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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예술과 친해지고 싶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 무언가 어렵고, 지금 시대와는 거리감이 있으며, 전문가나 특정 계층 위주의 지식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알아서 라기보다 그 클래식한 느낌이 좋아서 음악을 듣고, 전시를 찾아가고, 책을 읽는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이,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혹은 그게 그런 것일까 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관련 전문가를 지인으로 두고 있지 않아서 않아서, 원하는 고전 작품에 대한 강의도 듣기 어려우니 인터넷 동영상이나 책에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찾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 또한 방구석에서 작품과 해설을 즐길 수 있는 느낌을 주니 더욱 친근하다.
14명 이상 각 화가의 주요 특성을 단순하며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한 이 책은 화가의 삶과 관련 작품을 잘 연관 지어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얼핏 보면 알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뒷이야기로 그들이 왜 그런 작품을 다루고 주력했는지 납득이 간다. 화가들의 모험과 도전은 시대를 앞선 것이었으며, 오히려 그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대전과 함께 개인사를 보면 예술가들에겐 어쩌면 그렇게도 기구한 삶이 많은가 싶다. 그러한 고통이 예술가를 만드는 것인지,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들 특유 성향으로 삶이 순탄치 않는 것인지, '닭과 계란 중 무엇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과 같은 의문을 갖는다. 저자가 '일부러 그런 역경이 많은 화가들만 묶어 다룬 것일까' 싶을 정도로 공통점을 갖고 있는 화가들은 자신의 한계를 예술에 돌진함으로 극복한다. 가난, 불행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작품을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러한 의지 덕분에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기억에 남는 이들로 우리 곁에 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한때 어떤 화장품 파우더 겉을 장식해서 알게 되었다. 4~5개의 무늬만으로도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그녀가 누구인지 찾아볼 정도였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된 그녀에게 예술은 진심과 열정이 담겨있는 그녀 자체였다. 그녀의 작품은 강렬한 색상과 그림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를 통해 예술이란 매개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말로 주고받지 않아도-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주는데 그게 바로 예술이 갖고 있는 저력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스타>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드가가 독신의 삶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멘토들의 충고를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평생을 바쳐서 그렇게도 예술을 사랑할 수 있다니 놀랍다. 내가 알고 있는 늦은 나이 미혼의 예술가들도 드가와 같이 예술을 선택한 걸까? 생각하게 하는 드가의 선택이었다. 그가 상류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가수, 세탁부 같은 하류층 여인들의 애환에 주목할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의외다. 예술에 자신의 삶을 바치고, 남들은 다루지 않는 다른 이들의 모습에 주목한 데서 예술가로서의 사명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어떤 인생도 같지 않으며, 각기 다른 성격, 환경에 따라 각자만이 해낼 수 있는 사명을 신에게서 부여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는 어떤 사명이 있을지, 내게 주어진 삶 속에서 어떤 모양으로 삶에 기여할 수 있을지, 나는 그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았다.
마르셀 뒤샹은 처음 알게 된 화가인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처음엔 난감했다. 하지만 뒤샹만의 철저함과 논리적임으로 고정과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통쾌하기도 하고 혁신적이라 보였다. 작품이나 예술에 자신의 삶을 가두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고자 하여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인 모습에서 예술가들 중 '자기신뢰'자의 끝판왕이라 생각했다.
왜 그림을 직접 찾아가서 봐야 하는지 이 책을 보니 알 것 같다. 예술가가 의도한 세부적인 사항에서 지닌 의미를 알려면 되도록 직접 그리고 여유롭게 볼 수 있어야겠는데, 작품을 보기엔 책이나 영상은 확실히 한계를 갖고 있어 보였다. 이 때문에 작품을 직접 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매일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내게 화가들의 삶은 상당히 유별나고 이질감이 느껴졌다. 또한, 그 삶이 내 삶이 아님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삶을 책을 통해 작품을 통해 너무나 쉽게 엿보는 것 같아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들의 삶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고, 삶의 궁지에 몰린 그들의 환경이 결국 그들을 지금의 명성과 작품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그들 특유의 강한 의지와 예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타고나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예술이 근접하지 못할 고차원의 혹은 상류층 고유의 분야라고 여긴 것이 섣부른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예술은 인간의 모든 것을 녹여낸 우리 삶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란 것이다. 예술에서 우리는 현실을 보고 이상을 보고 삶의 본질을 발견한다. 방구석의 순수한 관심과 흥미로 시작했지만, 예술과 삶의 긴밀한 연결 관계를 알고 삶에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