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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ㅣ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우리 세대는 학창시절 근대문학을 배울 때 남성소설가들 작품만을 읽었더랬다. 그래서 나는 근대에 여성소설가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근대여성소설가는 존재하였고 이번에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근대의 여성 소설가와 현대의 여성 소설가를 한 팀으로 묶어 두 여성의 작품을 한 책에 엮는 작업을 한다고 하여 이 책,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은 근대여성소설가 백신애와 '구의 증명'으로 유명한 현대의 여성소설가 최진영을 함께 실었다. 먼저 백신애의 세 편의 단편들이 있고 최진영이 백신애의 소설과 관련하여 새로운 소설을 창작한 것이 한 편 실려있다.
백신애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근대 여성들에게 씌워졌던 인습의 굴레가 무척 단단하였음을 깨닫게 되고 그것에 대한 근대 여성지식인들이 가졌던 고뇌가 느껴진다. 하지만 최진영의 소설을 읽다보면 현대의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가부장제의 굴레가 씌워져있음을 알게 된다. 근대의 여성들에게나 현대의 여성들에게나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굴레가 씌워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소설가에게는 나름대로의 해법이 있다. 바로 시대를 넘어 이어나가는 여자들의 사랑의 실험이다. 인습의 굴레 속에서도 서로 연대하고 함께해나가는 여성들의 사랑이 이 삶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준다.
근대여성작가와 현대여성작가를 잇는 '소설 잇다'시리즈. 언젠가 누군가는 했어야 할 작업을 시작한 출판사에 감사하고 다른 시리즈의 작품도 또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