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 - 패권전쟁으로 이해하는 역사의 흐름
썬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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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이야긴데 세계사가 정리되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지난 번 책에 이어 썬킴 쌤의 책!!! 쉽고 재미납니다.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사서 놓고 또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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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플레저
클레어 챔버스 지음, 허진 옮김 / 다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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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까페에서 누군가가 추천한 책이었다. 다른 데선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추천하는 걸 못 봤던 지라(?) 더 읽고 싶었다. 책표지가 예뻤고, '스몰 플레저'라는 단어의 조합이 궁금증을 더 불러 일으켰다.


1. 줄거리

때는 1957년. 이 책은 한 철도사고 발생의 신문기사의 한 지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 등장하는 40대 초반의 여성의 이름은 진. 그녀는 신문기자다. '이제 번식에 남자는 필요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간 이후로 신문사는 한 여인(그레천)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10살이 된 자기 딸이 남성과의 관계 한번 없이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왔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이에 취재를 맡으면서 그레천의 가족(딸 마거릿, 남편 하워드)과 가까운 관계가 되고, 취재를 하면서 색다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한편, 진은 자신을 의지하는 엄마와 살고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여동생은 결혼 후 출가했다. 미혼인 딸과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적절히 발전되는 그레천 및 가족의 진실. 이 모든 것으로 진의 인생 또한 진실이 밝혀지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되는데...


2.<스몰플레저>에서 보이는 인물관계 데자뷰?

먼저, 진과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에선 <에이미와 이저벨>이 떠올랐다. 물론 딸인 진은 40대 초반이며, 에이미는 10대였다. 다른 세대지만, 엄마와 딸과의 관계에서 오는 묘한 신경전, 그리고 의존관계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엄마들은 하나같이 고집스러웠고, 겉으로 보이든 안 보이든 딸들을 통제하려 했다. 모녀 사이엔 서로 의존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긴장이 끊이지 않는다 .



에이미와 이저벨
에이미와 이저벨
저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6.05.27.



두번째로, 진과 그레천의 관계에선 <파친코>의 선자와 경희가 떠올랐다. 진은 한 유부남에게서 배신을 당했지만, 1950년대치고 상당히 주도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남초현상이 보일 듯한 기자의 세계에서 약간은 소외되거나 특정 기사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자기 일에 대해 성실하고 주도적이었다. 파친코의 선자 또한 유부남인 한수의 가정을 뒤늦게 알게 된다. 비록 여성이 주도적으로 가장의 자리에 설 수는 없어도 경제적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지혜롭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는 아주 같은 성격은 아니어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그레천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지만, 너무 여성적이면서 흔들리는 모습이 '파친코'의 경희의 모습과 흡사해보였다. 그녀가 의외의 반전을 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경희나 이 책의 그레천이나 흔들리는 태도가 조금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파친코 1~2권 세트
파친코 1~2권 세트
저자
이민진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22.08.25

.

3.터질 것 같은 감정을 제인 오스틴 느낌으로 차분하고 섬세하게??

이야기는 차분했고, 일상적이었다. 어떤 불안과 긴장도 없을 것 같은 모녀와 가정의 이야기에 조금씩 칠판 긁는 듯 부스럼이 생겨난다. 겉으로는 고요해보였지만, 원망, 동요, 집착, 의존, 통제, 절제의 꾹꾹 눌어온 감정들이 폭발하기 전 들썩 거리는 모습과 같다. 그리고 '진'이란 한 인물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절제된 모습으로 터져나간다. 그래서 혹시나 인물들은 '스몰 플레저'를 찾을 수 있을지, 누군가에게 뺏기지나 않을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문장들이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제인 오스틴'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도서관 반납일이 가까워졌는데,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은 구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4.당신의 작은 즐거움(small pleasure)은 무엇인가요?

번역자나 작가의 그 어떤 이야기도 없이 소설만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좋았다. 어떤 전문가의 설명이 없는 덕에 독자의 해석은 어리숙할지 모르겠지만, '스몰 플레저'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이 맘에 든다. 나 또한 평범하게 지금의 삶을 'pleasure'이라 여기는데, 이 책에서 small pleasure 또한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인생 별거 있나 생각이 들게도 한다. 그리고 행복은 별다른 곳에 있지 않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의 즐거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주위 사람들의 pleasure은 무엇인지 묻고 싶고 궁금해지는 단어조합이 이 책의 제목이다.


