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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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호흡이 길었으니, 짧은 호흡으로 훕! 읽어보려고 고른 책이었다.

후루룩 읽어버렸는데, 결코 후루룩 넘길 수만은 없는 책이었다.


줄 거 리

제주에서 2달...

시험 준비를 하던 친구가 2달간 숙소 예약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넘어온 걸 덥썩 물었다.

거절할 수 없었던 '유진'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 친구에 대한 서운함과 속좁은 마음들을 가득 담고

제주로 넘어왔고,

한여름의 더위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아닌

무시무시한 바람을 맞이한다.


내 애인인 사실 결혼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질투심에 덜컥 내려온 제주였다.

질서정연했던 나 자신을 놓고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데에 놀라면서

제주란 육지와는 동떨어진 이 섬에선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오로라'란 이름으로...

그에게서 계속 오는 전화는 무시하고 있다.


숙소에 죽은 새가 떨어진 걸 보고 어찌할 수 없어

관리인에게 연락을 했다.

죽은 새를 바라보며

그리고 이 새가 폐기물 쓰레기라는데서

뭔가를 느낀 듯,

나는 묻어주길 원하고 관리인도 함께 해주기로 한다.


죽은 새를 묻으며,

나의 사랑을 나의 믿음을 떠올린다.

나는 죽었나?

내 사랑은, 내 믿음은?


바(bar)와 관리인에게서 털어놓은

내 삶 몇 가지...

그 후 나는 전화를 받고,

오로라를 죽이고,

숙소를 예약한 친구의 이름 '세정'으로 불라기로 한다.



읽으면서.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은 감출 수 없어요.

(책표지를 꽉채우도록 씌여진, 부제와 같은 문장이다)


장문의 시를 읽는 듯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듯한

제주의 하나하나 일상에서

나는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고,

내가 곧 있으면 가게 될 제주도를 떠올렸다.


이 책 속 제주는

나와는 계절도, 모습(바다뷰아님)도 다르겠지만,

그 모습을 한 제주도에서

한 사람에게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


머플러와 모자가 필요할 만큼 바람이 강한 제주도,

돌로 세워진 벽이 그렇게 서 있을 수 있게

바람의 통로가 필요했던

그런 세찬 바람을 통과시켜줘야 했던 제주도,

여태까지의 나와는 같지 않아도 되는,

다른 삶을 살아도 되는 제주도...


사랑을 감추기 위해

나를 감추어 살기 위해

제주로 간 유진...

제주는 끝내 그를 숨겨줄 수 있을까?




마음에 담는 문장

너는 네가 기억하는지도 모르면서 기억하는 것들을 모조리 꺼내보고 싶었다. 그것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이어 붙이면 네 삶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그럼 너를 타인처럼 사랑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노래를 재차 흥얼거리던 너는 그 순간 마음을 두드리는 가사가 있어 핸드폰을 꺼내 문장을 적고 네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안 된대도 아무 상관없어요. 내 마음만 알아줘요. p.7


당장 다가가지 않으면 풍경이 사라져버릴 것처럼 너는 다급하게 신발을 벗고 발코니를 향해 걸어간다. 검은 돌과 하얀 파도,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과 비상하는 새. 창을 연다.

태양과 수평선의 거리는 한 뼘 정도. 바다의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방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너를 지치게 한 복잡한 감정, 피해의식, 타인에 대한 의구심, 이별의 두려움 등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서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 p.22


어떤 믿음에는 이기적인 구석이 있지. 너는 믿음에 깃든 이기심을 되새긴다. 당신이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은 오직 나를 위한 마음. 당신을 끝까지 믿는다는 말은 나를 절대 배반하지 말라는 요구.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 있다. 먼저 떠나지 못한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홀로 되삼키는 울음이 있다. 너는 남겨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이곳까지 왔다. 믿지 않으려고 훌쩍 떠났다. ... p.23


너는 조용히 다짐한다. 이제부터 잠재되어 있는 나를 끄집어낼 것이다. 시험해볼 것이다.

