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 개정판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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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지!!

<공중 그네> 읽고 지인이 소개해 준 책이라 바로 읽어봤는데, 역시나!! 재밌다 ^^

이라부는 긍정적이고 매사 아무렇지 않게 시도해 보는 정신과 의사다.

그와 제대로 콤비를 이루는 간호사 아유미짱도 심드렁하면서 야하게 옷을 입고 주사를 무심하게 놓는다.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쫄지 않는 모습이 참 부럽다.


각 환자들의 모습들이 내 모습과 똑같았다.

어딘가에 쫓기는 느낌이고, 강박적이 되어 가며, 착각과 환상에 빠져 살 때도 있고, 외로움에 허덕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별거 아니라듯 '해보자!'라고 말하는 이라부!

물론 제안하는 게 밤에 닫힌 수영장에 들어가는 거라던가, 이혼 전 나에게 상처 준 아내에게 이제 와서 가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환자들의 상황에 충분히 같이 함께해 줬다. 환자 따라 수영을 배우고, 전 아내에게도 같이 가주며, 오디션도 봐주고, 안 쓰던 핸드폰도 산다. 경품에서 어린이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는 악행(?)까지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싱글벙글 해맑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민폐 캐릭터?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마력의 캐릭터!


이라부는 따로 자신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을 하지도, 자신의 전략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의 삶에 철저히 함께 들어갔고, 환자의 모습이 어떤지 조언하기 보다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줬다. 그런 모습을 환자들이 보며 자신의 모습이 어떤 상황인지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봤다. 처음엔 눈살 찌푸리고, 다시는 안 오겠다는 다짐이 서서히 돌아섰다. 이게 바로 이라 부식 심리치료다.


회사에 가기가 싫어질수록 통원 치료는 거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휴진 일이면 이라부가 그리울 정도였다. 이라부는 괴짜이지만 그 괴짜 같은 언동이 위안이 되었다. 바보와 괴짜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정 안되겠으면 상식을 차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p.123

현실에서 어떤 정신과 의사가 이라부처럼 정신 치료를 할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데? ㅎㅎ


당연히 소설이지만, 그의 자유롭고 의식하지 않는 행동을 보면, 관습과 틀에 얽매던 내가 이 책을 읽기만 했는데도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 살짝 생각을 바꿔 남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이라부를 보면서 묘하게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하기에 나는 또 이라부 시리즈를 기다린다.

<공중그네>를 읽으며 그 맛이 그리운 분들은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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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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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공중그네>의 자유로운 발상이 담긴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바로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빌려봤다.

그가 낸 가장 최근 작품으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은 책과 내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어서 눈길이 더 갔다.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코로나 방호복, 그리고 한 명의 어린이. 그들을 호위하는 듯한 따뜻한 핑크색 바탕 표지는 이 책의 내용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할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비슷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지만, 또 익숙한, 또 쉽사리 경험하지 못하는 귀신(?)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등장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알고 보니 그건 사람이 아닌 귀신이었더라!'라는 식의 결론이 난다. '알고 보니 손님이 아니라 귀신이었어!'라는 식으로 옛날에 읽은 공포소설이 떠오른다. 물론 동급이라 볼 수 없다! 공포소설은 우리에게 소름과 닭살을 선사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놀라움과 훈훈함을 준다. 우리보다 앞서가거나, 도와주는 존재는 두렵다기보단 따뜻하고 고마운 데다 장난기에 재치까지 갖췄다. 오히려 정감이 갈 정도다. 우리의 삶에 살짝 관여하는 그들을 보면서 일본은 모든 걸 신으로 믿는다더니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 생각도 들었다.

잠시 혼자 머물게 된 집에 누가 뛰어다니는 소리를 낸다면, 나는 거기에 익숙해질까, 뛰쳐나올까?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그 재직기간을 견뎌낼까?

나와 닮은 점쟁이가 있다면 내게 무얼 이야기해 줄까?

우리 아이가 코로나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면 나는 그걸 복으로 여길까? 저주로 여길까?

