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프라다의 주인인 미우치아 프라다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정치학을 전공한 좌파 운동가 출신답게 아트 컬렉션에 임하는 태도 또한 시니컬하다. 환금성 좋은 블루칩 작품을 사겠다고 화랑에 줄을 대는 ‘짓’ 따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 미술품이 아니라 ‘미술’ 자체에 몰입하길 원하고, 재테크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쌓아놓는 것도 싫어한다. 프라다가 가장 바라는 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다. 건축가 렘 콜하스와 형태를 바꾸는 4면체 건축물을 만들어 세상을 놀래준 ‘트랜스포머’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주위에선 "왜 무모한 일에 수백억 원을 쓰냐"며 혀를 차지만 눈 깜짝하지 않는다. 무모해서 더 끌린다는 태도, 무목적성이야말로 예술의 가치라고 믿는 신념으로 프라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예술 개념까지 컬렉션하고 있으니 앞서가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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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조지 루커스, 드림웍스 창립자이자 음반 제작자인 데이비드 게펜, 가수 마돈나, 배우 브래드 피트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할리우드의 컬렉터 중에서도 컬렉션의 방향성과 수준이 뛰어난 축에 속한다. 선정적인 가수로만 각인된 마돈나의 컬렉션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투철한 목표 의식은 특히 돋보인다. 아트 컬렉터의 숫자는 미국과 유럽이 압도적이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슈퍼컬렉터도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이건희·홍라희 부부, 아모레퍼시픽 회장 서경배, 아라리오 회장 김창일, 한미사진미술관 관장 송영숙을 다룬다. 중국의 류이첸, 인도네시아의 부디 텍, 일본의 마에자와 유사쿠도 살펴본다. 물론 이들 외에도 출중한 컬렉터는 많지만 지면 관계로 다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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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슨즈의 발달이론으로 본 다섯 단계
마이클 J. 파슨즈*는 미술 감상의 레벨을 다섯 단계로 분류했다.

*  마이클 J. 파슨즈(Michael J. Parsons, 1935~): 미국의 예술교육학자 (역주)
 
제1단계: 편애주의(Favoritism)
제2단계: 미와 사실주의(Beauty and Realism)
제3단계: 표현성(Expressiveness)
제4단계: 양식과 형식(Style and Form)
(Autonomy)제5단계: 자주성...

"미술 감상 제대로 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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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UCA: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회 환경을 말한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 전쟁 위협이 사라지자, 예측하기 어렵고 새로운 위기와 도전이 대두되는 환경을 의미하는 군사용어로 등장했다. 이후 글로벌 정치 및 경제 상황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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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화제의 전시회를 찾아 작품을 감상하면서 ‘예뻐서 맘에 든다!’, ‘오렌지색이 멋있는 걸’, ‘정교한 표현이 아름다워’와 같은 일차원적인 감상에 머물고, 한층 높은 경지인 감상의 유희를 즐기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는(혹은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의 내가 그랬다.
전시장 안쪽으로 이동하며 작품을 들여다보다가 피곤해지면, 모든 작품이 똑같아 보이기 시작하고 잡념이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미술 감상은 미뤄두고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쉬고 싶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해치우듯 무성의하게 전시를 관람했고, 좋아하는 그림이나 대표 작품만 골라 보면서 ‘그림다운 그림이라고 할 만하네. 과연 다르군’ 하고 알은 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시장에 머무는 시간은 고작 20분 정도에 그쳤다. ‘작품 설명을 읽으면 직감이 둔해지니까 안 읽을래’, ‘해설은 필요 없어. 내 감성만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이 최고야’ 하고 허세를 부리며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젊은이의 치기라고 변명하고 싶은 부끄러운 경험이다. 작품의 껍데기만 보았을 뿐, 의미가 숨어 있는 ‘배경’까지 통찰하는 감상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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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의 인생과 당시 프랑스의 정세를 정리할 때 ‘경영 전략 기획에 사용되는 PEST분석* 방법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틀’에 맞춰 정보를 정리하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실제로 프레임 워크 방식을 적용해 보니 작품의 내면을 들여다보기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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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는 방과 후 활동으로 마이크로봇을 제작하며 그곳에 있던 동갑내기 넷과 친구가 되었고, 그 아이들 집에 놀러 갔을 때, 인생 처음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과 비슷하게 살지 않으며 때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많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재의 집에도 가자는 아이들의 제안에 연재는 하루 정도 고민한 후 기꺼이 아이들을 초대했지만, 그 아이들은 연재의 집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옛것은 빨리빨리 모습을 감춰야 된다는 듯이, 아직까지 탈바꿈하지 못한 연재의 삶을 희한하고 불편한 것으로 치부했다. 정작 살아가는 연재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음에도. 아이들은 착해서 대놓고 집에 대한 품평은 하지 않았지만 그 후로 연재의 집에 가자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어렴풋이 느꼈다. 어떤 것들은 숨길 수 있는 한 숨기는 것이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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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지수가 로봇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까 연재가 작성한 부품 목록을 보고 전혀 알아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조금 더 나아가면 카본과 알루미늄을 섞어 휴머노이드의 중량을 늘리는 이유를 물어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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