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2014년 3월말. 첫째를 낳고 병원과 조리원을 순회한 후 집에서 홀로 아이를 돌봤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재우는 육아의 무료함에 지쳐있을 때, 핸드폰으로 기사를 봤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되었는데, 구조 중이라고 했다. 내 기억에 당시 구조기사는 희망적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또 몇 주가 지났지만, 추가로 구조되었단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분명 구조하고 있다고 했는데. 태어난 지 한달 남짓되어 내 품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 넘실대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그 생과 사의 극명한 대립을 바라보자니 슬프고 우울해졌다. 나뿐 아니라 전국민이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갖고 힘겹게 보냈던 2014년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세월호가 올해로 7주기가 됐고, 그 해에 태어난 첫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이 책의 저자는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의 생존자가 말한다>를 연재했다. 그 글을 읽어보지 못 했지만, 제목만들어도 뜨거운 무언가가 목을 타고 넘겨지는 게 느껴진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 제대로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음에 나는 안도했지만, 아픈 이야기를 읽는 데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반드시 읽어야 했다. 그래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경험한 삼풍사고의 현장이 처음부터 등장한다. 어떻게 그 현장에 있었는지, 그 사고를 당하게 되었는지, 생존자가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평범한 일상 가운데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고였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평범한 생활을 보낸다. 그 일상에 어떤 사고든 우리의 삶에 침투할 수 있음에 소름이 돋는다. 삼풍사건 후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세월호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는지 자신이 살아온 서사를 상세하게 기술했다.
단순히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얼마나 끔찍했을까?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얼마나 힘들까?
그 이후에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할까?
막연히 알만한 내용을 그녀의 정리된 삶으로 읽으니 단순히 힘든 정도가 아니었겠다.
최근 지인이 말하길, 3번의 고통사고를 당하고 보니 자기 전에 눈을 감으면 그때 나던 소리와 냄새가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최근 이천의 쿠팡 화재사건으로 소방관 김동식 대장님이 순직하시고, 동료들은 '함께 먹고 자던 대장님을 잃었다'며 트라우마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저자가 겪어낸 여러 일들은 모질고 매서워 보였다. 삼풍과 함께 저자는 지금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다. 사고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쥐고 흔들어댄다.
남을 돌아보는 것을 자기 삶의 주된 의미로 두고 살기로 한 작가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내 삶이 더 낫구나'라고 위로를 받아도 된다고, 그러시라고 자신은 썼노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나는 참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슬프지 않았던 날들이 모두 행복이었다."라고 말하는 사고 당사자의 외침이 간절하고 힘있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는 삶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녀가 겪은 삼풍 사고의 소용돌이에 잠깐 발을 내뎌보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되짚어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또 세월호냐?' 라고 비아냥대는 이들이, 그들과 같은 아픔을 그저 바라만 본 우리가 이 책을 읽고 그 아픔을 헤아려보면 좋겠다. 그 사건을 잊지 말고 또렷하게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사건을 접하고 받은 충격과 느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저자와 같은 목소리가 점차 모여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좀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 사회비평 # 저는삼풍생존자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