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혹은 에세이는 꽤 여러 편 읽어왔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서적은 다는 아니지만 열추 십여 편 정도 읽었지 싶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그렇게 높게 치지는 않았다(물론 그 성실성은 논외로 친다). 그의 문학성에 대해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그 이름값보다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더랬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70대 노거장의 농익은 글솜씨가 그야말로 완벽하게 나타난 소설이다. 그는 청년 시절에 이 소설을 구상했고 43년만에 이 소설을 완성해낸다. 즉 청년이 가질 수 있는 모티브가 70대의 원숙한 손에 의해 탄생한, 그런 매력적인 소설인 것이다. '치유 혹은 성장'이라는 소재는 그야말로 인류의 이야기의 기원에서부터 다루어온 것이지만, 작가는 그것을 특유의 현실과 바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매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제까지 읽어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중 최고의 글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은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수상했지만 만약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했더라도 이 소설 때문이라면 수긍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