내 차가 제멋대로 나를 데리고 다니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어찌 보면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아닌데, 그 따뜻한 이야기에 푹 젖어 나라면 어떨까? 생각을 틀어볼 수 있었다.

'코로나와 잠수복'이란 작품은 코로나 시기에 작가가 쓴 작품일 텐데,

지금같이 코로나에 익숙해진 게 아니라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읽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겠다 싶다.

지금은 안 걸리는 게 아니라 빨리 다 걸려 면역력이 생겨 편하게 돌아다니면 더 좋겠기에,

코로나에 절절매는 모습이 이젠 거리감 있게 느껴진다.

아! 한 가지 더!

이 책에서는 유독 포크송 같은 편안한 음악 제목들이 나온다.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올드하면서도 느슨하게 해주는 음악들이 내용과 잘 어우러졌다.


아무튼 소설은 짧고 편하게 읽히며, 오쿠다 히데오답게 쉽고 재미나다.

다만 <공중그네>의 여운으로 읽을 책은 아닌 듯하다.^^ 결이 조금 다르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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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육아 - 어느 조용하고 강한 내향적인 엄마의 육아 이야기
이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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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고 봐야지봐야지 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내향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육아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개만 보고 이 책을 보고 싶었는데, 세상에! 2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읽었다.

2년 전이라면 아이들이 6,7살이었을 텐데... 진작 읽어볼걸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SNS에 시선이 팔려 아이들을 그렇게 안 키우면 큰일 날 것 같았던 지난 과거들이 생각났다.

조리원 동기들의 돌도 안 된 아이와의 주말 외출이야기를 들을 땐, 내 아이에겐 못 해주는 데에 대한 죄책감과 남편을 향한 원망함을 뭉쳐키웠던 지난 감정들이 떠올랐다.

남들은 집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야 시간이 잘 간다는데, 나는 나가면 오히려 시간이 안 갔다.

육아동지들과 함께 육아를 하면 덜 힘들다는데, 나는 다른 아이와 그 엄마를 만나 육아를 하는 시간이 더 힘들었다. 나가는 준비와 나가서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다.

남들은 카페에서 아이를 데리고 데이트를 한다는데, 나에겐 언감생심 데이트였다.(앉아있을 수나 있을까?)

아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빴고, 사고치는 걸 수습하고 다니느라 내 외출은 늘 고단했다. '외출의 결과가 고작 이거란 말인가' 늘 허탈했다. 오히려 카페 데이트 한다는 게 진짜 가능한 건지, 바깥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엄마들에게 진심이냐고 묻고 싶었다.

외출에서 간신히 몇 개 건진 나와 아이들의 사진만이 나를 위로해 주긴 했다.


지금은 남들과 비교하는 육아가 제일 어리석었었다는 걸 안다.

내 성향과 다른 육아를 쫓아다니느라 내 성향에 거슬러 했던 육아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소진시켜버렸다.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조금은 덜 화냈을텐데...

그냥 편하게 집에서 육아했어도, 아이는 자신의 속도와 능력대로 잘 자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내가 왜 힘들었는지, 왜 남들과 함께 하는 육아가 힘들었는지 이 책이 나 대신을 나를 대변해준 것 같아서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내가 했던 육아에 지지와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글도 잔잔하고 부드러워 쉽게 읽혔다. 그렇다고 그저 착하거나, 책내용이 뭐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내용은 아니다. 내향인 육아에 대해 저자 자신만의 단단함이 느껴져 그 추천과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자신의 육아가 유독 힘들다고 표현하는 부분들은 약간 거슬리긴 했다.(주변에 있는 다둥이 엄마들이 힘들지 않다고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확실히 저자의 앎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뚜렷한 주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여러모로 좋은 환경(예를 들면 좋은 위치의 집, 좋은 영향을 주신 부모님 등)에 있어보임에는 다른 환경에 있는 이에게는 '역시나!'하는 괴리감이 조금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도 영재발굴단이나 기타 프로그램에서 나올만큼(부모의 지지 뿐 아니라 타고나게, 유전?) 뛰어나보였다. 같은 내향육아여도 훌륭한 조건이 있었으니 그렇겠지라고 여길 수 있을 거란 것이다.


