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완성 습관의 힘 - 재능, IQ, 환경을 뛰어넘어 상위 1%로 향하는 비밀
초등교사 안쌤(안상현) 지음 / 빌리버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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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로 해가 바뀌며, 우리집에도 8살 어린이가 생겼다. 3월부터 진짜 초등학생이 되려고 대기 중인 예비초등학생이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어린이집에서 어느 정도 학습을 하며 초등학교에 갈 준비를 했을텐데. 작년 친구들은 '알림장'쓰는 연습도 했다던데, 아쉽게도 이번에 입학을 앞두는 초등학생(우리 애만 일지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언제 학교가는지는 알려나.ㅠㅠ


각자도생을 위해 가정마다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학습시키고 있다지만, 코로나가 쥐어준 집콕의 한계는 컸다. 집안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서로 지쳐 방전되어갔고, 그렇게 1년이란 세월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덜컥 받게 된 입학통지서!!!

학교관련한 '지인 정보찬스'는 코로나와 함께 끊어진지 오래고, 학교에선 예비소집일도 줌(Zoom)으로 대신했다.

학교를 가긴 가는 걸까?

학교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 책은 동"5줄이라도 붙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집은 책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이후 교육에 관한 것보다 학교의 분위기, 지도해주어야 할 기본적인 것, 학교 다니게 되면 앞으로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 해줘야 할지에 주로 관심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기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왜 초등학교 생활이 중요한지, 즐거운 초등학교 생활을 위해 생활태도, 친구관계, 학업태도는 어떻해야 하는지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저자가 10년차 학교선생님이어서 그런지 현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글에서도 잘 드러나있다. 구체적인 예시는 더 실감났겠지만, 그런 예가 없이(실명 거론 안 되도 아이들의 프라이버시가 우려)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한 결론과 생각이 쉽게 정리되어 도움이 됐다. 어디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신뢰가 가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실 첫째보다 둘째 생각이 더 났다. 소심한게 걱정이지만, 꼼꼼하고 성실하니 알아서 하겠거니 할 것 같은 첫째는 한시름 걱정을 덜었다. 그런데 물건을 빠뜨리거나, 감정표현이 서투른 둘째는 아이의 생활태도나 습관을 어떻게 잡아줘야 할지 이 책을 보고 나니 알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는 예비초등학생 부모님보다는 초등학교 1년 전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도 미리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의 어떤 면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이 책을 읽으면 감이 온다.


저학년에게 필요한 생활태도나 친구관계, 습관 뿐 아니라 학습에 관해서도 후반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장기적으로 아이 교육을 세우실 저학년 부모님도 참고해 읽어보시길!!


특히 독서 습관이나 공부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제시한 선생님의 작은 팁들은 우리집에서 단 하루만에 효과(?)를 보였다.

요즘 다른 건 몰라도 아이에게 학습지 한 장은 꼭 풀게 하는데, 어제 하루는 첫째가 그러더라.

"엄마! 오늘은 공부 안 하고 TV 보면 안 되요?" 그래서 여기 책에 나온대로 해 봤다.

"이거 딱 1문제만 풀고 TV 보자!"라고.

평소대로의 한 장은 나도 마음을 내려놨고, 딱 한 문제로 매일 문제집을 펴는 습관만은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아이 스스로 한 문제를 풀더니 평소량만큼 뚝딱 풀어냈다. 첫째가 하니 둘째도 똑같이! 그리고 아이는 다 풀어놓고 스스로 뿌듯해 했다.


그밖에 영어나, 한자, 악기 배우기, 운동 시작에 대해서도 나오니 참고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부모로써 '저걸 다 시켜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테지만 아이의 취향과 의견을 반영해 골라보면 좋겠다.