5.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차분하고, 섬세한 감성을 느끼고 싶으신 분!

잔잔한 것도 좋고, 묘한 긴장감도 좋아하시는 분!

엔딩에서 은근한 여운이 남습니다.(말해드릴 순 없어요!!^^)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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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오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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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책이다.

광고계나 기획 쪽 일하시는 분들의 시선은 늘 새롭다. 내가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글은 상큼하고 매력적이다.

퍽!

내가 보던 세상이 전부라고 굳건히 믿는 나의 뒤통수를 한 문장으로 시원하게 때려주는 느낌이랄까?

좌르륵!

내 시야 커튼을 한 뼘 더 열어주는 느낌이다.


이 책 또한 그랬다. 그리고 여기엔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해졌다.

'음미력'이란 단어를 처음 봤다. 음미도 능력이 있구나! 음미하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결과, 말과 글만 봤지 이 음미하는 것에 대해 능력을 대보지도 못했었다. 음미하며 모든 사물을 소화하는 타인들의 시선을 자주 접하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음미하며 살고 싶다.

찰흙에 대한 글은 정말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진지한 저자가 찰흙에 대해 적은 글을 이해가 가면서도 진짜 흙을 퍼다 주신 저자의 어머님의 순수함이 재밌었다. 엄마인 나라도 저자의 엄마라면 그러지(흙 퍼서 아들 준비물 챙겨주기) 않으려나? 그래서 우리 첫째가 울고불고 하며 엄마를 원망하지 않을까? 간간이 우리 모자에게도 발견되는 모습이라 오버랩되어 친근했다.


인간관계에, 책에 대해, 세대에 대해, 하나하나 공감되는 에세이를 보며 카피라이터의 문장이라지만 쏙쏙 마음에 박히는 글을 쓰는 저자가 참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역시 카피라이터구나! 그래서 글로 마음을 사로잡는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수박에 대해 바라보며 다시 거론한 '음미력'을 나 또한 다시 봤다. 나는 책을 읽으면 뭐든 그냥 흐름을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정신없어 묘사에는 안중에도 없다. 문장의 하나하나를 살펴볼 만큼 여유도 없고, 빨리 읽어내려는 급한 마음에 사로잡힌 나는 깊이 음미할 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한 걸 보니, 작가들이 쓴 '수박'의 묘사가 다르게 보였다. 앞으로 보게 될 책에서 나오는 묘사와 표현을 유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음미를 하면 멋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음미한 사람의 삶이 더 풍성해진다는 점에서 정말로 '음미'하는 걸 즐기게 된다면 좋겠다. 소설가와 시인들의 관찰력과 섬세한 시각이 참 매력 있단 생각이 든다.


처음 알게 된 저자였는데, 이분의 책은 다른 저서도 읽어봐야겠다. 나는 접하기 힘든 색다른 시선과 세계라서인지 이런 부분들 때문에 주변에도 추천하고픈 책이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단순한 문장이라도 힘이 꾹꾹 담겼다는 김훈 작가님의 책도 읽어야지!



서울에는 수백 년을 일관된 방향으로 디테일을 올려온 유럽의 도시들이나, 숨 막힐 듯 정리된 일본의 대도시처럼 정돈된 맛은 없지만 오히려 서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집중력과 긴장감이 있다. 솔직히 예전엔 이 긴장감이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이 도시의 매력이다. 기록이 대단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뛰는 러너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p.28


게다가 한국 사람 특유의 최선을 다하는 습관 때문인지 나는 요즘 서울의 완성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의 서울은 큰 것, 대단한 것, 다수의 것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서울도 개별 개별의 아름다움을 조망하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골목 곳곳에 등장하는 완성도 높은 커피숍이나 빵집, 몇 개의 메뉴로 승부하는 작은 식당들이 그 증거다. 요즘은, 오랫동안 남을 따라 하기만 하다가 조금씩 자기도 멋진 사람임을 깨달은 이의 자존감 같은 것을 서울에서 느낀다. p.28


