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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 황선미 첫 번째 에세이
황선미 지음 / 예담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그야말로 국민 동화가 된 작품..
그 작품의 작가인 황선미님의 첫 번째 에세이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를 택한 이유는 책 제목에 이끌리어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세부적으로 보면 절대적으로는 매일이 같은 하루는 없다고는 하지만 반복되는 듯한 일상에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우울해지까지 하는 요즘이기에 ' 오늘이 내게 놀라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 하며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제목이다.
동화를 쓰는 분이라면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건 아닐까하는 선입견.
그러나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를 보면 동화같은 에세이가 아닌 전혀 꾸밈이 없는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임이 느껴졌다.
황선미님이 두고 두고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냈다는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에는 그분의 어린 시절부터 유명한 작가가 된 이후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떨어져 힘겹게 살아왔다는 작가님의 글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때로는 원망도 했던 아버지이지만 그녀를 지탱하게 해준 든든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동화를 쓰는 분이라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사시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 글을 통해서 보면 고독해 보이고 외로워보인다.
힘겨웠던 어린 시절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
이런 것들이 글을 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까?
나는 여전히 고독하다. 수백 명 앞에서도 나는 혼자고, 그들과 헤어져 돌아올 때도 나는 늘 뒤가 부끄럽다고 느끼는 왜소한 혼자다. 거품 속에서 빠져나와 홀로 둥둥 떠가는 공기 방울처럼 나는 존재감이 없고 웅숭깊은 데 없이 속이 빤한 것 같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불안하다. 남들도 그런가. 아닌 것 같다. 나만 맞물린 톱니바퀴 밖으로 퉁겨 나온 부품 같다. p 142
이런 생각, 작가님만 그런거 같지는 않다는..
나도 문득 문득 고독하고, 혼자이고, 왜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어쩜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부터 종종 느껴지는 감정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이 가끔 놀라운 이유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여정은 매우 구체적인 발걸음의 연속이며, 어떤 지점에서 놀라운 문에 들어선다고 해도 그것은 '마법처럼 갑자기!'는 아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나에게 주문을 걸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흥미롭다. 매우 사소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길 위의 어린아이이고, 저 너머의 세상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뒤보다는 앞을 보면서 간다. p366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는 동화에서는 보지 못한 황선미님의 삶과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책이었다.
더불어서 황선미님이 직접 그린 이쁜 그림들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것은 참 편안하게 읽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친한 친구와 수다를 한참 동안이나 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오늘이란 하루가 놀라운 날임을, 하루 하루가 새로운 인생임을 느끼게 해주는 황선미님의 첫 에세이를 읽게 되어서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