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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세상일은 곪기 시작한다. 썩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바꿔 버린다. 생각이나 순간을 남기기란 불가능하다. 속은 텅 비고 형태만 남는다. p 23
<흔적>은 현대인의 삶을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울하고 허무하다.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일하고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달리 내면에는 깊은 허무와 외로움이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듯 하다.
죄의식 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평범해져 버린 불륜...
가족이라는 따뜻함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일에만 몰두하고 아이의 기저귀조차 갈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짠한 마음이 느껴진다.
하루 하루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지 못하기에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결국엔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으로 향하고 있는 인간들이기에 무엇이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열망하는 사람들..
<흔적>은 여섯 가지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결코 아름다운 로맨스는 아니다.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고, 외로움이 가득한 사랑의 모습이다.
사랑때문에 아프고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많은 아픔과 상처들이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다지만 우리들은 온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 지 못한 채 또다시 반복되는 아픈 사랑을 하게 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흙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깊이 깊이 알고 있기에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을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러한 열망이 또한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흔적>을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나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 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 듯 하다.
왜 인간들은 잘못된 길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채우고 싶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내 느껴지게 하는 <흔적>이었다.
거부하고 싶을 만큼, 인간이 겉으로 드러내기 두려하는 부분을 들려주는 <흔적>.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좋은 변화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