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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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그 , 지나가며 민중신학이라는 걸 얼핏 들은 적이 있다.

한국기독교 흐름을 보면 심하게는 기복신앙적인 면이 있기도 했으면서도, 말씀을 강조하는 복음주의적인 분위기가 대체적이었다. 현재는 조금 달라졌는지 몰라도, 당시 위의 분위기에 익숙한지라 사회참여적이고, 민중이란 단어가 사용된 기독교는 낯설게 느껴졌었다.

 말씀에 충실하며 양을 위한 삶과 더불어 사회적인 참여에 앞장서셨던 문익환 목사님의 삶을 책에서 보니 다시끔 '민중신학'이란 그 단어가 떠올랐다.


'민중'하면... 데모, 권리 쟁취, 투쟁 이런 분위기가 떠오르니 -매체를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받아온 내게- 그다지 반가운 단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익환 목사님의 삶을 천천히 살펴보노라면, 목사님의 삶에서 일제치하, 전쟁, 사상대립, 분단국가 등의 큼지막한 사건과 갈등이 있었다. 그 안에서 그의 고뇌끝에 선택하고 소명이라 여겼던 발자취를 보면, 민중이란 단어는 과하지도, 거부스럽지도 않다.


1918년 6월 1일. 목사님의 삶이 시작된다.

으레 다른 위인들의 출생지를 생각할 때 독특하다 여겨지는 것은 그가 북간도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도 아닌 것이, 중국 혹은 만주 지역 태생으로 본인은 출생지에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셨다지만, 그 안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으려했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활동하던 지역이 그리고 부모님, 동네가 독립군들을 보호하고 섬겼던 환경덕분인지 조선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했고, 민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그에겐 당연했다. 일제가 원하는대로 순수히 자신들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 고민을 따라 선택한 그 길을 충실히 나아갔다. 해방 후에 사상적인 갈등으로 가족들이 남하했음에도 그는 끝까지 그곳에 남은 양들을 위해 남아있었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기류와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역사 속에 놓여진 사람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박완서 작가님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였다. 그냥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과거였다고 여겼고, 참혹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너무나도 무심하게 씁쓸히 여겼던 것이 단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그런데 그 상황이 데자뷰처럼 이 책을 통해 다시 펼쳐졌다. 일제강점에서 해방이라는 반전의 얼떨떨함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혼란(전쟁)으로 악상황이 연속되는 가운데 어떻게 나를 지키고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먹고살기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을 지키기 조차 버거웠던 그 시절에 고민이란 에너지를 쏟을 힘이나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문익환 목사님의 삶의 곳곳을 꾹꾹 누르며 고뇌하고, 행동했던 삶은 단순하고 쉽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윤동주, 장준하 콤플렉스가 있다고 입에 달며 하신 말씀은 무언가 씁쓸함을 남긴다. 심지가 곧고 건강한 성정에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삶에서 열등감을 느끼고, 동료들을 의식하며 살았던 그의 삶은 그러면서도 무언가 솔직하며, 인간적이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도 그가 시대적인 아픔과 위기 속에서 무언가 책임감을 느꼈고, 또 그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고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던 마음에서 온 갈등과 번민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있어서 그의 삶은 연속적이고도 올곧다.  남하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회를 하고, 성경을 번역했다. 또 목회와 신학에서의 신을 벗으면서도 하나님의 소명이 과거와 이어져 이웃과 나라를 향한 삶으로 끝내는 마무리한다. 그의 생애 처음부터 예수님의 분부와 같이 하나님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이웃을 사랑했다. 그에게 주어진 일이라 생각하는 일에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 다른 이들이 꺼려하고, 두려워 하는 일들을 기꺼이 나섰고, 체포나 감옥수감을 두려워하지 않고 통일을 위해 힘썼다.


29.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30.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31.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마가복음 12장 29-31절]


그의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며 했던 실천적인 행동들을 읽으니, 현재 한층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떠올랐다. 목사님이 이런 상황들을 보셨다면 참 흐뭇해하셨겠구나 싶다. 조금 더 과거로 가서 대통령 탄핵과 한층 성숙해진 민주화 현실을 보셨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왜 그의 탄생 100주년에 문익환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는지 읽고나니 이해가 된다.

