을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하여 시대적인 분위기와 그 맛은 절정이지만 난도가 상당하다. 국어사전을 꼭 옆에 두고 읽을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한문 지식이 풍부하신 분이라면 조금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정 없이는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없지만 또한 불건강한 인정은 우리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귀한 자식은 반대로 귀하지 않은 이름을 붙여 칭찬의 독을 피한다. 꼭 칭찬하고 인정해주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병이 되듯이 불필요한 인정이나 칭찬도 독이 된다. 잘못했을 때 꾸짖거나 벌을 주는 것도 건강한 인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떠날 수 없는 진리이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가 자기를 충분히 인정하고 사랑하고 칭찬하므로 남에게서 이런 것을 바랄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미숙한 사람은 자기는 자기를 인정하거나 사랑하지 않고 멸시하면서 타인에게 자기를 사랑하고 인정해 달라는 사람이다. -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