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배우는 오늘의 경제 교양
김정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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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금융경제하면 알 수 없는 용어와 복잡한 사건의 과정이 드러난 표, 그래프가 생각난다. 그래도 현실을 사는 데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은 늘 있고, 역사에는 흥미가 있는데다, 과거 경제사 용어 몇 가지는 익히 들은 게 있다고 이 책의 소개에 힐끗 눈길이 갔다. 한국경제사를 쉽게, 흥미진진하게 알려준다는 소개에 한국경제사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자꾸 이야기해서 민망하지만) 금융 경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어서 '어피티'가 뭔지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어피티'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경제 미디어로, 그중 <머니레터>는 현재(2023년 4월) 약 2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경제금융뉴스레터다. 이 책의 저자는 <머니레터>를 통해 2년간 경제사건과 그 뒷이야기를 연재했고, 28만 구독자가 열광한 시리즈에서 쉽게 알려주는 저자의 경제 이야기는 시작됐다. 이 책에서는 증권파동, 강남 개발부터 빅 테크 버블, 깡통전세 등 경제 뉴스를 따라잡기 위해 알아야 할 한국경제 46개 사건, 부동산, 노동과 복지 등 23개의 주제를 500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 다루고 있다.


구성이 색다른 점이 눈에 띈다. 경제의 역사라고 해서 '초반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하지 않았다. 부동산, 노동과 복지, 금융경제 등으로 몇 파트로 구분 지었다. 각 파트의 주제마다 굵직한 두 사건을 다루는데 이 또한 독특하다. 가장 최근의 사건을 먼저 다룬 후, 그리고 과거의 연상되거나 연결되는 사건을 소개했다. 최근 일어난 경제 사건, 주제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3-40년 전 과거를 연결 지어 설명했다. 그 덕에 과거에서 도출된 현재와 그 흐름을 이해함으로 거시적인 시각으로 한국경제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비유가 조금 과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마치 드라마에서 악당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악당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악당의 어린 시절과 환경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무작정 한 사람을 비판하기보다 전반적인 인생을 바라봄으로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의 경제 사건은 그것을 도출해낸 과거의 원인이 있어서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여준다. 경제사건에 대해 폭넓고 깊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 읽고 봤던 <재벌집 막내아들>로 한국경제사를 훑는 듯 했는데, 이 책으로 개념과 경제 상황 그리고 결과를 한 번 더 짚어볼 수 있어서 내 나름엔 경제사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천당' 위의 분당'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 지금의 성남시가 만들어진 과정들, 대기업들의 연쇄부도, 카드대란, 분식회계, 금융실명제 등(우와 끝도 없이 많음) 드라마에서 언뜻 재미로만 알게 된 내용이 이 책을 읽다 보면 속 시원하게 알게 된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 회장의 장남 진영기가 왜 명동의 사채업자의 큰 손의 사위가 되었는지 이 책을 보고 나니 딱 알겠다. (여기까지만 ^^) 그밖에도 '경부고속도로와 명문고 이전이 이렇게 관련이 있었어?' 놀랍기도 하고, 산아정책 이후 세종시의 탄생과 연관되다니 흥미롭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뉴스에 나오는 이유가 이런 거였어? (읽어보세요!^^)



위에도 말했지만, 500페이지 가까운 책 두께에 지레 겁먹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일단 읽어보면 경제사가 쉬워지고, 재미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뉴스에는 나오지만,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에, 찾아봐도 이해가 안 갈 용어들이 쉽게 이해 되어 신이 난다. 특히 나에겐 자산버블, 공매도 증권금융 관련한 용어가 어려웠는데, 특정 경제사와 관련된 인물들이 말할 만한 대사들로 대본도 나와 있으니 그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별도의 용어는 따로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전 대통령 박정희가 나오는 몇 가지 사건들에서는 그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곳이 있었다. 이 책은 사회, 윤리 분야를 다루는 게 아니라 경제를 다루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내용에 어느 정도 일리 있겠다고 판단을 했다.

유익하고 알찬 경제 정보를 쉽게 다루어서 나도 몇 차례 읽고 싶은 데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 이 책으로 한국의 경제사를 이해했으면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경제하면 무조건 어렵다 하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 책으로 한국경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받았으면 해서 추천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어피티'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조금 더 경제에 한걸음 더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해준 책이어서 내겐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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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경제사 - 한국경제 흑역사에서 배우는 오늘의 경제 교양
김정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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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사가 이렇게 쉽고 재밌을 수가 있나요? 근현대사에 경제사까지!! 정말 이 책 한 권으로 많은 부분 이해하고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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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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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전에 '조르바' 욕부터 들었던 책이라서 읽기를 망설였던 책이었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인생 책으로 여기셔서 이야기하셨고, 저 또한 이 책이 저희 집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이번이 기회다 생각하고 읽어봤습니다.