종교적으로는 작은 예수로의 삶을 살았고, 사회적으로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누구보다도 낮은 삶을 살았다.

처절한 상황에 내몰려져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그 모진 역사를 살아낸 분이었다. 그런 분을 불행히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다행히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


 평전이란 장르는 사실 처음 읽어봤다. 처음에 단순히 위인전 같을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그와 달리 작가의 평가와 문체가 상당히 적용되는 장르라는 것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필력, 표현력이 감탄스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의 굵직한 획을 그은 역사 한 면 한 이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훑어져서 역사와 인물을 재발견할 수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간 정치적인 상황들로 많은 부분 은폐되고 변질되었을 사건과 인물이 이 책을 통해서 빛을 발한 듯해서 의미있었다.


그를 표현하는 '늦봄'이란 단어, 그리고 무화과라는 비유 등이 가슴에 먹먹하게 다가오며, 그를 떠올린다. 또한 지금 살아가고 있는 민주화의 이 시기의 기반을 다져준 한 현대사의 위인의 치열하고 생생했던 삶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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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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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강렬할 끌림이 있다.

바꿔말하면 모든 인생에게 글쓰기가 필요하다? 그럼 내 인생도??

특별할 것 없었던 내 인생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다. 글쓰기를 통해서일지 아니면 내 인생에 대한 재발견일지 아니면 둘다일지 모르겠지만, 글쓰기의 필요성을 단 한 문장으로 강하게 어필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말한대로 '행복과 성장과 치유'를 위한 글쓰기를 주제로 한다. 글쓰기에 대해서 어떤 팁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주제대로 글을 통해서 행복해지고 치유되고 성장하는 계기를 저자는 마련해준다. 부록으로 담긴 글쓰기 프로그램(자아탐색, 행복설계)를 보면 그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한 하루하루 글쓰기, SNS 일상 업데이트, 성경필사 이야기 때문였다. 나는 저자처럼 책까지 쓸만큼은 아니지만, 저자가 언급한 글쓰기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울만한 팁들을 얻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간 글쓰기관련한 책을 읽어왔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것, 피해야 할 것들 같은 방법론적인 도움을 많이 얻었다. 그와 달리 이 책은 글쓰기를 조금더 친숙하게 접근하게끔 유도한다. 어렵게 시작하지 않는 일상에서의 메모부터 나 자신을 알고, 상처를 치유하며, 행복하고자 하는 하나하나의 글이 모여 저자가 말하는 삶을 바꾸는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매일 솔직하고 자유롭게 쓰는 것! 이 정도라면 해볼만 한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루하루 글쓰기를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성경필사도 더욱 힘을 다해 쓰기로 했다. To do list를 통해 나 자신의 삶을 조금이나마 관리하고 주도하려고 하고 있다. 지속해봐야 알겠지만, 생각보다 짧은 기간 안에서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셈이다.  


 과거에 내가 힘들 때마다 일기를 적은 게 기억났다. 이별했을 때, 회사에서 힘겨운 일을 겪었을 때, 엄마와 싸웠을 때, 친구에게 서운했을 때,아이를 재우고 나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말을 아무말 없이 들어주는 종이에 주절주절 적어내려가며 함께 눈물콧물 짜냈었다. 물론 과거에 내 일기장을 누군가가 읽어버린 기억 때문에 진짜 모든 것을 까벌릴만큼 솔직할 수는 없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웠다. SNS는 그런 남을 의식하는 면에서 내 심정을 고스란히 담기 어렵기도 했다. 물론 비공개 글을 많이 이용하기도 했지만^^;

 어쨋든 그렇게 삶을 견뎌왔고, 지나쳐왔다. 그래... 그렇게 스스로를 글쓰기로 다독이며 여태까지 왔다.

그리고 결국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는 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자신의 감정과 상황, 생각의 과정들을 담아두고 싶어서 기록하고 적어내려간다. 이 책을 통해 지난 나의 행위들이 정리되었고, 쓰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글쓰기가 더욱 즐거워졌다.