철저하게 숨는 방법으로 보여줄 것이다. 너는 방으로 들어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p.24


창 너머 돌담을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검은색 돌과 돌 사이 틈으로 동백나무 푸른 잎이 보인다. 바람이 많은 곳의 돌담에는 저렇듯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담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누가 한 말일까. ... 나에게 바람의 통로를 알려준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어째서 그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p.30


... 네가 잊은 것들을 모조리 되살려 이어 붙인다면, 망각을 복원한다면, 그렇다면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너는 네가 망각한 것들을 그리워한다. 망각은 돌에 가까운가 돌과 돌 사이 바람 통로에 가까운가. 망각과 기억 중 무엇에 기대어 아직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 이미 어느 정도 허물어졌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을 뿐 어쩌면 귀퉁이부터 조금씩.... p.31


... 밤의 하늘과 바다는 경계가 모호하고, 너는 거짓말의 자유를 생각한다. 이 섬에 너를 아는 사람은 없다. 네가 거짓을 말해도 거짓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너는 이 섬에서 최유진이 아닐 수 있다. 누군가 이름을 물어본다면 '오로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로라는 한때 네가 무척 갖고 싶었던 이름. p.37


동물 사체를 아무데나 묻는 거 불법이라고요.

너는 그의 말을 곱씹는다. 죽은 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합법이고 묻어주면 불법이다. 불법은 법에 어긋나는 것. 너는 딱 들어맞을 때보다 어긋날 때가 많았다.

너는 관리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한다.

선생님만 모른 척해주시면.... 제가 몰래 묻겠습니다.

관리인의 눈동자는 밝다. 호박색이다.

...

그럼 같이 하죠. 제가 적당한 곳을 알아요.

공범이 되겠다는 그의 말이 반갑다. p.47


너는 방바닥에 누워 발코니를 바라본다. 잠든 너와 죽은 새의 눈높이는 비슷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밤마다 새가 죽는다. 사람이 죽는다. 이별한다. 운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하다. 사랑없는 믿음은 비참하다. 사랑이 제일이란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너는 핸드폰을 꺼내 문장을 적어 너에게 보낸다.

연극은 끝났다.

객석은 텅 비었다.

배우의 잘못을 아무도 모른다. p.49

속속들이 알고 싶진 않았어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닌 것은 모른 척하고. 비밀이 필요했어요. 사람들이 내 모든 것을 안다는 거, 끔찍하잖아. 하지만 알고 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가 비밀이었어. 당신은 누군가의 비밀이 되어 본 적 있나요?

비밀은 묻어버려야지.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왜 전화를 받지 않습니까?

들키면 안 되니까.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감출 수 없어요.

누구나 감추고 삽니다. 한 명쯤은. 아무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홀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묻어버려요. 마음에. 심장처럼. 그럼 들키지 않고 그는 당신이 됩니다.

... p.56


... 너는 그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 묻고 새로 시작할 것이다. 너는 연기하듯 중얼거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로라입니다. p.58


그들이 찍어준 사진을 보다가 깨닫는다. 너는 제주에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네가 훼손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벽지와 가구의 스크래치를 사진으로 남겼을 뿐, 바다도 하늘도 아름다운 노을도 그저 바라만 봤다. 네 핸드폰 사진첩에는 그의 사진이 없다. 함께 찍은 사진도 없다.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전부 지워버렸다. 너는 비밀이니까. 비밀은 흔적을 남기면 안 되니까. 왜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두려웠으니까. 무엇이? 사랑도 이별도. 그 대답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 p.62


... 하지만 너는 두렵다. 그의 기혼 사실을 알았을 때 너를 강렬하게 짓누른 감정은 배신감보다 지독한 질투심이었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기가. 질투는 힘이 세고, 너는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한동안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그 마음을 더는 부정할 수 없다. 너를 낯선 이곳까지 오게 만든 건 사랑도 믿음도 아닌 고작 질투......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 p.78


우리는 새를 묻었죠.

그의 목소리가 돌연 작아진다. 그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를 향해 너는 몸을 깊이 기울인다.