예비 초등학생을 둔 부모를 위해 처음 선택한 책으로 이 책은 대성공이었다. 내게 필요한 정보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딱 정갈하고 적당하게 들어있었다. 학교 생활의 기본을 다루었으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신 부모님,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을 몇 년 더 앞두신 부모님,

또 초등학교 입학한지 얼마 안 되는 부모님들이 읽어보시면서 예비하고 점검하며 도움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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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내게 거짓말을 한다 - 화학 성분으로부터 피부 구출하기
한정선 지음, 헬스경향 기획 / 다온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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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르는 화장품인데 제가 잘 알아야겠다 싶어서 읽는데 유익하네요. 다음부탄 화장품 잘 체크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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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내게 거짓말을 한다 - 화학 성분으로부터 피부 구출하기
한정선 지음, 헬스경향 기획 / 다온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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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A는 비행기 운행시간 동안 어떤 크림 한통을 다 쓴다고 했다. 연예인B가 1인1팩한다하니 많은 사람들이 새해목표를 1인1팩으로 정하며 대량으로 마스크팩을 구매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게 광고나 방송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된 화장품에는 'ㅇㅇㅇ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하나가 방송을 타면 우루루루 몰려가고, 뭔가에 열광하는 것에 유독 부정적인 나는 그런 현상 속 진실이 늘 궁금했다. 그러나 궁금하면 잘 참는 편인데다, 궁금함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의혹은 늘 풀리지 않은 상태에 머물렀다. 그때 이 책을 발견했다. 





저자는 헬스경향 기자이자, 화장품학 박사학위자로 여러 프로그램에서 올바른 화장품 상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제목에서 이미 기대했고 예상한 바지만 저자가 폭로한 화장품의 거짓말들은 실랄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단데 (추천사에) 그래서였나보다.

모두가 화장품의 효능을 찬양할 때, 이렇게 반기를 들어주는 책 한 권이 있어서 반갑다. 그런데  '뭐야? 이렇게까지 나와도 되는거야?','화장품 회사에서 작가님 테러당하는거 아냐?' 도대체 안 걸리는 화장품이 없다. 

1)1인1팩 이러고도 할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1일 1팩이라는 마케팅에 속았다. 보통 마스크팩의 원리는 시트를 피부에 붙여 외부 증발을 막고, 보습, 미백,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기적의 성분을 피부에 흡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팩의 성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제수와 글리세린을 제외하면 기능성 유효 성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 마스크팩은 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부 외곽의 각질층이 불어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피부가 촉촉해졌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p.79


저렴한 가격이지만 하루하루 하면 최고의 효과를 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한번은 해보게 된다는 1인1팩. (나야 일단 의지력에서부터 이미 걸리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다. 깊은 믿음이 배신당한 느낌이랄까. 
아니! 거의 물로 만들어졌다니! 
촉촉한 느낌이 각질층이 불어난 거라니!!

이게 끝이 아니다. 마스크팩은 오랜 기간동안 보관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 영세한 화장품 기업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방부제는 소독약보다도 강력한 살균력을 갖추고 있다.  

1인1팩의 붐을 일으킨 연예인의 말은 사실일까?
1인1팩으로 완벽한 피부로 성공한 사람은 없을까?
저자가 발설한 진실에 나는 정말 피부 좋아진 사람 없냐고 외치고 싶다.

2)믿었던 튼살크림!설마 너도?!!!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 임신한 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튼살크림이다. 열심히 바르면 살이 트지 않게 내 피부 그대로 되돌려 준다는 크림. 아이도 좋지만 예전으로 되돌아 가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나 또한 거의 신봉수준으로 열심히 발랐었다.(둘째 땐 거의 잊어버렸지만) 그런데 이것도 아니란다.

실제로 튼살 화장품의 성분을 들여다보면 튼살을 획기적으로 완하시킬만한 성분은 없다. 피부 건조를 해결해 주는 정제수를 기반으로 글리세린, 식물성 오일등의 보습 성분이 대부분이기 떄문에 바디 크림과 같은 보습 화장품과 별 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p.175


3)무향화장품도 그냥 무향이 아니라네!  

화장품은 향이 있으면 금방 변질될 거란 우려 때문에 무향을 썼다. 나만 몰랐나? 무향화장품엔 화학성분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화학성분이 포함된단다는 사실을?

또 뭐 있냐면....삐리리리리리~~~ (책!을!보!세!요!)

화장품에 대해 무지한 건 둘째치고 무관심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화장품을 살 때, 백화점에 있는 걸 신뢰했고, 상품표면에 크게 써있는 성분에 의존했다. 그저 발라서 별탈 없으면 썼다. 그러나 화장품 업체에서 내세워 이야기 하는 기능성 성분은 실제로 함량은 확인 못할 만큼 적은 수준이었다.분명 개선제품인데 내가 쓰는 기초라인과 성분이 똑같았다.  