이 책을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나도 다른 두 인물이 만나서, 함께 사업을 하고 그리고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선 나와 조르바.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 둘이 나오죠. 어쩌면 조르바를 만나면서 '나'라는 사람을 새롭게 알아가고 찾아가는 성장기와도 같은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책을 읽다 보면요. 등장인물을 보면서 '어떤 인물이 나와 더 가까울까?' 생각해 보게 되잖아요. 저는 '나'에 더 가까운 사람이에요. 아마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나'에 많이들 가까우시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했고요. 책의 유익함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너무나도 많이 들었어요. 책을 안 읽은 상황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제게 훨씬 더 나은 환경과 생각을 줄 거란 기대를 갖고 여태껏 책을 읽었죠.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니 책이 아니어도 성숙하고, 지혜로운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책이 아니어도 이런 분이 있을 수 있다니?' 책에 모든 것이 있다며, 책에 집착해왔던 제가 어땠겠어요? 그런 분들의 존재(?) 자체가 되려 충격이었어요. 조르바를 바라보는 화자인 '나'가 딱 저의 모습 같았어요. 제게는 없는 부분들이 조르바에게 있어서 신기하고, 그런 분들의 삶의 지혜와 새로운 면모들을 봤으니 제게는 신세계를 발견한 것과 같은 거였겠죠. 그런 분들을 동경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조르바가 그러죠?

"나는 버찌에 미쳐있었어요. ... 밤이고 낮이고 나는 버찌 생각만 했지요. 입에 군침이 도는 게, 아, 미치겠습디다. ... 어쨋든 나는 버찌가 날 데리고 논다는 생각이 들어 속이 상했어요. ... 도랑에 숨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넘어올 때까지 처넣었어요. 배가 아파오고, 구역질이 났어요. 그렇습니다, 두목, 나는 몽땅 토했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 하지만 웃으면 안 돼요.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올시다. 내 말 잘 들어요. 터질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 안 돼요, 두목. 악마를 이기려면 자기가 악마 한 마리 반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p.289


조르바를 보고, 그의 스타일을 따라도 하고, 조언과 가치를 수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조르바는 조르바고, 저는 저죠. 이 말을 따라 '나'가 그랬듯이 저도 제 자신을 따라 여태껏 했던 것처럼 책을 터질 만큼 제 머리에 처(?) 넣어보려고요. 언젠가 그 끝이 오지 않겠어요?^^

이 책은 지금처럼 끝까지 책으로 가라고 격려하고 안내해 주는 책 같네요.


이 책에서 제게 가장 클라이막스 같은 장면은 오르탕스 부인의 죽음이었어요. 그 어떤 책보다 '죽음'이 와닿았어요. 죽음을 대하는 주변의 모습에 씁쓸했으며, 흙으로 돌아가는 썩어져가는 육신일 수밖에 없는 최후가 서글프게 느껴졌어요.


우리는 말이죠. 흔히 주변의 '죽음'을 접하게 될 때, 죽은 이와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애도가 주(主)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죽은 이의 물건을 하나라도 탐하려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이들의 신경전의 긴장감, 그리고 오르탕스 부인네 닭을 잡아서 먹으려는 판이 벌어집니다. 오히려 오르탕스 부인의 죽음은 주변인들에게는 '축제'를 앞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에요. 한 생명의 무게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요?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의 입장에서만 이해한 제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충격이었어요.


또한, 한 사람이 죽으면 사후 처리되어 단정한 옷을 입은 모습이 아닙니다. 화장된 후 유골함에 담긴 모습도 아니에요. 구더기가 넘실거리고 파리가 꼬이며 악취로 진동하는 모습일 수도 있어요. "죽고 싶지 않아!"를 외치며, 아픔에 괴로워하는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고요. 생기 돋고 팽팽했던 탄력이 사라진 죽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 꺼져버린 듯한 모습일 수 있어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오르탕스 부인의 최후 모습을 보며,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게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저렸습니다.


드디어 이 책을 읽어봤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엄청나게 뿌듯합니다.

그리고 많이들 욕하시는 포인트 잘 알 것 같아요. '여성'이란 존재가 남성 앞에 한없이 의존적으로 보였고, 여성은 남성들이 갖고 있는 많디많은 도구 중 하나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으니까요. '당시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 내용들도 군데군데 많기도 했어요.