원치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과감하게 줄이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 내가 필요한 사람들과는 다양하게 그리고 얕게 만나는 인간관계, 매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게 더 현명한 삶의 방식이란 생각도 든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고, 필요에 의해 맺은 관계들은 내 필요가 사라짐에 따라(혹은 상대방에게 내가 필요 없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된다는 것이다. 가족을 빼고 정말 중요한 사람은 한 줌이다. 우리가 할 일은 모든 이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그저 최선을 다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도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여전히 소중하고 마음이 간다면,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에 대해 감사하면서 충분히 그 감사함을 표현하면 된다. p.36


2미터. 비말의 비행거리. 그리고 인류가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안한 사회적 거리. AI가 인간 최고의 두뇌를 이긴 시대에, 침방울의 비행거리가 문명의 새로운 기준이 되다니 허탈하고도 놀랍다. 커피숍을 가도, 투표장을 가도, 우리는 상대의 침방울이 날아와 닿지 않는 만큼 떨어져 서 있다. 바닥에 프린트된 발자국 모양에 얌전히 내 발 모양을 맞추고서. p.75


재능에 의심이 들자 나는 '성실'의 길을 택했나 보다. 성실은 폼 나지 않았지만, 천재가 아닌 사람에게도 희망을 주었다. ... 잘하는 후배들, 평판이 좋은 후배들이 뭐가 다른가를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성실'과 '최선'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선배들 눈에 띄는 곳에서 보내느냐, 남이 안 보는 곳에서 보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p.104


재능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지만, 오직 재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 단언하는 말투의 문장을 나는 꼰대스러워서 싫어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로 없다. 일을 하면 할수록, 가장 단순한 행위의 가장 강력한 힘에 대해 생각한다. 성실과 최선, 이 투박하고 멋없는 단어 속에 온갖 가능성의 씨앗이 숨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능력은 재능 곱하기 투입한 시간이다. 아니, 투입한 시간의 제곱이다. 시간의 힘은 그렇게 강력하고, 그것을 이루는 본질은 결국 성실과 최선, 그 소박한 두 단어다. ... p.105


게다가 유튜브는 지식을 '요리'해서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형태이다. 기존의 지식을 크리에이터가 나름대로 소화하여 알기 쉬운 단어와 비주얼로 풀어놓은 경우가 많아, 어려운 문자들이 나열된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관적이고 이해가 쉽다. ... (p.110)

하지만 책은 말하자면 '대화'이다. 책의 속도는, 읽는 이가 맞춘다. 당신이 책을 읽는 순간을 한번 상상해 보라. 당신은 당신의 속도로 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기고, 원하는 만큼 멈추고, 줄을 긋거나 책 귀퉁이를 접는다. 텍스트 속에는 분명 작가의 생각이 들어 있지만, 당신은 그 문장 안으로 들어가 그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곱씹는다. 그러다가 다음 줄을 읽을 준비가 되면 비로소 다음 장으로 향한다. 독서는 유튜브에 비해 훨씬 더 주체적인 행위이다. 그 속도는 온전히 내가 정한 속도이다. p.112


부모가 되어보니 조금 알겠다. 내가 아이를 위해 희생을 해도, 그 결과로 아이가 행복해하면 내가 치른 희생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다. 가끔 생각한다. 인간은 의외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만족감이 너무나 커서,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도 세상의 엄마들과 아빠들은 여전히 엄마와 아빠로 남아 계속해서 주고 또 주려는 건 아닐까. 코로나로 통째로 바뀐 세상 속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는 다 큰 딸의 어리광이 반갑고, 엄마는 바리바리 싸서 보내는 음식으로 다 큰 자녀의 집 냉장고를 채울까. 아직 세상이 바뀌는 중이니 추측할 뿐이지만, 유전자 깊숙이 새겨진 이 본능을 바이러스는 막을 수 없을 거 라 생각한다. p.133


그래서 나는, 김윤아의 아우라가 아름답다. 김윤아는 어떤 권위에도 기대지 않고 말하는 중이다. 시간을 두고 깊어진 것이 이렇게나 강력하다고. 그것은 오직 새롭고 새로운 것만이 무기인 사람들에겐 주어지지 않는 힘이라고. p.142


