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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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시절,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분명 정부에서 개소리를 하는데 그 말이 개소리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힘들었고, 또한 그 개소리에 반박하는 논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내게 속시원한 해답을 주었다.

저자는 먼저 개소리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소리는 협잡이며, 그 의도는 화자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듣는 이에게 잘못된 인상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화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며,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사실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라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으며, 그저 자기 목적에 맞도록 그 소재들을 선택하거나 가공해낼 뿐이다.바로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결국 권력형 개소리에 대해 팩트 체크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을 바로잡는 진리주장이 아니며, 권력에 반대하는 정치 행동으로 간주된다(여기서 왜 '날리면~'논쟁이 떠오르는 걸까?). 한마디로 개소리쟁이들은 진리의 값이 중요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기에 '팩트 체크'로는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은 두깨는 얇지만 일상어를 바탕으로 분석철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개소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런 분석철학의 기법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우리가 또 한 번 또다른 '윤석열'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는, 이 책은 한 번 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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