그래도 조르바의 자유로운 삶의 태도, 어쩌면 제게는 없어서 어느 정도 배울만한 사고방식, 조르바답게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빅데이터를 쌓아 해석한 그의 지혜가 있어서 이 책은 몇 번이고 재독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재독 후엔 지금보다 이 책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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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6-01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여성형 조르바에 관한 소설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 달 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렛잇고 2023-06-02 09:09   좋아요 1 | URL
서곡님 안녕하세요^^ 여성형조르바라니!! 굉장히 신박한 소설이겠어요. 서곡님 댓글 덕에 막혔던 생각이 뻥뚫리는 느낌이네요.^^ 서곡님의 6월 한달의 시작도 응원하겠습니다. ^^

서곡 2023-06-02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렛잇고님 안녕하세요 답글 감사합니다 ㅎㅎ 뻥 뚫리셨다니 시원합니다 ㅋㅋ 이 달 지나면 올 상반기도 가네요 렛잇고 렛잇고!!!! 오늘 잘 보내십시오 저도 응원합니다 ^--^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영화처럼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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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가 이렇게 깔끔하게 재밌고 쉽게 전달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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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산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아무튼 시리즈 29
장보영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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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측근으로 두고, 최근 산에도 오르다 보니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산을 타본 이들의 장비를 빌려서 (동네더라도) 높다는 산에 올라가 보니, 나 또한 제대로 된 산을 타본 듯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출판사에서 일하던 저자는 초반엔 열정을 갖고 일하다가 점차 그 열정이 사그라드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이래저래 이유를 찾다가 결국 찾은 게 산이었다. 산 때문에 매 주말을 등산하는 데 썼고, 일하면서도 온통 산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다가 '산'과 관련된 잡지사 기자로 일하면서 산에 대한 애정을 쏟게 된다.


산을 사랑하게 된 과정과 등산에 이어 산악 마라톤까지 도전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 같은 일반인들은 몰랐던 산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종합운동장에 그렇게 줄을 지어 서있던 차가 산악인들의 버스였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각 대학에 그렇게 산악부가 존재했다는 것도. '비박'이라는 단어도 이 책에서 알았다. 요가복이나 운동복으로 산을 다니며 등산복으로 쫙 빼입은 사람들을 볼 때, 오버스럽게 여긴 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등산복과 장비의 필요성을 조금은 알게 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등산 브랜드들의 대부분이 한국에 본사가 있다니!! 조금이지만 알수록 이거 흥미롭네!!


깜깜한 산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전하고 싶은 말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전파가 터지지 않으니 핸드폰은 무용지물. 저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의 모두가 취침에 들어갔다. 나 또한 꾸물거리며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계획에도 없었던 생애 첫 비박이었다. p.23


...여름 산, 가을 산은 신축성 좋은 추리닝 정도로도 충분히 소화할 만했다. 하지만 겨울 산은 달랐다. 생애 첫 설산이었던 강원도 강릉 괘방산에 솜 점퍼와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올랐다가 호되게 당한 이후로 괜찮은 등산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솜 점퍼와 코듀로이 바지는 산을 오르는 동안 내가 흘린 땀을 전부 흡수해버렸고, 옷은 이내 차갑게 식어 얼어버렸다. 하마터면 저체온증에 걸릴 뻔했다. p.87


한국 산은 세계 등산 브랜드의 전시장이라 할만했다. 그리고 마무트, 파타고니아, 라푸마, 고어텍스 같은 아웃도어 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의 경영자들이 직접 방한할 만큼 큰 시장이었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고산 원정대에 대한 브랜드들의 지원과 후원도 과감해졌다. 제품의 우수함을 입증하고 홍보해 줄 모델로는 산악인이 재격이었다. ...

흥미로운 건 히말라야나 알프스 같은 고산에서도 끄떡없는 이 고기능성 의류와 신발이 국내 브랜드의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블랙야크, K2, 코오롱, 네파, 국내 매출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등산 브랜드는 한국에 본사가 있었다. 글로벌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업계 부동의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은 해외 수입 라인이 아닌 국내 생산라인에 있었다. 체인젠 크램폰으로 유명한 한국 브랜드 스노우라인과 부산 사상구에 본사가 있는 등산화 전문 브랜드 캠프란인은 뛰어난 품질 덕분에 제작 기술과 일부 제품을 해외 시장에 수출하기도 했다. p.89


어떤 주제든 그렇지만, '산'은 인생을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산에 오르는지, 이 산을 계속 올라야 하는지, 지금의 이 길을 계속 가야하는지 저자가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 질문이 내 자신에게도 주어지는 질문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계획 아래 내가 가진 능력치와 한계치를 가늠하며 리스크가 적은 쪽에, 가능성이 좀 더 기우는 쪽에, 좀 더 안전한 쪽에 패를 던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산이라는 공간에서는 그러한 저울질이 무의미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 모든 일들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는 것, 그래서 좌절하고 실패하는 것이 산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p.58


전문가가 느끼고 성취한 경험은 훌륭한 누군가의 것으로 나와는 먼 사람의 이야기로 보인다. '아무튼'에서 씌여진 주제 이야기는 그것과는 다르다. 뭔가를 알아가고, 실패하고, 몸소 체험하는 일들을 통과하며 지나온 과정이 완벽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소하면서도 그 자체로 행복을 알아가는 모습이 나랑 가장 근접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게 '아무튼' 시리즈만이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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