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 평전 - 광기에 맞선 이성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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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기작가 중 슈테판 츠바이크를 가장 좋아한다.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쓰면서도 인물의 개성과 특징을 잘 살리는 뛰어난 전기작가이며, 실제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기작가로 손꼽히기도 한다. 인물의 명과 암을 잘 그려내 인물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데는 슈테판 츠바이크 만한 글솜씨를 보질 못했다.

이 책 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걸출한 전기다. 엄혹했던 중세시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인간의 이성에 등불을 밝힌 뛰어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를 슈테판 츠바이크는 자신의 솜씨를 살려 생생하게 그려낸다.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다시피 에라스무스는 인문주의자로 유명하다. 저자는 에라스무스의 생전의 모습을 마치 소설을 보는 듯 문학적인 글로 그려낸다. 에라스무스의 지성과 그의 성격, 지식계에서의 위상 등을 그 당시 역사적 상황과 함께 자세히 묘사한다. 특히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평화를 사랑하고 광신에 반대한 그의 인문주의를 이야기하며 결국 정신적 귀족주의에 부딪친 인문주의의 한계 또한 말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에라스무스를 그려내면서 결국 이 글을 쓸 당시의 나치즘에 대한 비판의식도 담아낸다. 모든 독단과 편협에 맞서는 정신적 통일을 지향한 인문주의자로서의 에라스무스를 이야기하면서 우회적으로 그 당시 광풍처럼 번지던 나치즘을 비판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 에라스무스 평전을 써내게 된 것도 나치즘에 대한 비판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평화에 대한 에라스무스의 간구가 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간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에라스무스에 깊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과연 슈테판 츠바이크라고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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