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프리데만 씨 쏜살 문고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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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1- 키 작은 프리데만 씨


키 작은 프리데만씨는 보모의 부주의로 병을 앓게 된 후 키가 자라지 않았습니다.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 영향으로 평생을 키가 작고 목에 머리를 파묻은 모습으로 살아가죠. 엄마는 그가 21살이 투병 끝에 돌아가시고, 누나 세 명과 함께 삽니다. 성장과정에선 그에게 한 번의 실연이 있었는데요. 그는 더 이상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합니다. 그 대신 독서, 음악, 연극, 자연에서 그가 느끼고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죠.


그가 느끼는 충만함, 행복함!! 누리는 게 당연합니다.

오히려 그가 그 속에서 깊은 기쁨을 느끼고 살아가는 모습은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약간은 우려가 되더라고요.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불구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좌절도 내보이지 않는 모습은 읽는 독자인 제 입장에서도 불안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랑을 만나게 되죠.. 하지만 그는 대령의 부인인 폰 린링엔입니다. 의도치 않게 프레더만씨는 그녀와 한껏 사이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많이 생깁니다. 특히 음악회에선 그녀에게 반해버리게 되죠. 거기서 프레더만씨는 사랑의 감정을 거부할 수 없는 괴로움과 사랑 앞에 용기 있게 다가서는 행동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합니다.

그러다 린링엔 가에서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는데요. 거기서도 린링엔 부인과 강가를 산책하게 돼요. 거기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린링엔 부인의 질문이 참으로 경악스럽습니다. 서로에 대해 안면만 텄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니까요.



"프리데만씨, 당신은 언제부터 불구의 몸이 되셨어요?"

...

"그래서 지난 삼십 년 동안, 당신은 행복하지 못했죠?"


그녀의 대담한 질문과 냉소적인 태도가 행복을 누리며 가리어졌던 프리데만씨의 감정을 분노로 바꾸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는 선택하게 되죠....ㅠㅠ(자세한 건 책으로 확인하세요^^)


사실 철학적으론 뭔가를 이야기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이야기 내용 자체는 문장도 짧고 표현도 비교적 쉬웠어요. 일상의 묘사 전개가 기억에 남았어요. 프리데만씨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그 일상의 행복함이 전달되었달까요? 소소하지만, 기쁨을 주는 면면들이 읽으면서도 따뜻하고 푸근하게 다가왔거든요.



사람들이 인생을 '행복한 것'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인생이 그렇게 우리 뜻대로 되어 가든 말든 간에, 어쨌든 인생은 그 자체로 이미 좋은 것 가닌가? 요하네스 프리데만은 이렇게 느꼈으며, 인생을 사랑했다.p.21


그가 얼마나 자신을 억압하고 통제하며 부정적인 것은 돌아보지 않았는진 모르겠어요. 그의 최후의 모습이 그 정도의 어떠함을 드러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을 누리고 살았고, 자신만의 긍정적 태도로 인생을 잘 가꾸면서 살았다고 전 생각합니다.


단편 2.- 타락


<타락> 이 작품에선 4명이 바이젠 베르크의 집에서 모이는 걸로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젤텐 박사가 자기가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다고 하죠.

P 도시로 간 한 대학생의 이야기인데요. 이 대학생은 '좋은 녀석'이라고 평가되고, 부드러운 표정과 활기찬 갈색 눈을 가진 순진무구한 남자입니다. P 시의 P 대학교 학생인 그는 괴테 극장에서 연극하는 배우 중 하나인 벨트너 양에게 반해버립니다. 그는 그녀를 보기 위해 이틀에 한 번꼴로 1층 상등석 표를 사요.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엄마에게 편지를 써서 돈을 부쳐달라고 해서요.^^; 사랑의 마음은 커져가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에게 친구가 연애 조언을 해줍니다. 그의 말을 따라서 그는 벨트너 양의 집까지 찾아가게 되죠. 그리고 또 친구의 한마디에 벨트너 양의 집에 가서 그녀와 사랑을 나눕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죠. 그러다 그가 수업을 빼고 벨트너 양의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아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사랑하는 연인을 보고 싶다는데 이유는 만들기 나름 아니겠겠어요? ^^ 그 집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노신사를 만납니다. 모두가 당황하는 상황에서 노신사가 떠나고, 그녀에게서 몰랐던 사실을 듣게 되죠.