<치유의 글쓰기>를 보니, 최근에 친정 부모님을 간격을 두고 보내드린 친구가 생각났다. 침착하고 조용하지만 당찬 그녀가 "언니 나 우울증 오면 어떻하지?"라고 했던 말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그런 중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글쓰기가 치유와 이 과정 속에 견디는 힘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황에서도 글쓰기에 치유의 힘이 있는지 사실 내가 글쓰기로 극복한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상담도, 일시적인 다른 행복도, 그 처참한 상황 속에서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싶다. 말할 수 없는 크나큰 이별을 경험한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글에 꾹꾹 담고 정리하여 흘러보내는 작업이 그래도 그 상황을 견디는 작지만 큰 힘이 될거라고 믿고 싶다. 나중에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볼 뿐이다. 


이 책은 독서계발서이다. 책을 더욱 사랑하게 해준다. 자의든 타의든 나를 더 책으로 나아가게 한다. 책을 통해 도전받고, 책을 통해 설레이게 한다. 책을 보며 희망을 품게 하고, 내 삶에 책을 계획하게 한다.


저자가 거론한 책들 혹은 추천한 도서들만 읽어도 굉장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십대에 이미 천여권을 읽어낸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내 삶이 후회가 되기도 하다. 그 시기에 차라리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또한번 이 책에서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삶이 후회스럽지 않다. 책을 읽고, 쓰고, 그리고 생각하고 하는 삶 말이다. 글쓰기는 스스로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며, 끊임없이 성장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그 어느 것에서보다 큰 행복을 누리게 하는 도구이다.  


글쓰기에 부담을 갖는 나같은 사람, 이 책을 읽고 지금부터 몇 줄이라도 끄적이는 매일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단언컨대!!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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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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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조남주 작가하면 82년생 김지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을 읽으며, 지난 과거를 떠올렸고, 현재의 모습을 되짚어보았던 적이 있다. 속상하고 마음 아펐던 일들을 담담한 어조지만 시원하게 드러내 준 작가에게 너무 감사하며 그 책을 지인들에게도 추천했었다. 여성을 향한 사회의 부조리함과 편견들을 현실적으로 공감되게끔 이야기하고 있어서 답답한 상황속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바로 그책이 페미니즘 운동을 이끌어 온 것마냥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페미니즘 테마집으로 알려진 <현남오빠에게>라는 소설 작업에 참여함으로 조남주 작가는 페미니즘 작가라는 인식까지 더욱 굳혀지기도 했다.

 

<그녀 이름은> 2번째 소설로 오랫만에 독자들에게 인사한다. 이번 책에서도 말하는 이는 여자다. 아니 여자들이다. 그리고 한 연령대에 주목했던 82년생 김지영과는 달리 여러 단편소설로 여러 연령대에 주목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을 저자는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들을 소설로 풀어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의 행동을 보며, 여성의 피해에 대한 고발의 이야기에 피로함을 느끼고 있던 참이다. 여성들의 억압된 상황들, 차별들, 노고를 이해하고 공감하긴 했지만, 이것들이 피해자에서 갑으로 둔갑한 듯이 페미니즘의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굳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작가의 인식으로 왠지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감이 되면서도 담담한 어조이긴 해도 '이렇게 저희는 힘들게 살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내용이 이제는 살짝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

 

 이 책이 여자들만의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대하는 시각에서 이 책을 보고 싶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이 빈곤을 겪는 10대, 2030세대의 경제적인 난제, 3040대의 워킹맘으로의 비애, 비정규직의 상황, 육아를 졸업하고도 손자들을 돌볼 상황에 처한 조부모들... 단지 여자여서가 아니라 환경에 따라서 원치 않는 상황을 견뎌내야하는 한 사람으로 그들의 아픔을 고통을 바라보고 싶었다.

여성남성으로 서로 책임과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접어두고,

이 책을 통해 드러난 현실을 바라보며 과연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까?

