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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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이 맘쯤 읽고 5년 만에 다시 읽는 책이다. 요즘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서 남편이 죽고 짜장면을 먹는 상은의 모습이 화제가 되어 더 유명해진 작품이 되었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아니 구입까지 해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독서 모임에서 8월의 책으로 선정되어서였다. 도서관과 중고 매장까지 이 책은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는데, 결국은 구입을 해서야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때는, 아이를 낳고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마구잡이로 읽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스릴러의 매력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줄거리

일단 이 책의 주인공은 주란과 상은이다.

시작은 주란의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는 장면으로 열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에 친구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자신 또한 그 냄새의 원인을 알았으나 어디서 나는 냄새인지 알 수 없는 주란.

그러다 땅 한곳을 파보게 되는데...

놀랍게도 뭔가 삽에 걸리더니 사람의 손가락 같은 것이 보였다. 소아과 의사이자 주란에게 늘 따뜻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남편은 이를 별거 아니라 하듯 여긴다. 땅을 파고 놀란 가슴을 안정시켜주고자 남편은 주란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따끈한 허브티를 준다. 그걸 마신 주란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약속을 취소했다는 남편은 새벽에 그의 침대에 온기조차 없다.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난 아침, 아들 승재는 먹지도 않는 우유가 담겼던 컵을 옆에 두고 곤히 자고 있다. 남편이 정말 수상하다.

남편을 수상히 여기던 중, 남편이 알았던 제약회사 직원이 어느 호숫가에서 죽었단다. 그 직원은 남편이 만나기로 했다가 약속을 취소했다던 사람이다. 이건 또 뭔 일인가? 그 직원의 장례식장에 남편과 함께 갔더니 남편의 아내라는 사람(상은)이 남편과 할 말이 있단다. 무슨 일일까 싶어 그 여자(상은)에게 다가갔더니 그 여자는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사람이 주란의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알게 된 상은과 주란은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함께 무언가를 계획한다.


이 작품은 김진영 작가님이 단편 영화를 만들고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습작하던 중에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작품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창작 과정에 지원하게 된 데뷔작이라고 한다.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작가 소개 중)


왜 이 책을 좋다고 평했을까?


다시 읽어보고 왜 당시에 내가 이 작품이 좋다 여겼을까 생각했다.

먼저, 주란의 상황과 성격이 나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주부로써, 외벌이 가정으로 아이를 키우고 집안을 돌보는 상황이 비슷했다. 나보단 상대적으로 꼼꼼하고 세상을 잘 읽어내는 남편이 많은 결정을 하다 보니, 주란이 취하는 수동적인 모습들 하나하나가 낯익었다.

소설 속 안정적인 가정에서 살고 있는 주란의 상황과 반대로 그녀는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했다. 20대엔 불의의 끔찍한 사고로 친언니를 잃었다. 주란이 가정을 꾸리고 난 후에도, 그 사건은 주란의 정서와 판단에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가족을 잃을 그녀의 아픔은 (그런 경험이 없는) 나와는 다른 면이긴 하다. 그런데, 주란이 갖는 불안과 비교의식, 자신에 대한 불신이 내가 아기를 키우던 당시의 정서적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 걸 섬세하게 캐치해서 묘사된 문장들을 읽는데 속이 후련했달까? 공감이 갔달까? '아 이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알았다. 나도 몰랐던 불편한 내 감정을 책으로 읽게 되니 내 정서와 감정이 공감받는 느낌이었다.


또, 공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일까? 가독성 있는 작품이라 다음에 일어난 일이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한 내게는 구성이나 반전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끔찍할 수 있는 장면도 적나라한 묘사가 아닌 점은 누군가에겐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난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읽기에 덜 부담됐다. 상은의 무심하고 악의적인 모습이 초반에 훅 들어와 당황은 했지만, 마지막의 반전까지 나는 드라마 한 편 보듯 생생해서 빠져 읽었다.


물론, 독서 모임에서 다른 분들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던져 주는 여러 가지 떡밥들이 나중엔 별거 아니었다는 건 조금 김빠지기도 했다. 뭔가 의미 있는 인물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드라마완 달라요!