소비자들이 이런 진실과 마주해야 할 때다. 너무나도 많은 화장 제품이, 종류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선택을 못 받은 화장품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효과를 내세우는 광고로, 후기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거기에도 진실과 거짓이 있다. 보여줘야 할 것들은 안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런 소비자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잘 모르는 유해성분은 책에 나온대로 저도 따라 적어봤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강
#화장품은내게거짓말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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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땡큐 에디션)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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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짜 다음 생엔... 기계랑 살 거다 p.272

 

책 속 박막례 할머니의 이 한 마디를 듣고 이 책을 선택했다. 유투브, 책 출간, 요리, 여행 등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생 끝에 씁쓸한 뒷모습을 보이는 보편적인 노년의 삶이 아닌 새롭게 태어난 박할머니의 이야기는 생기발랄하며 매력적이다. 그녀의 어떤 것이 수많은 이들의 클릭수를 높였을까?

 

71세 박막례할머니의 스토리는 15세 소녀 적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자신의 삶에 책을 낼 줄 알고 계셨을까? 그래서인지 사진과 스토리로 구성한 내용은 상당히 적다. 공부에는 열망이 있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기회를 잃은 한 사람으로, 어릴 적 시작을 가서 신랑은 아이와 아내만 두고 떠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니 남은 건 치매라는 진단 뿐!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손녀의 남다른 사랑과 재능이 역동적인 할머니의 성격과 잘도 맞아 떨어지며 새 인생의 막을 연다. 책 분량으로 보면 얼마나 그 인생이 즐거웠을까 싶을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재미난 입담도 끊임없는 도전도 그의 나이를 잊게 했다. 자꾸 도전장을 물어오는 손녀가 할머니의 연세를 헤아리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할머니는 잠깐은 두려워했고, 불길 해 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때론 실패하여 넘어졌으나 툭툭 털고 일어나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순간순간을 주어진 상황들을 즐겼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한국에서 보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여태껏 보지 못한 것들을 보면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를 보는 것 같았다. 눈살을 찌푸리며 거부할거라고 예상했던 모습과 달리 할머니는 생기있게 활기차게 많은 것들을 맛보고 소화했다.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었고, 사진을 찍는 포즈마저 여유가 있어보였다. 평소에 젊은 세대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해본 어떤 것들이 다른 어떤 분들에겐 도전이고 문화충격일 수 있다는 것을 박할머니를 통해 보고 알았다. 내가 그분의 손녀가 되어 우리 할머니에게 하듯 이것저것 보이고 도운 것 같아 흐뭇했다. 그분들이 우리와 동떨어진 세대라는 틀에 나 또한 갇혀있지 않았는지 정신이 차려졌다. 살아서 느끼는 것은 우리와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러 가지를 대함에 있어 그들 고유의 감각으로 우리보다 더 민감하고 세심하게 잡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왜 그렇게 쉽게 외면했을까.

 

 

할머니의 삶을 보면 인생 뭐 별거 있나?’ 싶다. 비교하지 않고 현재에 내게 주어진 삶을 즐기며 그것을 기쁘게 표현하는 것. 고난과 아픔에서 살아온 시기보다 지금을 즐기며 경험을 늘여가며 사는 삶을 보면 할머니의 정체성과 삶의 이유가 또렷이 드러나는 듯하다. 손녀 유라 씨와 할머니의 환상적인 콜라보 덕에 가능한 삶이었던 것도 있겠지만, 할머니의 삶은 누구라도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보여줌으로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고, 격려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나 손녀 유라 씨는 매체인 유투브를 잘 활용하기도 했다.

몰랐다가 충격적으로 깨달은 건 항상 그냥 내 아빠였던 우리 아빠가 박할머니와 동갑인 연세라는 것이다. 코리언 그랜마라는 어색하지 않은 할머니의 외모를 보며 같은 연세인 아빠를 번갈아 가며 떠올렸다. 아빠도 할아버지셨었지 라는 생각에 우리 아빠도 박할머니처럼 당신만의 인생 스토리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 이야기를 나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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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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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나 애 둘 데리고 제주도 보름살기 하러 갈래!”