그래도 이 덕(아이의 뛰어남?)에 그녀의 내향육아도 실패가 아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나같은 내향인은 우리의 육아도 우리의 성향을 거스르지 않고 아이와 잘 맞춰서 해도 된다는 지지를 받은 듯 힘을 받는다.(물론 우리 아이는 저렇게 영재가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알아야 하고, 아이들에게 체험하게 해 주고, 아이를 안정적이고 완벽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엄마'의 노력과 열심을 요하는 '육아'세계에서 엄마는 늘 좌절하고 낙담한다. 특히 내향인 엄마들에겐 이런 것들이 특히나 더 버겁다. 이런 육아의 세계에서 나를 돌아보고, 내 성향 특히 내향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게 육아하라는 저자의 주장은 내 육아 또한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흔들리지 않은 내향육아에 감사하다. 그런 주관이 있었기에, 이 책이 나왔고 나같은 내향인 엄마가 읽으며 위로와 격려를 받았으니까 말이다.


'내 육아도(나도) 틀린 게 아니었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내 아이는 영재가 아닐지라도^^; 무조건 잘못 된 육아는 아니었다는) 안도의 한 숨을 쉬면서 얼마나 짜릿하니 좋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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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던 오늘 > 중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을 끄집어내는 듯...공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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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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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슨 이야긴가 했다.

조직폭력배 두목이 왜 뾰족한 걸 저렇게 무서워하나?

무슨 저런 정신과의사랑 간호사가 다 있어?

왜 저렇게 사람들이 미친 사람 같아 보이는 정신과 의사의 말에 호락호락 넘어가는 거지?


읽을수록 매력 있는 인물들이다.

느글느글하게 웃으며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높은 톤의 못 말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가차 없이 주삿바늘을 꽂는,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미니 스커트를 입는 간호사 마유미.

이 한 세트는 기묘하고 기가 막힌 콤비를 보여준다.

"자 주사 한 대부터 맞고 시작할까?"


이 두 인물들에게 다가오는 고객들의 이야기가 읽을수록 재미있다.

고객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방법도, 노력도 없어 보이는데 해결이 되었다.

그저 이라부는 고객이 하고 싶은 걸 좋다고 하며(심지어는 공중그네까지 탐), 겁도 없고 할 말도 다하며 높은 자존감으로 존재감 제대로 드러낸다.

고객들도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그러다가

그와 함께 서서히 매듭이 풀리는 자신의 문제들을 보며 행복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뾰족한 걸 무서워하는 야쿠자 두목, 세이지.

공중그네에 실패하게 되는 베테랑, 고헤이.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어쩔 줄 모르는 정신과 의사, 다쓰로.

프로야구선수, 반도 신이치.

인기 연애소설가, 아이코.


이런 병이 실제로 있단 말인가? 싶으면서도 현대에 내면이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딱히 없는 일도 아닐 듯 보인다. 베테랑이지만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 올바르게 처신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데서 자기 성향을 거스르는 스트레스, 인기와 소신 앞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창작자) 스트레스 등 이해가 갈만하다. 자신을 거스르는 강박과 통제로 인해 진정한 나 자신은 '거부한다'라는 걸 알아차리며 문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간다. 그 과정이 그려져있다. 일단은 '이라부'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웃겨서, 또, 고객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공감이 되어서 읽으면서 함께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라부'와 같은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나는 어떤 진료를 받게 될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못 할 게 뭐 있어?'하면서 마음껏 해소하는 이라부의 치료방식이 신선하고 맘에 든다.

'으레 이럴 것이다'라고 했던 예상이 '이라부'의 행동으로 죄다 무너지면서 나까지 짜릿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를 따라서 좀 더 나다워지고, 자유로워지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인생, 길지 않다. 지금 당장 내뱉어야 할 걸 쏟아내지 못하면."

p.177


아무튼 이 책 재밌다.

공중그네 시리즈가 나왔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것만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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