조금더 발전적인 행정적, 사회적인 기반이 마련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버스 운전사, 조리사, 아나운서, 국회의사당 청소부, 대학생, 승무원, 작가까지 직업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알 수 없었던 그분들의 노고가 더욱 깊이 이해가 되었다. 고정관념과 사회적 부조리, 불평등이 만무한 상황에서 더이상 이대로 지속되게 둘 수만은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그동안의 그들의 삶을 내던지며 한 터전을 잊어버리고 찾았거나 계속 분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분들의 오래된 싸움이 얼마나 힘겹고, 지칠지 상당히 생생하게 잘 나타나있다.

건조바삭한 문체임에도 말할 수 없는 피로함과 고통, 씁쓸함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것이 바로 조남주 작가의 필력이다.

 

물론 전부 공감할 수는 없었다. 본인이 이젠 어느 정도 기성세대로 가고 있는 시점에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레즈비언으로 여겨야 하나 싶은 여성 둘이 애인이라고 칭하는 내용, 그리고 친정엄마, 자매의 입장에서 본 결혼에 대한 개념에서 내가 제대로 못읽었나 싶어서 여러 차례 읽었다. 그리고 이해해보려고도 했는데 되지 않는 부분들은 어쩔 수가 없다. 동성애에 대한 관점은 개인적인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딸과 며느리 입장에서 시댁에 대응하는 것은 세대차이인지 몰라도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과 감정에만 치우친 행동에서는 무작정 여성이라고 지지하기는 어려웠다.

 

 페미니즘 운동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움직임들을 강경하게 거부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런 운동으로 -여성의 지위도 향상된 것도 함께 - 여성의 사회적인 인식과 대우가 개선되고 있음은 환영할 만하다. 작가는 대한민국의 여성의 처우는 날로 개선되고 있지만, 그 외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여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로 페미니즘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자신이 할말은 해야겠다는 작가의 의지도 살짝 눈여겨보게 된다.

페미니즘에 나같이 피로감을 느끼고, 성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지 한 사회적 구조의 단편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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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6가지 코드 - 코딩과 디자인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법
안무정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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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초반까지만해도 나 혼자만 즐겁게 살기에 연연했었다. 미래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바로 앞의 힘든 현실에만 급급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보니 보지 못했던, 발견하지 못했던, 인지하지 못했던 분야에 저절로 눈이 뜨였다. 정치, 사회, 환경, 미래 등 ... 나 자산이 어색할만큼 열을 띠며 관심을 갖고 소리를 내고 있다. 그 모든 이유는 앞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나갈 사회를 조금 더 살기좋게 마련해주고 싶어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청원에 동참하고, 정보에 더듬이를 추켜세우며, 불합리한 처사에 대응해 조금더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찾아읽게 된 이유도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 대해 나 자신도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살게 될 사회다. 그 사회의 변화를 부모가 먼저 인지하고 아이에게 인식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엄마에게는 있다.

저자 또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학부형, 학생, 취업준비생, 코딩 관심있는 사람들을 대상을 집필하였다. 아주 적확한(?) 책이다.


이 책을 보니 미래에 우려될 일들이 조금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고,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투자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조금씩 시험대 위에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가령 핸드폰의 앱으로 집안에 있는 각종 가전을 컨트롤하는 것, 아이폰의 시리, 갤럭시의 빅스비, 네이버의 클로버 등 인공지능음성기기의 이용이 있다.

또한, 미래에 예상되는 몇가지의 것은 무인자동차, 맞춤형광고 등이다. 현재 '설마'라고 영화의 것으로만 여겼던 것들이지만, 아이폰이 우리 세계에 들어와 3차산업혁명을 이룬 것과 같이 어느 순간 우리 삶에 들어와 생활전선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할까? 과연 새로운 산업의 혁명 속에서도 우리가 존재할 이유를 갖게 할 것들은 있을 것인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며, 어떤 큰 그림을 갖고 아이들을 지도해야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내용이다.


