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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피천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한때 수필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 독서량이 많지는 않았었지만 수필만을 골라 읽었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수필은 내 독서 취향에서 멀어져 갔다.
그동안 수필을 멀리 했던 이유는 수필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어서였기 때문이다.
수필은 일상에서의 체험을 쓴 이야기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볍고 쉬이 읽히는 수필 속에서도 내 마음에 울림이 있는 글을 좋아한다.
한때 울림이 있는 수필을 읽어가다가 점점 느낌이 오지 않는 글들이 많아지면서 수필과 멀어졌던 것이다.
그 이후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고...
다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수필들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이다.
수필이었기에 읽을까 말까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도종환, 박완서, 성석제, 장영희, 피천득 외 지음'이라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고 예전의 그 수필에 대한 울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에 행복을 느끼게 해준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이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수필에서의 감동이던지...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의 첫 이야기는 피천득님의 <인연>이다.
교과서에도 있었던 <피천득, 인연>..
남편에게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문장을 대뜸 기억해낸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p18
그렇다. 사랑하면 보인다. 꽃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사랑하면 비로소 그가 보인다. 어디에 있어도 늘 함께 있는 그가 보인다. p 21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배롱나무의 꽃을 보고는 배롱나무를 사랑하게 되고 그 이후로는 어디에서는 배롱나무가 보인다는, 도종환님의 <사랑하면 보인다>도 있다.
더더욱 반가웠던 글은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였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p 27
친구들과의 우정을 나누며 즐겨 썼던 문장이 되어주었던 <지란지교를 꿈꾸며>.
이렇게 앞 문장만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이들때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p33
이렇게 지란지교를 같이 꿈꾸는 친구가 되어주고 그런 친구가 있기를 바랬는데..
그런 친구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가까이 살고 있지 않음이, 지금은 서로의 생활이 너무도 바빠서 너무도 가끔에만 볼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그래도 나에게는 지란지교를 나누는 친구가 있다.
이외에도 <김소운>님의 <가난한 날의 행복>, <이효석>님의 <낙엽을 태우면서>, <민태원>님의 <청춘 예찬>등 주옥같은 수필을 새길 수 있는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이다.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은 나처럼 나이가 중반에 들어섰다면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수필이요,
이제 새로이 읽는 이들에게는 아름답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삶을 전해주는 수필들의 모음이다.
수필들의 명작들을 뽑아 놓은, 참으로 아름다운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이 늦은 가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 한 잔과 너무도 어울리는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로 추억과 삶의 철학 속으로 빠져 볼 수 있으리라.....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