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귀자 소설가를 늦게 읽었습니다. 80~90년대에 저는 한국문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양귀자의 이름만 들었을 뿐 시큰둥했었지요. 하지만 요새 새롭게 발견하게 된 소설가가 바로 양귀자입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지고 꾸준히 좋은 작품을 써오셨더라구요.
이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도 1987년에 발간된 소설인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원미동 사람들'은 한참 수도권이 개발되던 시기의 부천시 원미동을 배경으로 합니다. 서울에서 밀려나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의 신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고 호시탐탐 서울로 재진입을 노리는 사람들, 그리고 원래 농촌 지역이던 부천에서 농사를 계속 짓고싶어하는 원주민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부천시 원미동에서 살게 됩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삶의 애환 속에서 이들은 부박한 삶을 이어가지요. 작가는 꿈꾸고 노력하지만,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은 또 저 멀리 달아나는, 그런 삶의 모습을 우울한 색조 속에서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80년대의, 한창 개발되던 수도권 도시의 삶의 모습을 정말 잘 그려낸 소설입니다. 이 모습들 또한 우리가 살아낸 세월이겠지요. 발간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이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