9월 아이들 어린이집 폐원을 앞두고 내린 결심이었다. 남들 그렇게 가도 부럽지도 않았기 때문에 내가 가리라 생각도 안 했었던 제주도였다. 이왕 데리고 주구장창 있을 거 까짓 제주도 한 번 가보면 어때? 라며 객기를 부려본다.

왜 하필 제주도냐?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하고,,,” 이런 주변의 만류는 예상한 바다.

강원도도 좋아. 또 집에서 숙박비 안 들고, 주변 다녀도 되잖아?” 하지만 주변의 걱정 어린 말들에 나는 이렇다 할 이유를 내밀지 못했다. 그래 많고 많은 내륙을 두고 왜 나의 선택은 제주도였을까?

(남들은 유럽, 동남아로 한 달, 일 년 살기도 잘만 하는데, 내륙이냐 섬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게 조금 우습긴 하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경제 사정에 맞추는 거니 우스운 건 넣어두겠다.)

 

베스트셀러여서 반응이 조금 누그러들면 읽으려 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까봐 읽기를 미루고 있었다. 이런 독서 연기는 이 책이 이번 달 독서토론모임에서 읽을 책으로 선정되며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첫 장을 읽으면서 훅훅 빨려들어 간다. 곧이어 그의 스토리텔링에 빠져든 나는 마치 파리지옥에 앉았다가 갇혀버린 파리와 같았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은 소설, 글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감정을 알아차리게 되나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왜 제주를 택해야만 했는지를 알아차렸다. 4년 동안 익숙해져버린, 꾸덕꾸덕 때가 묻어 벗겨도 떼어 지지 않는 것 같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그간 쌓아 놓은 내 옆의 가구, 가전, 옷 등 나는 그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단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자 함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낼 수 있는지 내 자신을 낯선 곳으로 던져보면 어떨까 궁금했다. 날 모르는 그 어딘가에서 쫓기는 삶을 벗어재끼고 나와 아이들의 발길 닿는 대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좋은 곳에서는 오래 머물고 별로인 곳에서는 미련 없이 떠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노바디가 싶었다.

익숙한 사람과 환경에서 벗어나 노바디로 홀가분한 삶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륙은 언제든 내키면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섬에 떨어진 삶은 어찌됐든 그 안에서 주어진 시간을 버티고 보내야 한다. 좀더 노바디다운 노바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멀리 떠나면 내가 의식하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고, 해야 할 일들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게 된다. 낯선 곳에서 나는 내 자신에 그리고 내 가족에 몰두할 수 있으며, 현재 내가 맞이한 것들에 모든 감각을 자유롭게 둘 수 있다.

 

여행이란 주제로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가지치기마냥 뻗고 뻗치며 그의 사유를 펼쳐나간다. 내안에 늘 갇혀 사는 나는 내가 전부라 여겼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발견한다. 그에 각종 지식들을 끄집어내어 그의 글을 더 탄탄해졌다. 그의 이야기보따리는 마치 마술사의 모자에서 갖가지 천조각과 비둘기가 나오듯 한도 끝도 없이 무언가가 나올 것 같다. 같은 상황, 같은 이야기 안에서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는 그의 글 속엔 남다른 관찰력과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 오디세우스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스로마 무식자인 내게 생소해서 흥미로웠다. 그 안에 인간의 숨은 본성을 꿰뚫었고 드러내주어 나는 식겁했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싶어한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길 원한다. 유명한 사람만이 갖고 있을 수 있는 욕망같지만 일반인도 다르지 않다. 낯선 환경에 던져지면, 자신을 증명하고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유치함을 무릅쓰며 자신의 소속과 업적을 떠벌린다. 가령 학부모 모임에서, 어떤 커뮤니티에서 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과시하려고 각자의 말만 늘려대는 모습은 오디세우스에서 드러난 인간의 모습이 예나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삶을 여행으로 우리를 지구의 여행자로 본 것은 여행이 단지 시간과 장소를 이동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게 한다. 삶이 여행이다! 그렇게 삶을 즐겁고도 여유롭게 본다면 좋으련만. 현실에서는 우리는 왜 그렇게 분주하고 치열하기만 한지. 그의 글을 통해 삶을 보다 너그러운 눈빛으로 본다. 그런 삶을 보다 너그럽게 누리기 위해 그렇게도 여행을 하나보다. 그게 바로 여행의 이유는 아닐지. 이제는 제주로 갈 가방을 꾸려야겠다.