하지만 봉준호는 보여주었다. 꼭 주류를 따라 하지 않아도, '필 레스'라는 감정 없이도 자신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그의 자존감은 내게 용기를 주었다. 게다가 나를 가슴 뛰게 했던 건 그가 주 52시간을 정확히 지키면서 영화 '기생충'을 찍었다는 소식이었다. 동양 사람들의 장점이라 생각하던 극단적인 근면성의 투입이 아니라, 나와 동료들을 갈아 넣는 '노오력'의 결과가 아니라, 온전히 생각의 힘과 합리적인 시스템의 힘으로 저 성취를 이뤘따니, '나는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가 아니라, '나와 내 주위의 시스템은 충분히 훌륭하니까, 지킬 것을 지키면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겠어'라는 태도가 읽히지 않는가. 멋지지 않은가. p.177


직업이 카피라이터이다 보니 주위에서 종종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지를 물어온다. 묻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대답도 조금씩 바뀌지만, 내가 마련해둔 모범답안은 이렇다. '잘 쓰고 싶으면 필사하세요. 다양하게 쓰고 싶으면 읽으시고요.' p.247


당신이 쓰는 문장은 당신이 읽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읽어봐야, 진정 내가 원하는 문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이라면 맨 먼저 다양한 문장들을 겪어야 한다. 그 경험들 틈에서 내가 정말 따라 쓰고 싶은 문장을 만나고, 그중 몇몇을 취사선택하여 내 문장의 방향타로 써야 한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문장은, 그가 사랑한 작가와, 닮고 싶은 사람과, 매혹당한 세계와, 가치관들의 모듬이다. 아름답지 않은가. 게다가 문장은 말과 달라서, 단번에 자신의 생각을 아름답게 정리하여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다듬어 내놓을 수 있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러니 당신이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문장을 잘 쓰고 싶다면, 이 문장을 기억할 일이다.

'You write what you read'

당신이 읽은 것이, 당신의 문장이 된다. p.254


책은 딱 읽는 사람이 준비된 만큼 내어준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과는 다르던 시절에 읽은 책이라면, 당신은 딱 그 시절의 당신만큼을 얻어 갔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책에는 당신만큼을 뺀 나머지 부분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거 읽었어. 별거 없던데?'라며 그 책을 다시 꺼내보지 않는다. 그러나 읽었다고 정말 읽은 걸까? 당신이 읽었다고 믿는 그 책 속에, 그 당시의 당신은 읽어내지 못한 놀라운 부분이 남아 있지는 않을까. p.265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오히려 오직 자신의 힘으로, 남의 해석에 기대지 않고, 어떤 텍스트를 파고들어가보는 훈련이다. 생각보다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후배들이 많다. 의존은 쉽지만, 그럴수록 의존하는 나는 약해진다. 불변의 진리다. 매일 차를 타고 출근하다 보면 다리 힘은 약해진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면 아주 가까운 길도 경로가 떠오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다 보니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밖에 의존하면, 안은 약해진다. p.269


중요한 건 해석이다. 들여다보고, 매력을 찾고, 음미하는 것이다. 인생은 음미할 줄 아는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선물한다. 그러니 음미할 줄 아는 것은 분명 대단한 재능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음미하는 이들의 반짝이는 시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음미하는 힘을 가진 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비슷했다.

'좋은 걸 자꾸 보러 다녀.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시선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니 우리는 곁에 둘 일이 없다. 음미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생을 음미하는 이가 내놓은 글과 그림과 영화를. 가까이 있으면 언젠가는 닮게 되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변화가 찾아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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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 개정판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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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지!!

<공중 그네> 읽고 지인이 소개해 준 책이라 바로 읽어봤는데, 역시나!! 재밌다 ^^

이라부는 긍정적이고 매사 아무렇지 않게 시도해 보는 정신과 의사다.

그와 제대로 콤비를 이루는 간호사 아유미짱도 심드렁하면서 야하게 옷을 입고 주사를 무심하게 놓는다.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쫄지 않는 모습이 참 부럽다.


각 환자들의 모습들이 내 모습과 똑같았다.

어딘가에 쫓기는 느낌이고, 강박적이 되어 가며, 착각과 환상에 빠져 살 때도 있고, 외로움에 허덕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별거 아니라듯 '해보자!'라고 말하는 이라부!

