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평점 :
'일본 침몰!' p13
이 말만으로도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는 소설 <판>은 표창원 국회의원이 "2016년 최고로 기대되는 블록버스터급 소설"이라고 극찬하기도 하였다.
<판>을 읽은 나는?
한마디로 <판>은 대단하다.
사드의 김진명님과 정글만리의 조정래님의 뒤를 잇는 작가가 손선영님이 아닌가 싶다.
사드와 정글만리는 내게 엄청난 충격과 새로운 사실, 그리고 작가의 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훌륭한 작품으로 손선영님의 <판>또한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던 것이다.
판이라는 단어만을 보면 일이 벌어진 자리 또면 장면과 지구의 겉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지각을 뜻한다.
이 책 <판>에서는 이 두가지 의미가 모두 보여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지구에 10여개로 이루어져 있는 판이다.
지구의 판이 이동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점을 착안한 것일까? <판>은 일본의 판을 건드려 일본이 침몰한다는 설정이다.
처음엔 그냥 일본이라는 섬이 자연적으로 침몰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ㅎㅎ
누군가가 일본을 침몰시키려 한다는 것..
왜?
무엇때문에?
소설 <판>은 첩보소설이었다. 007과 같은.
첩보영화나 소설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장르이다. 세계를 넘나드는 첩보원들의 이야기와 첩보원들이 행하는 임무들은 신비스러우면서도 대단하면서도 멋있게 보인다.^^
<판>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첩보원들이 등장한다.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이 네 나라의 첩보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네 나라의 첩보원들이 '일본 침몰'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을 만큼 중반부까지는 그 연결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활약과 첩보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는 그들과 네 나라의 연관된 과거 즉 역사를 볼 수 있다.
네 나라의 첩보원들은 미국의 지질학자와 IT 전문가와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며 일본의 침몰에는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일본 침몰!'이 일어나고 <판>의 마지막 부분에서 판을 어떻게 이용하여 일본이 침몰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네 나라의 첩보원들은 일본 침몰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판이되어 주는 셈이다.
<판>은 일본 침몰이라는 가정을 두고 있지만, 일본 침몰을 누가? 왜? 어떻게? 하려는지가 이 책에서 전달하고픈 이야기인듯 싶다.
"나는 한국을 미워했다. 아니, 같은 동아시아에서 승승장구하는 두 나라 중 일본이 더 강대해지기를 바랐다는 말이 맞겠지.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 만약에 일본이 과거 '대동아'라는 허울에 천착하지 않고, 전쟁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했더라면 이런 일까지 벌어졌을까? 극우로 치달은 이 정신은 결국 일본을 망하게 하는 요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물론 지금, 일본이 망했다는 건 아니야. " p 513
한국, 일본, 미국, 중국의 네 나라의 관계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절대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풀어주기도 한다.
<판>은 절대로 흥미만을 위한 소설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가질 수 있게 해주며, 네 나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줄 수도 있다.
치밀하고 놀라운 거대한 음모..
사투를 벌이는 첩보원들..
엄청난 퍼즐들이 하나 하나씩 맞춰지는 거대한 스케일의 소설 <판>
기대보다도 더 멋지고 훌륭한 우리나라 첩보소설 <판>이었다.