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비타 색빌웨스트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관계로 유명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그랬듯 비타 색빌웨스트도 여성주의적 작품을 쓴다.
이 소설 '모든 열정이 다하고'는 영국의 유명 정치인인 헨리 홀랜드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은 후 홀로 남게 된 어머니의 부양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레이디 슬레인은 그림자처럼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만의 삶을 찾아나선다. 누군가의 아내로, 여러 아이들의 어머니로 살며 스스로가 원치 않았던 굴레에 갇혀 살던 그녀는, 사회 풍속에 휘말려 했던 결혼으로 인해 꿈을 버려야했던 과거에서부터 꿈꿔오던 계획을 이제야 실행한 것이다. 그리고 레이디 슬레인은 아름다운 할머니로서의 삶을 새로 시작한다. 스스로 집을 구하고 자식들에게 구애받지 않으며 이웃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며 자신만의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레이디 슬레인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삶과 여성에게 주어지는 가치관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한다. 여성은 아이가 아니고 충분히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레이디 슬레인의 모습은 저자와 버지니아 울프가 꿈꾸던 세상에 대한 단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