그 새가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땅을 파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너는 다시 그 밤의 어둠과 거센 바람 소리를 떠올린다. 새는 죽었다. 차게 식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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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다!
오스카 파리네티 지음, 안희태 그림, 최경남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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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다!'


완벽과 최고를 향해 달려온 인류를 허탈하게 하면서도, 당혹스러운 웃음 피식 한번 날릴 문장이다.

어이없이 웃고 지나갈 법한데, 어라? 그게 아니다. 지나가던 사람도 잡아 돌아오게 할만한 내용이다. 우연한 실수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코카콜라, 커피, 누텔라, 고르곤졸라, 샴페인이 나왔다면?


바로 이 우연한 실수를 하나로 나타내 주는 단어가 바로 이 책 제목 '세렌디피티'다.

먼저 세렌디피티가 무엇인가 궁금해할 만한데, 그 단어는 스리랑카의 옛 이름인 세렌디(Serendip)에서 따온 것으로 1754년 호레이스 월폴(영국작가, 미술가)이 만들었다. 오래된 페르시아 우화에 나오는 나라인 세렌딥이란 나라의 지아퍼 왕에겐 세 아들이 있었다. 이 세 왕자들은 세계를 여행하는데 찾지도 않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영감을 받은 월폴은 이렇게 '무언가를 찾다가 실수로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을 묘사하고자 세렌디피티란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 오스카 파리네티는 20년 넘게 음식과 와인 전문가로 고급 식료품 체인점 '이탈리'를 창업하고 성장시키면서 다양한 음식의 역사를 연구했다. 그렇게 공부하게 된 음식에서 바로 '세렌디피티' 사례를 접하게 됐고, 그것들을 가치있게 여겨 많은 전문가들의 안목과 경험을 인터뷰하며 이렇게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 이 책은 이 세상에서 '세렌디피티'로 생겨난 48가지의 주제를, 특히 음식(재료)를 다루고 있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코카콜라, 누텔라, 커피, 요거트, 브라우니, 감자튀김, 고추, 켈로그 콘플레이크, 팝콘, 안초비, 발사믹 식초, 샐러드, 아이스크림콘, 가나슈초콜릿, 고르곤졸라, 스파게티 볼로네제, 파니노, 럼, 두부 등이 있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재료)에 의외로 세렌디피티였다는 게 놀라워 웃음이 났다. 몰랐더라면 그저 맛으로만 즐거워하는 걸로 그쳤을 텐데, 음식의 기원도 '세렌디피티'라는 걸 알게 되니 여기 나온 음식들을 먹는 즐거움이 배가됐다.(사실 이 책을 먹으며 누텔레에 다뤄진 '페레로 로쉐'를 먹었다) 많이들 아는 예일지 모르지만 '커피'의 경우만 살짝 이야기해 보겠다. 에티오피아 남서쪽 카파의 고지대에서 한 양치기는 자신의 염소가 어떤 붉은 베리를 먹고 더 기분 좋게 뛰어다니는 것을 발견한다. 궁금해서 먹어보는 베리를 구워보고 근사한 향이 나오자 가루로 만들어 뜨거운 물을 섞어보게 된 게 커피의 탄생이란다. 우리가 커피 하면 흔히 떠올리는 남미나 이탈리아가 커피의 시작이 아니라는 점, 저렇게 소소한 계기로 커피를 마시게 됐다는 이야기도 뜻밖이고 재미있다.


이 책 속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과 다룬 음식들이 생소할 때면, 옆에 둔 핸드폰으로 검색해가면서 읽어보았다. 저자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음식(재료) 또한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것들이다 보니 이탈리아 여행 글에서 많이 발견되곤 했는데, 그럴 땐 이탈리아로 날아 가서 이 책에 나온 음식들을 죄다 먹어보고 싶어졌다. 특히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아이스 바인, 헤이즐넛 초콜릿 잔두이오토, 나폴리식 바바, 화이트 트러플은 그 맛이 너무도 궁금하다.


