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0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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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토지>를 전권을 완독하게 된다면!

그래서 누군가가 '어떻게 그걸 다 읽을 수 있었냐'라고 묻는다면!

도서관 반납일자가 나를 읽게 해줬다고 말할 것이다.

거의 모든 책이 그랬지만, 내가 책 1권을 완독하도록 채찍질해주는 건

반납일이 다가온다고 반납일이라고 수시로 도서관에서 보내주는 반납 문자다.



나 혼자만 간략한 줄거리

이번 책에서는 명희가 친오빠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다 못해 이상현을 무작정 찾아간 일부터 시작됐다. 교육을 받은 신여성으로 교사가 직업인 명희는 결혼을 해야 안정적인 시대적인 상황에서 결혼하지 못한 이가 당시에 가질만한 부담을 느낀다. 이후에 자신에게 마음이 있던 조용하와 결혼을 하고 만다.

딸 푸건이를 섬으로 시집보낸 야무네는 푸건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엄마로서 간신히 여비를 마련해 시댁이 있는 섬으로 달려간다. 딸을 만나지만, 데려올 수도 안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친정엄마는 시집보낸 어미로 죄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장이와 첫 정을 나누고 난 후, 방황하던 홍이는 친구 따라 일본을 가려다 부산에 눌러앉았다. 추석을 맞이하여 아버지를 만나러 평사리에 왔는데, 마침 의병 떼를 뒤쫓는 일본 군인들에게 붙들려 의병이란 누명을 쓰고 고문당한다. 잘 생겼다는 다소 어이없는 이유로 남들보다 더 심하게 핍박을 당하고 나왔다. 홍이는 김훈장의 딸인 점아기, 그녀의 첫째 딸인 보연이와 혼인을 한다.

소설을 쓰고, 기자가 된 이상현은 문인들과 기생집을 찾았다가 (기화가 있던 기생집에서 만났던 산호주를 다시 만나며), 기화가 자신의 딸을 낳아 군산에서 키우고 있단 소식을 듣는다.

관동대지진으로 서의돈과 선우신은 귀국하고, 유인실도 여행 온 오가다와 조선으로 돌아온다.

환국이(길상과 서희의 장자)를 라이벌로 생각하던 친구 순철이 환국이의 아버지 길상을 '종'이라고 놀리는 바람에 순철을 폭행한 사건으로 이어지고 서희가 이를 수습한다.

임이네는 복막염으로 입원했지만,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의사에게 살려내라고 발악한다. 홍이 부부가 퇴원시켜놓는다. 일본으로 시집을 간 장이가 진주로 잠시 돌아오며 장이와 홍이가 재회하고, 그 둘의 외도로 발전했으나 장이 시댁에서 이를 알고 이들을 기습해 망신을 당한다.

마지막으로 명희가 교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친구 여옥을 따라 미스 헤이워드를 만나는데, 여기서 신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대화를 나눈다.


아쉬우면 공부하세요!

토지의 모든 권이 그랬지만, 이번 권에서 유독 일어난 사건들이 많아 보인다. 개화 시대를 맞이하여 신문물을 받아들인 인물들의 대화에서 시대를 비판하며 비꼬는 데 읽는 데 버겁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역사라곤 전반적인 시대를 아울러 굵직굵직한 사건들(3.1운동, 8.15광복 등) 뿐인데, 그 굵직한 사건들 사이사이에 벌어진 다양하고 상세한 사건들을 다룬 그들의 대화는 내게 생소했다. 세세한 상황과 분위기를 이해를 못 해서인지 좀 따분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박 작가님이 다소 불친절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방대한 일들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쉬우면 아쉬운 내가 역사 공부를 해야지!


신문물의 밀물을 받아내는 조선!

확실히 이번 권에서의 분위기는 기존과 다르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자동차가 등장한다. 전차까지는 그렇다 했는데, '자동차'가 나오니 눈이 휘둥그레졌다.(<토지>에서 책이라니!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당연할 법한데 이 책에서의 '자동차' 등장이 내겐 왠지 그리 어색할 수가 없다.) 서희가 환국이와 K 중학교 입학으로 서울로 오자 명희의 남편 조용하는 서희를 집으로 초대하며 차량을 보낸다. 용이의 아들 홍이도 결혼한 후 트럭 운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응접실도 나오고, 외국제 물건(가방, 옷 등)을 남편에게 선물 받아 착용하는 명희의 모습도 조선시대, 이전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결혼에 이어 외도나 변심의 이유로 '이혼'도 등장한다. 명희의 남편 조용하가 전처와 이혼하고, 임이네를 담당했던 의사도 자신의 아내가 외도하며 '이혼'한다. 명희 친구, 여옥의 남편도 친정가족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외도하여 '이혼'을 요구한다. 조선시대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단어가 등장하니 확실히 결혼 문화에서도 개혁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그에 반해 조선 사람들은 기존의 관습 그대로 신부의 집에서 신랑과 신부가 결혼예식을 거행하는 모습이 있긴 하다. 홍이와 보연의 결혼이 그렇다. 신랑신부 가운데 상에 닭을 두고, 신랑신부가 맞절을 한다. 잔치를 벌이고 음식을 대접한다. 비슷한 신분끼리의 혼인을 당연시하던 모습은 조금씩 깨어지는 듯하지만 신문물을 맛보지 않은 백성들에게 조선시대에 있던 결혼 풍습은 여전해 보인다. 또한, 시댁에 누군가 병이 들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들어온 며느리의 잘못으로 치부한다. 친정은 그런 딸을 보낸 죄인이 된다. 이전의 관습과 새로운 문물이 겹쳐서 나타나는 1920년대 조선의 모습은 이번 권에서 눈에 확 띄는 부분이다.


신여성 속의 서희

길상이 독립운동으로 간도에 남고, 서희와 환국, 윤국이만 따로 진주로 오게 되는 건 이전 권에 나왔던 바다.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환국의 친구 순철이 '환국의 아버지가 본래 종'이라 하면서, 환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여기서 어미인 서희의 태도가 굉장히 감동적이다. 먼저 폭력을 행사한 점은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를 표했다. 그러나 아들을 다그치기 전에 이유를 파악했다. 핵심을 찔러 오히려 상대 아이의 말에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아버지를 그리고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어미로 서희는 기품 있고 현명하다. 신문물이 들어오는 중에 여성의 역할과 모습도 변모하는 듯 보이지만, 서희는 자신의 모습 자체로 중심을 지니고 있다. 주위의 환경에 영향 속에서 유일하게 마이웨이를 갖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눈에 띄는 기독교 시점

박경리 작가님이 생전에 갖고 계셨던 종교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명희, 여옥, 미스 헤이워드의 대화가 내겐 개인적으로 또 다르게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기독교의 핵심을 간파할 리가 없다 싶은 대사가 헤이워드의 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분쟁이 오갈 수 있는 기독교인들의 사회참여 문제에서, 이 주제에서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말하면서도,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라 강조하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다. 박경리 작가님이 어떻게 이렇게 쓰실 수 있게 됐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세계의 흐름 속에서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작은 나라, 조선.

이 가운데서 살아가는 이들 또한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삶은 있다.

한정된 이 작디작은 나라라는 환경, 흑백으로 딱 나뉠 수 없는 미묘한 감정과 행동에서

인물들이 선택하고 나아가는 인생, 각자가 펼쳐나가는 인생의 다양한 갈래를 본다.

역사, 종교, 그리고 인생이 각양각색 펼쳐지는 것들을 아울러 <토지>라는 대하소설을 완성해낸 박경리 작가님께 그저 존경을 표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그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저의 <토지> 읽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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