 저자는 곧 도래할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6가지 핵심코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그 6가지는 조합combination, 관찰Observation, 디자인Design, 코딩Coding, 연결Connect,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단어를 토대로 우리가 그간 익숙하고 알고 있던 것들을 예로 들었다. 조합이나 연결 커뮤니케이션, 관찰 같은 경우에는 많이 중요하게 여겨져서 익숙하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코딩은 낯설었다. 설명과 예를 읽어보니 우리 생활중에서 우리의 선택을 이끄는 디자인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코딩은 여전히 낯설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여겨지는 분야다. 

막연히 여겨지던 4차산업혁명에 대해 단어로 잘 정리하여 소개하고 생존기술(?)까지 제시한 구성이 참 좋았다. 이해를 쉽게 할 뿐 아니라 내용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여러가지 모방과 창조와 융합된 재창조 과정을 예로 보니 상당히 눈여겨볼만 하다. 어떻게 내 삶과 관련시키고, 그것들을 적극 개발해야할지는 개인이 고민해보고 계획해야할 남겨진 숙제일 것이다. 그냥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맡겨 흘러갈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겠다는 생각! 이 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봇세'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것을 거론했다는 것자체도 신선하고 놀라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게이츠가 그 논란에 가세하여 로봇세를 지지하는 주장을 한 것이 뜻밖이기도 했고 그의 생각을 나 또한 지지한다. 인간사회의 효율과 영리를 위해서이지만 로봇의 등장으로 정작 인간이 피해를 입는다. 점차 계층, 빈부간 격차가 커질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대안이 나온 것은 신선한 충격이면서도 환영할 일이. 이런 논의가 이젠 가까워질 미래에 논란이 될 수 있겠다 싶어 긴장이 되었다.


책이 예시로 든 그림이나 표들이 컬러풀하기 때문에 읽는데 이해를 돕고 조금더 관심있게 접근할 수 있다. 책에 사용된 용지부터가 기존의 책과는 다른 컬러용지라 촉감도 다르고 개인적으로는 흡족한 부분이었다. 또한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부담스럽지 않게 문장이 깔끔하고 읽기 쉽게 설명되어있다. 오히려 자기계발서을 읽는 것 같이 인물과 기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어 재미있으면서도 도전이 되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 익숙하지 않지만, 알고 싶다면 입문용으로 읽어보기 너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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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외전 - 보통사람이 궁금한 외교 그리고 외교관의 모든 것
조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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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 특성상(?) 많은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없지만, 간간히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의 직업에서 오는 환경, 현상황, 그리고 미디어에서 듣고보기만 하던 내막을 들으면서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어떤 한 가지를 보는 시각이 넓어진다고나 할까?

 SNS 사용과 인터넷의 대중적인 사용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게 되지만, 은밀한(?) 정보는 역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관계를 맺기 불가능한 부류가 있기도 하다. (나의 무능력을 떠벌리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그 중 하나가 외교 쪽이다.

 

2018년 4월 27일.

10년이 넘는 긴 공백의 시간을 지나 남북한의 정상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며, 비핵화, 종전 선언 등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지도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새삼 벅참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보이지 않는 움직이는 손들이 있을거라 짐작하며 그 역사를 마음에 담았다.

 

 위에서 말한 것들 덕분에 이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외교의 세계,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위한 외교분야 내에서의 끊임없는 움직임들... 정말 궁금했다.  

 

 책 초반부터 외교관의 하루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부터가 굉장히 주목할만하다. 이사할 짐이 안 와서 없는대로 적응해야 하는 삶, 총알이 튀는 상황에서 잠을 설치며 이삿짐을 받아야 하는 상황.... 불편함은 물론 때로는 목숨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보면 그동안에 알던 것과는 다른 현실감이 느껴진다. 우리의 뇌리에 있는 장면은 격식에 차려진 옷을 입고 각국의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며 만찬에 참여하는 모습들이다. 그렇게 화이트 컬러에서 받을 수 있는 인상을 외교관으로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처음부터 환상이 깨진다.

 

 저자는 일본, 중국, 예멘,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사관과 총영사관에서 일했다. 그리고 통역을 담당하기도 하고, 한일 일본국위안부 피자문제 합의검토TF(테스크 포스)에 참여했다. 그런만큼 충실하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기서 저자가 받았던 인상, 당시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고스란히 적어놓았다.