이탈리아에선 음식을 대하는 태도라 상당히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전통과 역사가 깊은데다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국민성이 한몫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특히, 저자가 다룬 이탈리아 음식(재료)의 전문가이자 역사를 이루어나간 이들의 자부심, 철학, 애정, 직업윤리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그 내용은 그들의 말을 옮겨 적어 전달하겠다.


마릴리사가 내게 윙크했다. 우리는 역경을 정점으로 바꿀 수 있는 인간 능력에 대해 확고부동한 믿음을 공유했다. 단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이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 우리는 세렌디피티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가 됐다. p.103 <아마로네>


"학교를 졸업했을 때 저는 훗날 와인의 세계에 몸담게 될 거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항상 와인을 마시는 걸 좋아했지만 무엇보다도 와인이 지닌 가치, 역사, 전통을 사랑합니다. 저에게 와인은 문명의 일부입니다. 와인이 주는 여흥, 좋은 와인을 공유하는 성스러움 등을 사랑합니다. 훌륭한 와인을 혼자 마신다는 건 제게는 좀 슬픈 일입니다.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건 제가 못하는 일이거든요. 피렌체는 제 고향이고 키안티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지요. 작은 마을 카스텔로 디 아마는 저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p.172 <키안티의 검은 수탉>


이 모든 것에는 철학이 있는데, 조반니는 이를 죄책감 없이 단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몇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최고의 재료를 고르고, 농부들과 공급자들을 제대로 대우하며, 설탕과 같은 건강하지 못한 재료들을 더 적게 사용하는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다. p.180 <초콜릿 가나슈>


"훌륭한 식품 뒤에는 항상 훌륭한 원재료가 있고, 훌륭한 원재료 뒤에는 훌륭한 사람들의 지식과 직업윤리가 있습니다. 경제성을 뛰어넘어, 최고 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배자들에게 공정하고 수익성이 있는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p.193 <헤이즐넛 초콜릿 잔두이오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룬 세렌디피티의 정점은 바로 '인류'였다. 사실 이 주제는 나머지가 음식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에 '인류'를 다룬 건 다소 생뚱맞게 보였다. 하지만 저자가 꼭 다루고 싶었고, 세렌디피티로 살아남은 가장 놀라운 존재가 '인류'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기에 빠뜨릴 수 없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는 전문가 텔모 피에바니의 기고문으로 함께 설득력을 강화했다.(이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저 내가 먹는 것들이 나와 반가워 읽었을 뿐인데, 재미난 일화로 먹는 즐거움도 더해지는데다, 성공스토리를 세렌디피티로 알게 되어 흥미로운 책이었다. 세렌디피티가 음식에서 나아가 '인류'로 이어질 전개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지라 이런 주제 구성도 새로웠다. 완벽과 진보를 추구하며 가는 인류임에도 그들이 이뤄온 문명의 많은 부분이 세렌디피티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인생은 불확실하고, 한계를 지을 수 없다'라는 점을 꺠닫게 하는 것 같다. 세렌디피티가 무조건 갑자기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점이 아니라 인간의 무한한 노력과 도전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기억하면서,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경험이 인류의 발전에 있어서 소중하고 가치가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세렌디피티는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데, 중요한 '발견'은 다른 무언가를 찾는 동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지성과 본능이 결함처럼 보이는 것을 기회로 바꾸고 고객이 인식하기도 전에 필요를 창출할 때 발생하지요." p.30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브랜딩

#실수의미학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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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 위대한 발명은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한다!
오스카 파리네티 지음, 안희태 그림, 최경남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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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어떤 것보다 완벽한 맛이지만, 그 탄생은 완벽하지 않다면? 그것도 우연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생각지도 못한 데서 탄생해서 더 재밌고 더 맛나다는 사실!!^^ 더 충격적인 건 인류또한 그런 과정으로 살아남았다는 사실!! 을 알려드립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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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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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뉴스를 보면 경악을 할 이야기들이 많다. 사회문제뿐 아니라 정치, 경제 다방면에서 우리의 상식과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시간으로 버무려지며 과거가 된다. 과거가 된 일들이 뭉쳐 역사가 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집대성된 이야기들이 역사가 된다. 그래서인지 역사책을 보면 그런 이유로, 즉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는 이유로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요즘은 또 역사를 재미있게 구성하고 편집해놓은 책이, 방송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들만 봐도 지루할 틈이 없겠단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방송에서도 재미있게 보았던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 중 10명의 지식인들이 10가지의 사건을 정리한 책, 그것도 두 번째 책이다. 다룬 사건들은 아래 사진을 참고해 보면 좋겠다.