이 책은 드라마와 살짝 결말이 다르다. 얼핏 봤지만, 드라마에선 주란이 재판을 받고 교도소로 가는 장면도 나오지만, 책에서 주란은 '최후의 승자'가 된다.(자세한 말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이 정도로만 적습니다.^^;) 진짜 마당의 시체를 죽인 범인 또한 책에선 확실한 듯 확실치 않아 보인다. 아마 독자들의 추측에 맡기는 건 아닐까 싶다. 범인을 확신하시는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주란 남편의 말만 믿기엔 그에게 100프로 신뢰를 할 수 없고, 아들 승재는 이에 대해선 거의 말이 없으므로 나는 범인이 누군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다.


'마당'이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다.


나는 내 손으로 나의 제라늄을, 튤립을, 데이지를 망가뜨렸다. 야전삽을 휘두를 때마다 빨갛고 노란 꽃잎들이 떨궈지며 무참히 잘려 나갔다. 꽃이 주는 아름다움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름다움에 개의치 않고 삽으로 화단을 크게 파고 또 팠다. p.265


상은이 남편과 만나는 장면을 몰래 보던 상은은 남편에게서 못 보던 표정을 보고 경악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마당의 꽃과 흙을 다 엎어 버린다. 마당은 남편은 그녀를 위해 꽃을 심어준 예쁘고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다. 남편은 그녀를 위해 좋은 집을 마련해서 이사 오게 힘썼다. '마당이 있는' 이 집은 마당에서 보이는 대로 남편의 사랑이 담겨있는데다, 남들은 한 번쯤 꿈꾸는 아름다운 집이다. 그런데 그 마당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당히 불쾌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지우기 위해 주란은 애쓰지만, 없앨 수가 없다. 이렇게 남들이 볼 수 있는, 눈에 보이는 모습과 실제의 주란의 가정은 괴리가 크다. 주란은 그런 보이기에 좋은, 실제론 냄새가 떠나질 않는 '마당'에 사정없이 삽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 마당은 곧, '주란'이었다.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그녀. 행복해 보이는 그녀. 아름다워 보이는 그녀.

위 행동에서 주란은 더 이상 남편의 그늘 아래서 사는 자신을, 쇼윈도 속의 남보기 좋아 보이는 과거의 자신을 깨고 나왔다는 상징으로 나는 봤다. 그러면서 주란은 달라지니까.


나에게도 꿈꾸는 '마당'이란 게 있을까?


혹시 나에게도 '마당이 있는 집'을 갖게 됐다가 불쾌한 냄새가 나는 듯 실체를 발견한 적이 있나?

내게 주란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

망상증 환자로 대하고, 내 의지가 발동되지 않는 수동적인 상황을 나는 어떻게 견디고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도 생각해 봤다.


드라마와 비교해 보는 독서, 나만의 캐스팅으로 읽어보는 상상의 독서, 단서를 가지고 이것저것 추측해 보며 비판해 보게 해주는 독서... 해볼 만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다!!


딴 말이지만,

캐스팅은 연기력 면에서 김성오 님 캐스팅이 너무 탁월하지만,

선악의 마스크를 가진 '조진웅'님이 맡으셨더라면 어떤 '박재호'가 나왔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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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8-28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봐야겠네요 더글로리로 핫해진 임지연 배우가 나오는군요 오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렛잇고 2023-08-28 21:03   좋아요 1 | URL
사실 드라마를 다 안 봐서 제가 추천은 못 드리겠어요.^^; 임지연 배우의 연기력은 저도 기대는 되네요! 굿나잇 보내셔요 서곡님!

서곡 2023-08-31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다 보고 원작 결말이 궁금해서 전자도서관에서 책의 마지막 장만 읽었습니다 ㅎㅎㅎ 명상하러 가서 이거 썼다는 작가의 말도 재미있었습니다!

렛잇고 2023-08-31 18:28   좋아요 1 | URL
헉 드라마를 다 보셨어요?? 정말 빠르시네요!!!👍👍 이렇게 후기까지 댓글주시고 감사합니다.^^

서곡 2023-08-31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피가 8개밖에 안 되어 후딱 정주행버렸어요 ㅎㅎ 드라마는 이름이 문주란이랍니다 ㅋㅋ

렛잇고 2023-08-31 19:37   좋아요 1 | URL
성까진 몰랐는데 그렇더라고요.^^ 서곡님 여러 분야를 통달하시는 것 같아요.👍

서곡 2023-08-31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며 딴짓하듯이 쉬엄쉬엄 드라마를 훔쳐보았답니다 ㅋㅋ 굿이브닝되시길요 !!!

렛잇고 2023-08-31 19:44   좋아요 1 | URL
넵 굿나잇 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