 

 어쩌면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혹은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도 싶었을 것이다. 반대로 국가기밀적인 사항들과 타국과 관련된 것은 다루기가 조심스러웠을 거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일반인도 잘 알 수 있게 쉽게 외교관의 삶과 각국의 외교현실들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많이 거론되었던 문제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교상황도 차분하고 용이하게 잘 다루었다.

 

 책을 보면 그 책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것들을 다루거나, 생각보다 어렵게 이야기하거나, 너무 일반적인 것들을 다룰 때 책에 대해 실망한다. 현실의 상황과 더불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혹여나 나같은 일반인은 어려우면 어쩌나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딱 내 기대에 딱 들어맞아서 읽으면서도 괜히 내가 흡족했다. 정말 궁금했던 현안들을 기사에서는 수고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해 주니 무작정 부정적 감정으로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곳곳의 면에 수긍이 가서 더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외교를 통해 생겨나는 국가적 의미와 담당자의 책임감, 직업관, 여러 이슈화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문외안인 일반인들에게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일들일 수 있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교관의 일상에서 많은 부분이 '읽기'라는 일이란 것이다. 외교관이라면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만큼 누군가를 수도없이 만나거나 행정적인 업무처리를 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와 주재한 국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뿐 아니라 국내정치사회적인 방향들을 잘 파악하여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읽기'에 허술해서는 전혀 안 되겠다 싶었다. 외교관이라고 여기저기 활동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정적으로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읽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이야긴 정말 의외였다.

 

한 가지 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검토에서 TF 위원으로 참여한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일단 김영삼대통령 때 일본과 했던 합의를 거론한 사실에 대해서 생소했다. 피해자 차원의 접근은 부족했지만, 일본의 충실한 사과와 과오를 뉘우치는 일본내 교육을 요구한 것은 저자의 말대로 국가적으로 적절한 합의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 정부에서 수동적이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동의나 지지없는 강행적으로 이루어진 체결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에 대한 실책을 되돌아보는 것은 여러 개인적인, 단체내의 갈등이 있더라도 잘 한일이라 생각한다. 

 

 외교적 합의를 파기하면 상대국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

그러나 여론이 지지하지 않는 합의를 강행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

오늘날은 외교와 국내 정치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내의 반대 여론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국으로부터 외교적 신뢰도 생기는 법이다.

외교적 합의에 따른 의무를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도 국내 여론의 지지는 결정적으로 중요한다.

따라서 상대국과 외교적인 합의에 앞서 교섭단체에서부터 여론의 이해를 확보하는 작업을 핵심적 과제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겸허한 자세로 널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관건인 시대다.

p.134

 

여기서 외교라는 것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단지 국익만을 위해서, 어떤 미래를 위해서 강행하여 외교적인 결정을 하느냐, 현재의 여론과 민심을 반영한 결정하느냐에 대해서 위의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때그때 결정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나또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바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정보는 공유되고 있다. 대중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 대중들의 의식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보는 공유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정서와 생각을 잘 반영하여 외교방향까지 연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름에 합당하게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국민의 의지가 담긴 뜻을 외교가 잘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이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은 외교를 통해서 본 역사적 사실이었다. 연대기를 통해, 왕을 통해 본 역사와는 달리 역사의 흐름에 따라 외교의 모습도 반영되고, 변화했다. 역사를 보는 외교적인 관점이 상당히 재밌었다.

그리고 얻게 된 다른 하나는 외교적 관점에서 본 민주주의였다. 이를 통해 조금더 사색하고, 조금더 돌아보았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시도와 노력이 일어나는 민주적 움직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미투운동이 그랬고, 한 재벌가의 갑질 논란으로 심판대에 놓인 일이 그렇다. 외교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혹은 내부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이미 일어났지만- 의식적인 움직임을 갖고 개선되고 발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흥미만을 갖고 읽게 된 책에서 색다른 관점과 정보를 얻게 되어서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어려울 수 있는 외교를 쉽게 접근하도록 저술해 주시고, 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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