대략적으론 학창 시절에 배웠던 세계사를 통해 달달 외웠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책이지만 다 같은 역사책이 아니라는 듯, '벌거벗은'이란 단어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로 작정한 듯 자주 사용한다. 그만큼 세계사에서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깊이 있게 보여주므로 역사에 대한 사실과 흥미에 한층 가까이 나아가게 해준다.


10가지 사건이었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세계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들이었다. 그리스 신화와 민주주의가 이렇게 연결이 되었던 것인지, 인도라는 나라에 힌두교가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됐다. 항우와 유방이 이런 관계로 중국의 역사의 줄기를 세웠는지, 제2차 세계대전의 발화점이 된 스페인 내전의 영향력이 이 정도였는지, 한 가문에 역대급 여인들이 어떻게 셋이나 나올 수 있는지, 우리나라의 현시점을 보게 하는 듯한 러시아의 라스푸틴의 존재가 당시 어떠했을지, 세계대전에서 학살자로 악명 높은 이들이 어떻게 풀려났는지, 영화에서 멋지게 봤던 CIA의 다른 실체는 어떤 모습인지, 뮌헨 올림픽으로 보았던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대립이 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흥미롭지만 안타깝게 읽었다. 특히 전쟁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욕망과 광기를 여지없이 드러낸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세우는지 제대로 보게 되어 역겹다 못해 소름이 끼쳤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읽음으로 아이들이 읽었던 <그리스 신화>에 대해 아는 척 좀 해볼 수 있었다. 그 덕에 최근에 알게 된 나보다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안 나는 아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이 책만큼 <스페인 내전>을 잘 알려주는 책을 만났더라면 조지 오웰과 헤밍웨이의 에세이가 어렵지 않았겠다 싶어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과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안도가 함께 들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와 공화정 등 세력들 간 어떤 대립이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 책으로 스페인 내전의 상황들이 완전히 이해됐다. 과거 교황청에 부패와 죄에 대한 분별력이 이 정도였는지 요즘 시대 교회가 떠올라서 기독교인으로 상당히 부끄러웠다. 중남미에서 반미 감정이 왜 일어났는지도 이해할 만한 부분이었다. 최근에 니카라과 선교 기도를 하고 있어서 이 나라를 찾아볼 기회도 있었는데, 이 나라의 과거를 이 책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어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인물편, 사건편, 전쟁편, 경제편, 잔혹사편, 권력자편 등 다양하게 시리즈가 나온 상태이며 누적판매는 2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 책은 맞다. 어떻게 그런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는지 이 책 한 권만으로 알 수 있었다. 연대기 순으로 한국, 세계사를 봐왔는데, 그와 달리 특정한 주제로 다양한 세계의 면모를 볼 수 있고,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알지 못했던 역사 지식을 흥미롭게 제공하는 점에서 다른 책도 궁금해진다.


우리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여행과 이동이 어려워진 시기에 안전하게 세계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진은 <벌거벗은 세계사>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현재는 너도나도 다시 자유로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 시기이지만 역사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답을 지혜롭게 모색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이 책을 통해 됐으면 한다는 제작팀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역사에 있어서 흥미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이렇게 알게 된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책임과 분별을 갖는 어른이 되는 데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또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게 어른다운 행동으로 이어지길 나 또한 바란다.


#세계사

#벌거벗은세계사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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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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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 처음인데요.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나요? 방송도 유명하지만 책으로는 내용이 너무 알차네요!! 이 책 속 사건들을 알았어도 제가 읽은 책의 반 이상은 제대로!! 재미있게!!! 읽었을 거예요. 강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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