 

 

...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즉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즉 자동차나 비행기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뇌는 이것을 비상한 상태, 즉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었다고 판단하고 소화기관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운전자는 멀미를 겪지 않는다. 차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뇌가 그에 맞춰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멀미는 뇌의 에측과 눈앞의 현실이 다를 때 일어난다고도 할 수 있다.

p.49-50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과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51

 

소설을 쓰는 것이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아이가 레고를 가지고 놀듯이 한 세계를 내 맘대로 만들었다가 다시 부수는, 그런 재미난 놀이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여행하는 것에 가깝다. 우선은 그들이 문을 열어주어야한다. 처음 방문하는 그 낯선 세계에서 나는 허용된 시간만큼만 머물 수 있다. 그들이 때가 되었다고 말하면 나는 떠나야 한다. 더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또다시 낯선 인물들로 가득한 세계를 찾아 방랑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자 마음이 참 편해졌다. <살인자의 기억법 > 작가의 말

p.63

 

... 이렇듯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입력된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때로 허망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p.63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p.64-65

 

... 근대 이후로 인간은 자연과 세계를 개조하고 통제하며 발전해왔고, 그런 정신을 이어받은 자기 계발서들은 우리에게 주변의 문제들은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고대의 지혜에 끌린다.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한다.

p.68

 

... 작가의 뇌는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지만, 그 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모국어로 짜여있다. 작가는 모국어에 묶인다.

p.78

 

...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 없는 음성으로 낮게 읊조리는 소심한 목소리에 삶의 깊은 진실이 숨어 있을 때가 많다. 그런 웅얼거림을 잘 들으려면 발화자 가까이에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p.79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p.81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p.109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p.117

 

..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타인의 환대가 필요하고, 적절한 장소도 주어져야 한다.

p.127

 

... 만약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 , 그림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 그림자를 소중히 여겨라. 하지만 만약 그것을 잃었다면,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면, 남은 운명은 방랑자가 되는 것뿐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가 되면 굳이 그림자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p.129

 

자주 떠도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오디세우스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방랑을 멈추고 그림자를 되찾을 수 있는 어떤 곳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까? 과연 그런 곳이 있기나 할까? 나는 거기에서 받아들여질까? ...

p.132

 

... 국내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아는데, 해외에 나가면 내가 누구인지를 나만 아는 것 같았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자기만 아는 상태가 지속되면 키클롭스의 성으로 쳐들어가는 오디세우스와 비슷한 심리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p.165

 

실뱅 테송의 말처럼 여행이 약탈이라면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늘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하러 그 먼 길을 떠나겠는가.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

p.179

 

뉴욕에서 살던 어느 날 아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여행 가고 싶다.”

지금도 여행 중이잖아.”

아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진짜 여행.”

마치 꿈속에서 꾸는 꿈같은 것인가? 아니면, 꾸역꾸역 밥을 입안으로 밀어넣으며, 정말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말인가?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충분한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활도 유랑처럼 느껴진다.

p.193

 

인간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대면한다.

p.197

 

이주와 여행의 관계는 마치 현실과 소설의 관계와 같다. 현실은 어지럽고 복잡하고 무질서하다. 자잘한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고, 그중 어떤 것으 ㄴ우리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개개의 사건들에 일일이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다. 현실은 줄거리가 없다. 어ᄄᅠᆫ 일들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때로 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다. 아름다운 별똥별이라고 생각하고 쳐다보던 무언가가 거대한 운석으로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대단한 일처럼 생각하고 긴장했지만 별일 아닌 것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우주는 우리의 운명에 무심하며 우리는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p.199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흥분 속에서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 독자와 여행자 모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게 무엇인지는 당장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일상으로 복귀할 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살던 동네가 다르게 보이고 낯설게 느껴진다. ...

p.20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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