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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미술관 (책 + 명화향수 체험 키트)
노인호 지음 / 라고디자인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그림은 눈으로 본다. 머리로는 그림을 이해하려고 하고, 마음으로는 그림에서 전해주는 감정을 간직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이 보통 그림을 보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여기 전혀 다르게 그림을 기억하게 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그림을 향기로 기억하게 해주는 <향기의 미술관>
향기로 기억한다... 참 생소하고 신기하다.
그림을 어떻게 향기로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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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미술관>에는 그림과 이야기가 실린 책과 함께 네 개의 향수가 담겨있다.
저자는 모네의 수련을 보면서 '향기'를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에 향기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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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향기,
앙리 루소의 '꿈'이다.
네 개의 향수병에는 각각 그림의 제목이 적혀있고, 향수와 같이 있는 시향지에 묻혀 눈을 감고 그림을 연상하며 향을 느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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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향수의 그림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다.
왠지 우울한 것 같기도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그림과 향수가 잘 어우러진다.
세 번째 향수는 모네의 '수련'.
40년 동안 한 곳에서의 수련의 모습을 200점이나 그렸다는 모네.
잔잔한 물결과 은은한 수련이지만 모네의 열정과 초록이 느껴지는 향기이다.
네 번째 향수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진주 귀걸이보다는 소녀의 코와 입 모양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는 '끌리는 향'이라고 하는 머스크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을 향기로 기억할 수 있는 향수가 네 개뿐인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향기의 미술관>에는 또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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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림들을 자존, 고독, 혁신, 본질, 일상이라는 주제로 묶어 그림에 얽힌 간단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여 준다.
자부심과 자존감으로 현대미술의 시초가 되었다는 '귀스타브 쿠르베',
고흐를 정신병자가 아닌 친구로 대해준 '우체부 조셉 롤랭의 초상',
아내의 얼굴에 소위 살색이 아닌 초록, 노랑, 분홍 등 수많은 색을 칠하여 '색'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해방시킨 마티스.
엘 그레코, 바니타스 정물 그리고 세잔까지 다양한 화가들과 기법의 영향이 녹아 있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
영화 '매트릭스'의 복제된 인간들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영감을 준 '르네 마그리트' 등..
네 개의 향기와 함께 그림을 보다 보면 다른 그림도 어떤 향기가 느껴질까 싶어 후각을 곤두세워 보기도 한다.^^
앞으로는 그림을 보면 어떤 향기가 느껴질까하고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듯 하다.
<향기의 미술관>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와 향기로 그림을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