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무슨 이야긴가 했다.
조직폭력배 두목이 왜 뾰족한 걸 저렇게 무서워하나?
무슨 저런 정신과의사랑 간호사가 다 있어?
왜 저렇게 사람들이 미친 사람 같아 보이는 정신과 의사의 말에 호락호락 넘어가는 거지?
읽을수록 매력 있는 인물들이다.
느글느글하게 웃으며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높은 톤의 못 말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가차 없이 주삿바늘을 꽂는,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미니 스커트를 입는 간호사 마유미.
이 한 세트는 기묘하고 기가 막힌 콤비를 보여준다.
"자 주사 한 대부터 맞고 시작할까?"
이 두 인물들에게 다가오는 고객들의 이야기가 읽을수록 재미있다.
고객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방법도, 노력도 없어 보이는데 해결이 되었다.
그저 이라부는 고객이 하고 싶은 걸 좋다고 하며(심지어는 공중그네까지 탐), 겁도 없고 할 말도 다하며 높은 자존감으로 존재감 제대로 드러낸다.
고객들도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그러다가
그와 함께 서서히 매듭이 풀리는 자신의 문제들을 보며 행복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뾰족한 걸 무서워하는 야쿠자 두목, 세이지.
공중그네에 실패하게 되는 베테랑, 고헤이.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어쩔 줄 모르는 정신과 의사, 다쓰로.
프로야구선수, 반도 신이치.
인기 연애소설가, 아이코.
이런 병이 실제로 있단 말인가? 싶으면서도 현대에 내면이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딱히 없는 일도 아닐 듯 보인다. 베테랑이지만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 올바르게 처신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데서 자기 성향을 거스르는 스트레스, 인기와 소신 앞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창작자) 스트레스 등 이해가 갈만하다. 자신을 거스르는 강박과 통제로 인해 진정한 나 자신은 '거부한다'라는 걸 알아차리며 문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간다. 그 과정이 그려져있다. 일단은 '이라부'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웃겨서, 또, 고객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공감이 되어서 읽으면서 함께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라부'와 같은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나는 어떤 진료를 받게 될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못 할 게 뭐 있어?'하면서 마음껏 해소하는 이라부의 치료방식이 신선하고 맘에 든다.
'으레 이럴 것이다'라고 했던 예상이 '이라부'의 행동으로 죄다 무너지면서 나까지 짜릿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를 따라서 좀 더 나다워지고, 자유로워지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