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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인 조남주 작가하면 82년생 김지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을 읽으며, 지난 과거를 떠올렸고, 현재의 모습을 되짚어보았던 적이 있다. 속상하고 마음 아펐던 일들을 담담한 어조지만 시원하게 드러내 준 작가에게 너무 감사하며 그 책을 지인들에게도 추천했었다. 여성을 향한 사회의 부조리함과 편견들을 현실적으로 공감되게끔 이야기하고 있어서 답답한 상황속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바로 그책이 페미니즘 운동을 이끌어 온 것마냥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페미니즘 테마집으로 알려진 <현남오빠에게>라는 소설 작업에 참여함으로 조남주 작가는 페미니즘 작가라는 인식까지 더욱 굳혀지기도 했다.
<그녀 이름은> 2번째 소설로 오랫만에 독자들에게 인사한다. 이번 책에서도 말하는 이는 여자다. 아니 여자들이다. 그리고 한 연령대에 주목했던 82년생 김지영과는 달리 여러 단편소설로 여러 연령대에 주목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을 저자는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들을 소설로 풀어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의 행동을 보며, 여성의 피해에 대한 고발의 이야기에 피로함을 느끼고 있던 참이다. 여성들의 억압된 상황들, 차별들, 노고를 이해하고 공감하긴 했지만, 이것들이 피해자에서 갑으로 둔갑한 듯이 페미니즘의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굳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작가의 인식으로 왠지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감이 되면서도 담담한 어조이긴 해도 '이렇게 저희는 힘들게 살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내용이 이제는 살짝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
이 책이 여자들만의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대하는 시각에서 이 책을 보고 싶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이 빈곤을 겪는 10대, 2030세대의 경제적인 난제, 3040대의 워킹맘으로의 비애, 비정규직의 상황, 육아를 졸업하고도 손자들을 돌볼 상황에 처한 조부모들... 단지 여자여서가 아니라 환경에 따라서 원치 않는 상황을 견뎌내야하는 한 사람으로 그들의 아픔을 고통을 바라보고 싶었다.
여성남성으로 서로 책임과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접어두고,
이 책을 통해 드러난 현실을 바라보며 과연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까?
조금더 발전적인 행정적, 사회적인 기반이 마련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버스 운전사, 조리사, 아나운서, 국회의사당 청소부, 대학생, 승무원, 작가까지 직업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알 수 없었던 그분들의 노고가 더욱 깊이 이해가 되었다. 고정관념과 사회적 부조리, 불평등이 만무한 상황에서 더이상 이대로 지속되게 둘 수만은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그동안의 그들의 삶을 내던지며 한 터전을 잊어버리고 찾았거나 계속 분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분들의 오래된 싸움이 얼마나 힘겹고, 지칠지 상당히 생생하게 잘 나타나있다.
건조바삭한 문체임에도 말할 수 없는 피로함과 고통, 씁쓸함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것이 바로 조남주 작가의 필력이다.
물론 전부 공감할 수는 없었다. 본인이 이젠 어느 정도 기성세대로 가고 있는 시점에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레즈비언으로 여겨야 하나 싶은 여성 둘이 애인이라고 칭하는 내용, 그리고 친정엄마, 자매의 입장에서 본 결혼에 대한 개념에서 내가 제대로 못읽었나 싶어서 여러 차례 읽었다. 그리고 이해해보려고도 했는데 되지 않는 부분들은 어쩔 수가 없다. 동성애에 대한 관점은 개인적인 생각이 있기 때문이고, 딸과 며느리 입장에서 시댁에 대응하는 것은 세대차이인지 몰라도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과 감정에만 치우친 행동에서는 무작정 여성이라고 지지하기는 어려웠다.
페미니즘 운동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움직임들을 강경하게 거부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런 운동으로 -여성의 지위도 향상된 것도 함께 - 여성의 사회적인 인식과 대우가 개선되고 있음은 환영할 만하다. 작가는 대한민국의 여성의 처우는 날로 개선되고 있지만, 그 외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여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로 페미니즘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자신이 할말은 해야겠다는 작가의 의지도 살짝 눈여겨보게 된다.
페미니즘에 나같이 피로감을 느끼고, 성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지 한 사회적 구조의 단편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