"난 결국 별수 없는 배우예요. 난 당신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짓은 거의 누구나 다 하는 일이에요. 난 성자인 척하기에 그만 질렸어요. 그렇게 하면 종국에는 어떻게 되는지를 난 보아 왔거든요. 그건 안 돼요.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런 일이라면 부자들한테나 넘겨줘 버려야만 해요.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손쉬운 일이 우선 무엇인가 하고 살펴봐야 해요. 화장도 해야 하고 그 밖에 모든 것도.... " 그녀는 마침내 픽 하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내뱉었다. "내가 그렇고 그렇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p.104


"그 순간 그는 비통과 격분에서 우러난 성급한 동작으로 미소 짓는 하늘을 향하여 주먹을 휘둘렀으며, 그 거짓에 찬 향내 속을, 그 향내가 풍기는 곳의 한가운데를 잔인하게 콱 움켜잡았다. 그 바람에 라일락 관목이 뚝 꺾어지고 으스러졌으며 그 부드러운 꽃송이들은 짓 찢겨 흩날렸다. p.104


그 대학생은 이 이야기를 해준 젤텐 박사의 청년 때 이야기였습니다. 그 집에서 라일락이 있기도 했지만, 도덕적 판단과 정당성(남녀가 사랑하다 깊은 관계로 들어가면 여자가 비난을 받는데, 거기서 도덕적 판단이 어디 있나?)을 이야기하는 친구의 말에 아무래도 젤텐박사가 청년 시절 받았던 상처, 그리고 환멸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자네가 아직도 날 이해하지 못했다면 유감스러운 일이지. 오늘 한 여자가 사랑 때문에 망하면, 내일 그녀는 돈을 위해 타락한다. ... 난 그것을 자네에게 얘기하려 했어.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야. 자네가 그처럼 외쳐대는 도덕적 정당성이 아마도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지."p.107


이 작품은 토마스 만의 첫 작품이라고 해요. 특히 여기서는 젤텐 박사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에 끼워 넣은 틀 소설로 썼는데요. 토마스 만을 유명하게 한 반어적 기법이라고 하네요. 반어적 서술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전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 알았습니다.(반어적 서술이란 작가가 어느 한 인물의 입장에 서서 서술하지 않고 사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가 작중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에 다소간의 거리감을 지니게 하는 기법 혹은 그러한 태도를 말함 p.110) 이와 더불어 초기 토마스 만의 문학은 친가와 외가, 시민성과 예술성, 북독과 남독 등 주로 두 세계의 갈등을 다뤘다고도 해요. 이런 걸 조금 알고 나니 작품이 또한 새롭게 보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여전히 싱그럽고 생생한 자연을 묘사한 부분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토마스 만 하면 그렇게 자연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작가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 또한, 해설에서 알게 된 것처럼 두 세계의 대조와 반어적 서술까지도요. 토마스 만의 다음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이런 그의 작품에 특성이라 알게 된 사항을 더 신경 써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른 작품도 한번 기대해 볼 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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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8-28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키작은 프리드만 전에 읽은 것 같은데 뒷이야기가 궁금해 펼쳐봐야 되겠습니다 ㅋㅋ 잘 읽었습니다 오늘 팔월의 마지막 월요일 잘 보내시길요!

렛잇고 2023-08-28 16:17   좋아요 1 | URL
서곡님 안녕하세요^^ 오 읽어보셨군요. 전 부끄럽게도 처음 안 작가예요. 책 첫장을 열었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줄 그때 알았어요. ㅎㅎㅎ
네^^ 단편이니 서곡님은 금방 읽으실 거여요. 벌써 팔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라니 실감이 안 나네요.ㅠㅠ 여름도 다 끝났네요... 서곡님도 좋은 하루 보내셔요^^

서곡 2023-08-28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세계문학전집을 많이 읽지는 못 했는데 읽은 책중에 바로 이 토마스 만 단편집이 있었답니다 ㅎㅎ 같은 역자십니다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지라 지금 수중에는 없어서 전자도서관의 딴 번역본으로 찾아봐야겠어요! 근데 목차를 보니 쏜살문고판에는 노벨상수상연설도 실려 있군요

렛잇고 2023-08-28 17:00   좋아요 1 | URL
아아 그러셨군요. 같은 역자로 해서 민은사에서 새로 냈나보네요.^^ 개정하면서 노벨상연설도 넣었단 역자의 글을 본 거 같아요. 토마스 만을 아시는 분들이 좀 있으셔서 이렇게 알아봐주시니 읽는 기쁨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