물론 제안하는 게 밤에 닫힌 수영장에 들어가는 거라던가, 이혼 전 나에게 상처 준 아내에게 이제 와서 가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환자들의 상황에 충분히 같이 함께해 줬다. 환자 따라 수영을 배우고, 전 아내에게도 같이 가주며, 오디션도 봐주고, 안 쓰던 핸드폰도 산다. 경품에서 어린이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는 악행(?)까지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싱글벙글 해맑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민폐 캐릭터?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마력의 캐릭터!


이라부는 따로 자신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을 하지도, 자신의 전략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의 삶에 철저히 함께 들어갔고, 환자의 모습이 어떤지 조언하기 보다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환자들이 보며 자신의 모습이 어떤 상황인지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봤다. 처음엔 눈살 찌푸리고, 다시는 안 오겠다는 다짐이 서서히 돌아섰다. 이게 바로 이라 부식 심리치료다.


회사에 가기가 싫어질수록 통원 치료는 거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휴진 일이면 이라부가 그리울 정도였다. 이라부는 괴짜이지만 그 괴짜 같은 언동이 위안이 되었다. 바보와 괴짜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정 안되겠으면 상식을 차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p.123

현실에서 어떤 정신과 의사가 이라부처럼 정신 치료를 할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데? ㅎㅎ


당연히 소설이지만, 그의 자유롭고 의식하지 않는 행동을 보면, 관습과 틀에 얽매던 내가 이 책을 읽기만 했는데도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 살짝 생각을 바꿔 남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이라부를 보면서 묘하게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하기에 나는 또 이라부 시리즈를 기다린다.

<공중그네>를 읽으며 그 맛이 그리운 분들은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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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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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공중그네>의 자유로운 발상이 담긴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바로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빌려봤다.

그가 낸 가장 최근 작품으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은 책과 내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어서 눈길이 더 갔다.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코로나 방호복, 그리고 한 명의 어린이. 그들을 호위하는 듯한 따뜻한 핑크색 바탕 표지는 이 책의 내용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할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지만, 또 익숙한, 또 쉽사리 경험하지 못하는 귀신(?)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등장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알고 보니 그건 사람이 아닌 귀신이었더라!'라는 식의 결론이 난다. '알고 보니 손님이 아니라 귀신이었어!'라는 식으로 옛날에 읽은 공포소설이 떠오른다. 물론 동급이라 볼 수 없다! 공포소설은 우리에게 소름과 닭살을 선사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놀라움과 훈훈함을 준다. 우리보다 앞서가거나, 도와주는 존재는 두렵다기보단 따뜻하고 고마운 데다 장난기에 재치까지 갖췄다. 오히려 정감이 갈 정도다. 우리의 삶에 살짝 관여하는 그들을 보면서 일본은 모든 걸 신으로 믿는다더니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생각도 들었다.

잠시 혼자 머물게 된 집에 누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낸다면, 나는 거기에 익숙해질까, 뛰쳐나올까?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그 재직기간을 견뎌낼까?

나와 닮은 점쟁이가 있다면 내게 무얼 이야기해 줄까?

우리 아이가 코로나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면 나는 그걸 복으로 여길까? 저주로 여길까?

내 차가 제멋대로 나를 데리고 다니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어찌 보면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아닌데, 그 따뜻한 이야기에 푹 젖어 나라면 어떨까? 생각을 틀어볼 수 있었다.

'코로나와 잠수복'이란 작품은 코로나 시기에 작가가 쓴 작품일 텐데,

지금같이 코로나에 익숙해진 게 아니라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읽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겠다 싶다.

지금은 안 걸리는 게 아니라 빨리 다 걸려 면역력이 생겨 편하게 돌아다니면 더 좋겠기에,

코로나에 절절매는 모습이 이젠 거리감 있게 느껴진다.

아! 한 가지 더!

이 책에서는 유독 포크송 같은 편안한 음악 제목들이 나온다.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올드하면서도 느슨하게 해주는 음악들이 내용과 잘 어우러졌다.


아무튼 소설은 짧고 편하게 읽히며, 오쿠다 히데오답게 쉽고 재미나다.

다만 <공중그네>의 여운으로 읽을 책은 아닌 듯하다.^^ 결이 조금 다르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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